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에게는 작은 한 발자욱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 아폴로 우주선의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처음 디디면서 했다는 유명한 말이다. 그러나 달에 우주인이 첫발을 딛게 된 과정 못지 않게 아기가 첫발자욱을 떼는 일도 굉장히 힘들고 놀라운 일이다 로봇이 사람이 하던 노동을 대신하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곧 따라 잡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로봇이 사람처럼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기술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족 보행 로봇이 안정적으로 걷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본 것이 불과 2015년도다.  아기가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고 넘어지지 않고 걷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소나 말등 동물의 새끼는 태어나서 곧바로 걸을 수 있다. 그 점을 보면 네발로 걷는 것보다 두발로 걷는 것은 훨씬 힘든 일이며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한 도전이다.

의학 분야에서는 현재 정재영이 인기다. 배우 정재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와 재할의학과, 영상의학과의 앞글자를 따온 것인데 그 과목들이 현재 의학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진료과목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신과와 영상 의학과의 인기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해당 영역의 의사가 하던 일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의사가 인간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암을 진단하고 더 나은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기사가 얼마전 있었다. 비록 아직은 의사의 보조 도구이긴 하지만 로봇 수술이 인간이 직접 손으로 하는 수술보다 훨씬 정교하고 치료 성과도 좋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산부인과 분야에도 언젠가는 인공지능 기술이 침투할 것이다. 그렇다. 의사인 내가 보기에 내 일자리를 빼앗아갈 염려가 있는 인공지능은 발전이라기보다 침투에 가깝다.

아기가 태어나 걷기까지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은 석기시대나 현대나 별로 차이가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앞서갈 정도가 되어도 별로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임신부가 출산하는 과정에도 당장은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도움이 크게 보탬이 될 것 같지 않다.  정형화되고 객관적인 잣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객관화가 어려운 분야인 예술 영역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어떤 산모가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지 수술을 해서 출산을 하게 될지 인공지능 의사가 인간 의사보다 더 현명하게 알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는 올 것일까? 인간 의사끼리도 어떤 의사는 5%의 제왕절개율을 기록하고 있고 어떤 의사는 70%까지로 높은 제왕절개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차이가 어디서 생기는지 알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런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안다해도 과연 인공지능 의사가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인간이 존속하는 한 출산은 끊임없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과 같은 방식이든 아니면 완전히 의학적 도움에 기대는 방법으로 정자와 난자를 얻고 시험관 시술을 통해 수정을 시키고 인공 자궁에서 키우고 로봇 의사가 출산을 돕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대에, 지금의 출산 방법과 미래 의학적 방법의 출산 방법이 공존하는 중간 시기에 과연 누가 어떤 방식을 선택할 지 궁금하다. 미래 의학적 방법이 다수의 선택이 되는 세상이라면 아기도 걷기 위해 1년 이상 넘어지고 일어서고 하면서 고생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다리에 특수 장치를 하고 몸에 인공 지능 칩을 심어서 태어나자 마자 바로 걸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신 자신의 아이가 처음으로 일어나서 걸을 때 느끼는 벅찬 감동을 맛보는 행복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그런 세상이 된다면 사람이 산다는 것의 의미, 행복한 삶의 기준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테니스를 치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서양인을 보고 저런 힘든 것을 왜 하인들을 시키지 않고 직접 하는지 안타까워했다는 고종의 일화가 생각이 난다. 테니스를 치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삶과 테니스를 치는 사람을 보면서 편하게 경기를 즐기는 삶, 혹은 어떤 사람들이 왜 힘들게 테니스를 치는지 모르면서 사는 삶. 과연 그 중에 어떤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일까? 일어섰다 넘어지고 결국에는 서서 걷는 아기를 보면서 안쓰러워 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감동받고 기뻐하는 삶과 태어나자 마자 아기의 몸에 인공지능 칩을 넣고 기계 보조기를 달아 넘어지는 고생없이 바로 걸을 수 있는 아기를 보는 삶,  이런 것이든 저런 것이든 아예 아기가 없이 사는 삶. 과연 그 셋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행복한 선택인지도 역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보기에 과학의 목적은 행복한 삶에의 추구이기보다는 편한 삶에의  추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이 발달한 현대는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 비하여 훨씬 편해졌다. 그러나 과학이 더 발달한 지금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사람들이 훨씬 더 행복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편한 것과 행복한 것은 일치하는 관계도 아니며 비례 관계도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불편해지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편하고 안하고의 문제와 행복은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 내 개똥철학이다.  마찬가지로 조금 덜 아프게 출산한다고 해서 행복한 출산이 아니며 간신히 수술을 피한 난산이 행복한 출산도 아니다. 출산을 직접 겪은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행복한 출산이냐 아니냐가 달려 있다. 행복은 결국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며 행복한 출산 또한 마찬가지다. 하늘에 구름 한점 있다고 흐린 날이 아니며 밥에 돌 하나 들어 있다고 돌밥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구름 한두점 있어도 산책하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나서면 행복한 나들이고 돌 하나 씹었다 해도 맛있게 먹었다면 행복한 밥이다.

출산을 앞두고 불안해 하는 산모들이 많다.  출산은 조금 아니 어쩌면 생각보다 많이 통증이 있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많이 고생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것도 결국 맑은 하늘의 구름 한 점의 의미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구름이 하늘을 더 푸르고 맑게 보이게 해주기도 하고 땅이 황폐해지지 않도록 필요할 때 비를 내려 주는 것처럼 출산에 따르는 모든 것은 그런 것이다. 그것이 고통이든 두려움이든. 그러니 출산을 앞둔 모든 산모들께서는 그 고통과 두려움과 수고를 기꺼이 견디고 받아들이고 즐기시길 바란다. 겪고 나면 알게 되겠지만 그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통증까지를 포함하여 출산은 신이 인간에게 준 벌이 아니며  삶을 권태로운 지옥이 아니게 해주는 선물이다.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이 흘리는 땀이 정말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며 공포 영화를 볼 때의 공포가 진정한 두려움이 아니라 즐거움인 것처럼.....

삽입한 음악은 Le Premier Pass (첫발자욱)라는 곡이다.

premierpass.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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