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니스, 천사의 해안의 황혼
작가: 라울 뒤피
소장: 미국 뉴욕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좋아하는 색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이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대부분 알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 싶으면 지금 당장 옷장을 열어서 어떤 색의 옷이 많이 걸려 있는지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화가들의 경우는 그가 그린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호아킨 소로야는 흰색을 좋아해서 그가 그린 여성들의 옷은 거의 대부분 흰색의 드레스다. 고흐는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노란 해바라기에서 보듯 노란색을 좋아했다. 그의 그림에는 대부분 노란색이 빠지지 않는다. 샤갈의 그림에는 생명의 색이라고도 불리는 초록색이 많다. 그의 그림에서는 인물의 얼굴이나 옷을 초록색으로 표현한 것이 많다. 검은색을 잘 사용한 화가는 고야와 카라바조다. 그들의 그림은 다소 진중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경향이 있다. 케테 콜비츠처럼 아예 검은색의 판화 작업을 주로 한 작가도 있다. 마티스는 원색을 좋아했다. 특히 파란색을 좋아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중세 시대에는 파란색은 염료의 값이 거의 금값과 같아서 많이 쓰지 못했다고 한다. 파란색은 자연계에 그리 흔치 않은 색이다. 그래서 과거 화가들이 그린 그림에는 파란색이 많지 않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 소녀에서 보듯 화가들은 강조하고 싶은 인물이나 성모의 옷에만 파란색을 사용했다. 파란색은 프러시안 블루, 코발트블루, 울트라 마린 블루, 아쿠아 마린 블루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울트라 마린 블루가 가장 선명한 파란색이다. 울트라 마린은 라피스 라줄리라는 보석을 갈아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우리 말로는 청금석이라고 하는데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에는 노란색과 청색의 스트라이프 무늬로 되어 있는데 이중 청색 부분이 라피스 라줄리이다. 그만큼 비싸고 귀한 보석이었다는 이야기다. 비싼 보석임에도 그것을 갈아서 물감으로 썼던 이유는 맑은 청색의 색감 탓도 있지만 변색이 잘 되지 않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었던 점이 크다. 인디고 블루나 기타 다른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파란색은 금방 변색이 되고 말았다. 당시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튜브 하나 정도 분량의 울트라 마린 블루는 수백만 원 정도의 가격이라고 하니 그림 값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값이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작품인 것은 아니지만 물감의 경우에는 값이 비싼 것들이 발색과 보존력이 좋았다. 두고두고 감상하고 싶은 명화가 세월의 영향으로 변색되고 퇴색되어 본래의 색을 잃고 만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파란색 물감의 재료인 보석 라피스 라줄리가 귀해서 얻기 힘들었던 것처럼 파란색 빛을 내는 LED도 쉽게 만들어 내지 못했다. LED는 Light Emitting Diode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발광 다이오드라고 부른다. 전압을 가하면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다. 물감이 그렇듯 LED도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색을 낸다. LED 중에 제일 먼저 발명된 것은 1962년 닉 홀로니악이라는 사람이 발명한 적색 LED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967년에 녹색 LED가 발명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청색을 내는 발광 소자는 찾지 못하였다. 청색 LED를 발명한 것은 일본의 과학자들로 2014년의 일이다. 그 발명으로 그들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적색 LED나 녹색 LED 개발자들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적색과 녹색과 청색은 빛의 삼원색이다. 영어로 Red, Green, Blue의 앞 글자를 따서 RGB 색상 체계라고 한다. 그 세 가지 색이 합쳐지면 흰색이 된다. 청색 LED가 발명됨으로써 드디어 흰색으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백색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 반드시 필요한 색이다. LED는 이 점 외에도 여러 장점이 있다. LED 전구는 이전의 백열전구나 형광등보다 수명이 길다. 한 해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전구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니 환경 면에서도 장점이다. 전기료도 적게 들어 경제적이다. 열이 나지 않기 때문에 열이 문제 되는 환경에서 쓰기도 좋다. 다만 청색 LED는 수면을 방해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안경들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청색은 미술가에게도 과학자에게도 만만하지 않은 색이었다. 물론 나에게도 청색은 특별한 색이다. 나는 청색이 편하지가 않다. 학창 시절에 하도 유행하는 탓에 나도 청바지를 입어 본 적이 있다. 신축성도 없는 데다가 짧은 다리의 내게는 청바지는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청바지를 싫어하다 보니 청색도 싫어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내 추측이다. 청색을 싫어하게 된 내가 택한 색이 검은색이나 회색을 좋아하게 된 것은 청색에 대한 거부감의 반작용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 청색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색이지만 의료 영역에서는 청색은 다른 색들보다 자주 보게 되는 색이다. 대부분 수술복들은 청색 아니면 녹색으로 청색 계열의 색이다. 우리 몸에서 중요한 색인 빨간색인 피의 보색이 청색이다. 빨간색은 피의 색이기도 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색이기도 하다. 피가 빨간 것은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가진 철 성분이 빨갛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투구게의 피는 헤모글로빈이 아니라 헤모시아닌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구리 성분이라서 파란색을 띤다. 따라서 사실 빨간색을 보고 피 색깔이라고 하면 안 된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틀린 말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분홍빛을 살색이라고 잘못 부른 것처럼 말이다.
색은 질병과도 관련이 있다. 고흐의 그림에 노란색이 많은 것은 압생트라는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압생트에는 산토닌 성분이 많은데 산토닌에 중독이 되면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파란색은 우울감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영어에서는 파란색을 의미하는 blue 단어 자체가 우울함을 뜻하기도 한다. 파란색은 식욕을 떨어트리기도 하기 때문에 요리에 파란색을 잘 쓰지 않는다. 파란색은 성욕을 떨어트리는 효과도 있다고 하는데 신혼부부의 방을 파란색 벽지로 꾸미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파란색 때문이 아니라도 우울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우울증은 확실한 원인이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세로토닌 같은 생체 물질의 변화나 갑상선 질환이나 폐경처럼 호르몬의 변화가 관련이 깊다. 유전적 요소이나 스트레스도 원인이 되며 완벽주의 성격인 사람들에게 더 흔하다고 한다. 배우자의 사망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 환경의 변화도 큰 원인이다.
여성은 임신 중이나 출산 후에 호르몬의 변화와 신체의 변화로 우울증이 잘 생긴다. 이런 우울증은 옆에서 잘 관찰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불면증이나 식욕 저하,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는 등의 증상이 있거나 쉽게 초조감을 드러내고 짜증을 내는 증상이 잦아졌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제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수영 교수팀이 2013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3,801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신 초기, 중기 , 말기, 산후 1달까지 4차례에 걸쳐 정신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임신 초기(12주)에 가장 많은 임신부가 우울증 위험을 보였고 그다음으로는 산후 우울증이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임신 중 우울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고위험 요인은 저소득층이거나 미혼이거나 동거 상태인 경우, 과거 우울증을 경험한 병력이 있을 때이며 심한 입덧도 우울증을 초래한다고 보고하였다.
임산부 우울증의 진단은 일반적인 우울증 진단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울증의 의심이 드는 경우 의사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은데 주변의 가족들이 세심하게 살펴보아서 의사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본인 스스로 자가 테스트를 해 보는 방법도 있다.
우울증 진단에 가장 많이 쓰이는 ''에든버러 산후 우울증 척도 검사'는 총 10문항으로 되어 있어 검사에 시간이 그다지 걸리지 않아 편리하다.
임신 중 우울증의 발생률은 산모들 중 10~15% 정도라고 알려져 있지만 심하지 않은 정도일 뿐 우울감은 거의 대부분 산모에서 보이는 경향이다. 그러므로 임신 중에는 아내의 말에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거나 혹은 과잉 반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임신 초기 우울증은 입덧이 시작하는 임신 6주 경부터 임신 12주 정도까지 심하고 산후 우울증은 산욕기 즉 출산하고 나서 10일 정도 후부터 시작하여 심한 사람은 1년까지도 지속된다고 한다. 우울증은 심하면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어 주의해서 살펴보고 심할 경우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 우울증은 초기에는 서서히 증상이 생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아기를 출산한 여성이라면 20대이든 40대이든 누구나 임신 중 우울증이나 산후 우울증을 경험할 수 있다. 경산모보다는 초산모인 경우 우울증이 더 잘 생긴다고 하는데 이는 임신으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약물 치료나 심리 상담 또는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심한 우울증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라 대개는 외래 치료를 통해서 호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주변의 지지와 가족들의 이해가 제일 중요하다.
나는 염세주의자고 비관주의자다. 비관주의자들은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지만 다행히 나는 우울증으로 고생한 적은 없다. 그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나 오래전 의료 분쟁으로 괴로운 적이 잠깐 있었을 뿐이다. 비관주의자들은 살아가면서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무언가를 바란다 해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세상사임에도 쉽게 포기하고 마는 경향도 있다. 그럼에도 내게 간절한 꿈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푸른 바다가 있는 해변의 그늘막에 누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물론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자식들과 함께 말이다. 죽기 전에 그런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 올 지 모르겠다.
여기 실은 그림은 그런 내 소망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많이 알려진 화가는 아니지만 라울 뒤피라는 화가도 파란색을 특히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푸른 바다를 담은 그림을 많이 그렸다.
파란색은 우울함을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지만 서구에서는 희망이나 자유처럼 긍정적인 측면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프랑스도 그렇고 국기에 파란색이 들어간 나라가 많다. 파란색은 신뢰감이나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파란색 계통으로 도배된 방에서는 실제보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으로 느낀다는 연구도 있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 또는 분부신 물결의 움직임을 조금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큰 불행입니까! 호수 정도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습니다. 화가는 자신이 보고 있는 대상을 비추는 어떤 빛의 성질, 섬광, 대기의 꿈틀거림을 끊임없이 시야에 두어야 합니다."
라울 뒤피의 말이다.
그래서 묻는다.
“파란색을 좋아하십니까? 그렇다면 우아한 취향을 가지신 분이시군요. 우울과는 멀리하시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잠시 빨간 신호등 때문에 멈추었더라도 곧 파란 신호등이 켜지고 앞으로 마음껏 달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그 신호가 바뀌는 시기를 모를 뿐입니다. “
내가 알던 어떤 선생님은 파란색을 아주 좋아했는데 색깔에 대한 취향만큼이나 밝은 성격이었다. 잘 지내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토막 정보]
우울증 자가테스트
지난 1주 동안 본인이 느꼈던 것들을 솔직하게 체크한 후, 점수를 합산하여 결과를 판단하면 된다. (총 10문항)
ㄱ. 나는 웃을 수 있고 재미있게 생각해 왔다.
0점.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이 그래 왔다.
1점. 아주 많이는 아니다.
2점. 약간 그러했다
3점. 전혀 그러지 못했다.
ㄴ. 나는 이 일이 잘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0점. 예전과 같이 그러했다.
1점. 예전만큼은 기대하지 않았다.
2점. 예전에 비해 거의 기대하지 않았다.
3점.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ㄷ. 나는 이 일이 잘못되어 가면서, 불필요하게 내 자신을 탓해왔다.
0점.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았다.
1점. 아니오, 거의 그렇지 않았다.
2점. 종종 그랬다.
3점. 예, 대부분 그랬다.
ㄹ. 나는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0점.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았다.
1점. 거의 그렇지 않았다.
2점. 예, 종종 그러했다.
3점. 예, 자주 그러했다.
ㅁ. 나는 이유 없이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느껴왔다.
0점.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았다.
1점. 아니오, 거의 그렇지 않았다.
2점. 종종 그랬다.
3점. 예, 꽤 자주 그러했다.
ㅂ. 나는 이 일에 압도되어 왔다.
0점. 아니오,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잘 처리했었다.
1점. 아니오, 대부분 잘 처리했었다.
2점. 예, 때때로 보통 때처럼 잘 처리할 수가 없었다.
3점. 예, 대부분 시간 동안 전혀 이 일을 처리할 수 없었다.
ㅅ. 나는 너무 불행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0점.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았다.
1점. 자주 그러는 편은 아니다.
2점. 예, 종종 그러했다.
3점. 예, 대부분 그러했다.
ㅈ. 나는 슬프거나 불행하다고 느껴왔다.
0점.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았다.
1점. 거의 그렇지 않았다.
2점. 예, 종종 그러했다.
3점. 예, 대부분 그러했다.
ㅊ. 나는 너무 불행해서 계속 울어왔다.
0점. 아니오, 결코
1점. 단지 때때로
2점. 예, 꽤 자주
3점. 예, 거의 대부분 그러했다.
ㅋ. 나 자신을 해하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0점. 결코 그렇지 않았다.
1점. 거의 그렇지 않았다.
2점. 종종
3점. 예, 꽤 자주
판정
0 ~ 10점일 경우 : 대체로 평안한 상태다.
10점 이상 : 무시하기엔 힘든 상태다. 만약 이런 상태가 두어 달 계속 지속된 경우라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12점 이상 : 심한 우울 상태에 있는 경우다.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