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오비 산부인과

제목: 분만 진통시 무통 시술에 대하여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3-01-21 16:40
제목: 분만 진통시 무통 시술에 대하여
어느 병원에서 초산으로 심하게 진통을 하다가 거의 낳을 때가 다 되어서 막 아기 머리가 appearing(질구 끝까지 아기 머리가 내려와서 힘을 주면 머리가 조금씩 보이는 상태)단계를 지나서 거의 crowning(머리가 완전히 내려와서 힘을 주면 머리가 거의 대부분이 질구를 나와서 질이 왕관을 쓴 형상처럼 되어 간신히 걸려 있는 상태)단계가 되었는 데 이때 간호원이 산모에게 '무통분만하시겠어요?'라고 말하자 산모는 신음 중에 '얼마인데요?'라고 대답.
다시 간호원 '10만원이요!'. 산모왈 '바깥에 남편한테 물어봐 주세요.'
실제로 있었던 이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 때문에 생각이 많았습니다.
우선 그 상황에서 무통 분만을 해도 되는 지 남편한테 물어야 하는 산모의 처지가 딱했습니다.
저는 직접 겪어 보지 못해서 사실 진통을 하는 산모의 고통을 가슴으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어렴풋이나마 대충 어떨 것이다하고 짐작은 하고 있는 데 (내가 살아 오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보다 몇 배 또는 몇 백배 더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엄청난 고통으로 괴로운 순간에도 돈을 생각해야 하고 또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릴 수도 없이 남편의 처분에 따라야 하는 우리의 여인내의 처지가 안타까왔습니다.
또한 이미 고통은 고통대로 다 겪고 이젠 회음부 절개의 통증이나 봉합에 따르는 통증이야 산통에 비하면 아주 작아서 진통이랄 것도 없는 통증만 남았는데 무슨 무통 시술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물론 요즘 하는 경막외 마취법을 이용한 무통 시술이야 진통 초기 단계에서도 하니까 실질적으로 산통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과거 무통 시술이라는 것은  정말 말뿐인 무통시술이었습니다.
여하튼 위의 경우와 같은 상황에서는 산모는 자신이 어느 시점에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통증을 겪어야 하는 지 이보다 더한 통증이 기다리고 있는 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 대부분 무통 시술을 선택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런 눈가리고 아웅식의 무통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의 무통 시술이던 저는 자연 분만에서는 그러 것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굳이 진화론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과거 이런 통증이 정말 필요 없는 것이라면 자연적인 발달과정에서 없어졌을 것인 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지금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진통은 다른 통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상당 부분 생각 또는 추측에서 기인하는 것이 많습니다.
공포 영화치고 환한 대낮이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까?
대부분 캄캄한 밤에 그것도 아주 기분 나쁜 배경 음악을 깔고 벌어지지 않던가요?
환한데 드러내 놓으면 별로 무섭지도 않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아주 무섭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실제의 무서움 보다는 어둡기 때문에 즉 잘 모르고 잘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공포가 오히려 더 크기 때문입니다.
진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통증이 못참을 정도라서가 아니라 괜히 굉장히 아플 것이다라고 하는 선입견과 얼마나 아플지 한번도 겪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감이 상승작용을 일으켜서 실제보다 과도하게 느끼는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어떤 보호자는 그렇게 말하더군요.
TV에서 보면 아기를 낳을 때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치고 하는 데 왜 자기 아내는 그런 과정 없이 저렇게 조용하게 진통을 하는 데 뭐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말이지요.
물론 발버둥치고 소리를 지르는 산모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산모도 정말 아주 못참을 정도로 소리라도 질러야 할 정도로 아픈가 아니면 괜히 진통이라는 무서움, 앞으로 올 분만이라는 무서움 때문에 그렇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도록 하면 그리고 진통은 원래 조금 아픈 것이고 정상적인 순산을 위해서 꼭 필요하며 제대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진통을 담담히 인정하도록 하면 그렇게 아파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근본적으로 무통 시술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진통을 겪으므로써 자신의 아기에 대한 애착도 그만큼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유가 좋지 않지만 길거리 가다가 우연히 줏은 돈 100 만원 하고 자신이 피땀 흘려 어렵게 번 돈 100 만원하고 의미가 같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뭔 훗날에는 임신도 시험관에서 시키고 태아의 양육도 인공적인 대리모를 만들어서 출산하도록 하여 직접 아기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본래의 출산 모습이 없어지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마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따스한 가족애나 자식에 대한 소중한 사랑도 그만큼 적어지고 나아가서 인간과 생명에 대한 숭고한 애정도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일부러 없는 통증을 만들어서 고통을 겪자는 의미는 아니지만 원래부터 겪도록 만들어진 진통을 굳이 없애는 데 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긴 기간의 충분한 검토도 없이 무통 시술을 하는 것은 저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약물을 이용한 물질적인 방법을 통해서 하는 것은 장점보다 지금 당장 느끼지 못하더라도 많은 문제를 잉태하는 출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통 시술은 제왕 절개처럼 이미 자연적인 분만이 불가능해서 인위적인 의학적 조치가 가해진 경우나 다른 대안이 없는 암환자 같은 경우에나 고려해 봄직한 시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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