어제도 한밤중에 응급 수술을 하였습니다
산모의 골반이 약간 좁기는 했지만 아기도 3.6 kg 이면 그리 큰 편은 아니라서 자연 분만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기 머리가 질 안쪽으로 조금씩 보이는 상태였는 데도 장시간 기다려도 더 이상 내려 오지 않아 자연 분만을 하는 마지막 방법으로 배를 위에서 누르고 아래서 흡입기라고 하는 것을 이용해서 당겨 보는 흡입 분만을 시도 하였으나 더 이상 진행되지 않으면서 산모는 탈진되어 전혀 힘을 주지 못하고 아기는 아기대로 태변을 본 상태로 심장 박동도 종종 나쁜 양상을 나타내어 결국 응급 제왕 절개를 하여 분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산모 입장에서는 진통은 진통대로 다 하고 제왕절개까지 하였으니 이중으로 고생한 꼴이 되었습니다.
옆에서 진통을 참지 못해 몸부림 치면서 발작하듯이 몸을 비트는 산모를 지켜보는 남편의 심정도 피를 말리는 듯 했을 것입니다.
건강한 아기를 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저희 의료진 입장에서도 낮부터 한밤중까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보람없이 수술을 하게 되어 이중으로 산모를 고생시켰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도리가 없게 되었구요.
순산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산모 입장에서 회복도 빠르고 다음 출산 때도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담도 감수할 필요가 없고 아기도 그만큼 고생을 덜할테고 여러가지로 누구를 위해서든 수술하게 된 경우보다 순산하는 것이 좋았을 텐데 문제는 순산하는 것이 산모나 가족, 의사의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분만이라는 것은 출산하는 어느 하루의 결과물이 아니며 태어나면서 임신하기까지 이삼십년의 긴 기간 동안의 본인의 체력관리, 그리고 특히 임신하고 있는 동안의 순산 체조와 호흡법 숙달에 거의 전적으로 좌우된다는 것을 좀 알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신 기간 동안 디른 아무런 노력이 없이 지내다가 분만하는 당일에 순산해야겠다는 의지만 강하게 가지고 있어보아야 별 도움이 되지를 않습니다.
어제 수술하신 분도 직장 다니느라고 순산 체조를 전혀 안 하신 분이지만 그동안 응급 수술 하신 분들을 살펴 보아도 순산 체조를 열심히 한 분은 아주 소수였고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분이었습니다.
따라서 순산은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골반이 좁으냐 넓으냐 또는 아기가 크냐 작으냐 하는 것에 좌우되기 보다는 임신 전 기간 동안에 걸친 본인의 강력한 의지와 그에 걸맞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느냐 하는 것에 제일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의료인의 의지도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의료인의 의지라는 점에서는 저희는 그다지 부끄러운 부분은 없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둔위라든가 반복 제왕절개처럼 의학적으로 분명히 수술이 필요한 경우 외에 단순히 골반이 좁다거나 양수가 미리 터지거나 탯줄이 목을 감았다거나 하여 자연분만의 시도도 없이 바로 수술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또 태아 심장 박동이 일시적으로 안좋다거나 또 진행이 좀 느리다거나 또 대부분 산모들이 그렇지만 통증을 못 참아 수술해 달라고 조른다고 해서 바로 수술하지도 않습니다.
산모들이 순산하면 본인들에게만 편하고 좋은 것이 아니며 저희 의료진 입장에서도 아주 편합니다.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자연분만한 경우가 수술 때보다 훨씬 적으며 의학적 후유증도 자연 분만 때 훨씬 적게 발생합니다.
산부인과 의사가 수술을 선호해서 수술율이 높아진 것처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 데 이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산모들이 힘을 잘 주고 골반을 넓히는 운동을 충분히 하여 의사가 할일이라고는 아기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받는 일 뿐인 것하고 제왕절개시 개복을 한후 자궁을 절개할 때 확 뿜어져 오르는 새빨간 출혈을 맞닥뜨리면서 등골에 흐르는 긴장과 비오듯 쏫아져 내리는 땀을 어찌 비교할 수가 있겠습니까 ?
그래서 모든 산모들께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건강한 순산을 위하여 꾸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기와 가족 그리고 분만 과정에 참여하는 저희 의료진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 자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글쓴이: urius1004 시간: 2014-06-13 07:19
ㅠㅠ 생각만 하고있었는데 오늘부터 열심히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