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게 되면 산모분들께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아기가 딸인가 아들인가 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궁금해 하는 것은 출산 예정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경우 출산 예정일은 최종 월경일로부터 280일째 되는 날로 주수로 환산하면 40주가 되는 날입니다.
아래 그림에 보이는 동그란 물건은 산과 달력(OB Calendar)이라고 해서 손바닥만한 플라스틱 원형 판대기의 모식도인데 가운데 부분을 돌려서 최종월경일에 눈금을 맞추면 출산예정일이 언제인지 또 오늘 날짜가 임신 몇주 몇일에 해당하는지 알려주는 물건입니다.
내과 의사에게 청진기나 정형외과 의사에게 무릎 반사를 확인하는 고무 망치처럼 산부인과 의사들의 필수품 가운데 하나로 가운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진료시 꺼내서 돌려 보고 하던 것입니다.

한동안 많이 쓰였지만 요즘은 전자챠트나 또는 본원 홈페이지 첫화면의 우측에 서비스 메뉴에도 있지만 그런 계산을 도와 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굳이 이런 달력을 쓰지 않고도 쉽게 출산예정일과 임신 주수를 알 수 있습니다.
여하튼 태아가 산모의 자궁 내에 있는 280일이라는 제태 기간은 정확히는 9개월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에서 말하는 것처럼 10달의 임신 기간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금 틀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임신 기간을 나인 먼스(nine month)라고 하는데 그것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관행으로 굳어져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10달이라고 할 뿐입니다.
경우에 따라 1주나 2주 빨리 또는 늦게 진통이 오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280일을 전후하여 분만 진통이 오는데 왜 하필 그때에 가서 진통이 오는지, 무엇이 진통을 오게 만드는지 하는 기전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산부인과 의료계에서는 그 정확한 기전을 알아내면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지금도 부지런히 연구를 하고 있지만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옥시토신과 같은 촉진제가 그 촉발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정도입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전문의 1년차 수련을 대학에서 받고 있을 때 산부인과 교수님께서 논문을 쓰시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생물학 교실을 찾아가서 왜 낙엽이 가을이 되면 떨어지는지 알아오라고 시켜서 관악 캠퍼스까지 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생물학과 교실에 무턱대고 들어가서 조교님께 그런 것을 여쭈었더니 그분이 황당해 하시더군요.  
사실 제 생각에도 낙엽이 떨어지는 기전과 사람의 출산은 완전히 다를 것 같아서 물으면서도 조금 얼굴이 화끈 거리기는 했지만 교수님께서 시키신 일이니 알아 와야 했었죠.
그때 말씀해 주셨던 대답은 오래되서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이쯤에서 다른 동물의 경우 제태기간은 어떤지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코뿔소: 560일 
기린: 410일 
낙타: 400일 
말: 340일 
사람: 280일 
원숭이: 237일 
염소: 151일 
고양이: 60일 
토끼: 30일 
쥐: 19일 
주머니쥐: 12일

대체로 제태기간은 개체의 덩치에 비례하여 길고 제태 개체수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태 기간이 짧은 동물들은 새끼도 많이 낳지만 같은 개체 안에서도 개체수가 제태 기간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있어서도 두쌍둥이나 세쌍둥이 임신인 경우 40주 이전인 35주나 36주 또는 그 훨씬 이전인 30주 정도에도 조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만일 원래부터 사람에게 있어 태아가 주머니 쥐처럼 12일 만에 출산된다면 어땠을까요?
여러가지가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낙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임신이라는 것을 알때 쯤이면 이미 출산을 할 때가 다 되었을테니까 말입니다.
입덧으로 고생하는 기간도 적을 것이고 뱃속의 태아가 정상일까 걱정하는 기간도 짧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는 280일이라는 비교적 긴 기간의 제태 기간이 필요합니다.
캥거루와 같은 유대류처럼 일찍 태어나지만 어미의 아기 주머니 속에서 상당 기간을 지내는 식이든 뱃속에서 지내든 태아가 어미와 끈끈한 연결을 가지면서 지내야 하는  기간은 다 필요한 이유가 있어서일 것입니다.
그 이유를 잘은 모르지만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라기 위해 필요한 생물학적 요구와 더불어 아기와 산모가 서로간의 유대감을 가지는데 있어서 그리고 출산하여 새로운 생명을 키워나가기 위한 적응 기간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 기간은 산모에게도 아기에게도 매우 소중한 기간입니다.
그러나 간절히 원하던 아기이기 때문에 그 기간을 기쁨과 기대로 보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고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후회로 보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어떻게 임신이 되었고 어떤 환경에 놓였든 태어난 아기는 모두가 사랑과 관심을 받는데 있어 부족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만 다를 뿐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모든 산모들이 기쁨으로 임신 기간을 보내고 설레임으로 출산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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