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번 글에 두리뭉실하게 입원비 인상에 대한 변명을 올리기는 했지만 이곳은 저희를 믿고 오시는 분들이 보는 곳이니 좀더 솔직하게 내용을 알려드리는 것이 낫겠다 싶어 글을 올립니다.
속 사정을 알면 괜한 오해는 안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사실 입원비를 1박에 10만원 씩이나 올리는 것에 대하여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루에 25만원이라!!!!
이건 뭐 어지간한 5성급 호텔 방값에 맞먹는 비용이죠. ㅎㅎ
물론 호텔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초라하게 꾸며 놓고 호텔 방값이라.....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면 거부감이 상당히 많이 들 것 같습니다.
얼마전 신문기사도 그런 것을 지적하는 것이 있었고.
사실 제가 몇년전 개원할 때도 히루 입원비를 20만원으로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많은 것이어서 저도 내심 이 방법 밖에 없나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지불하고 가는 총액 기준으로 50여만원이면 다른 산부인과보다 아주 비싼 편에 속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또 병원을 운영하려면 기본 비용은 나와야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해서 다소 부담이 가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리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올린 진료 통계에 보다시피 월분만 20건에서 30건 정도이면 아주 적게 하는 것은 아니고 이 지역에서는 분만 건수로는 세브란스 병원을 빼고는 2,3위를 다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 분만을 해도 사실 운영이 쉽지 않아 현재 적자가 많이 나는 상태입니다.
직원들 월급도 다른 산부인과보다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구인을 해 보면 전부 성형외과나 피부과만 지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구인 광고를 보고 면접을 오는 사람은 거의 없고 구인 광고 사이트에 올린 이력서를 보고 저희가 전화해서 면접 보시러 한번 와보지 않겠냐고 해야 몇명 중 한명 면접을 올까 말까합니다.
그래서 산부인과는 원장이 직원을 면접 보는 것이 아니고 직원이 원장을 면접 본다고 하는 말이 있을 지경입니다. ㅎㅎ
성형외과는 보수 측면에서도 나은 것도 나은 것이지만 근무도 주 4일만 하는 곳도 많습니다.
그러나 산부인과는 주 4일 근무는 고사하고 분만실 근무는 야간 당직까지 해야 하니 정말 사람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저희 병원만 그런 것은 아니고 다른 산부인과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형 전문 병원이 아닌 동네 산부인과의 장래는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그래서 근무 시간은 어찌할 수 없으니 보수라도 대폭 올리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번 4월부터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전체 직원 보수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월분만 건수를 감안하여 올릴 보수를 고려해서 1박에 10만원을 더 인상하기로 한 것입니다.
보수 지불하고 조금쯤 더 남는 것이 있으면 원장들의 수입으로 더 가져갈 수 있기도 바랍니다.
원장들의 수입이 괜찮으면 가져가는 수입을 좀 줄이고 입원비 인상은 하지 않으면 좋은데 그것이 안되는 상황이니 참 답답한 노릇이죠. ㅠㅠ
살면서 경제적으로는 요즘보다 더 힘들 때는 없었습니다.
십년전 쯤 경제적으로 어려워 초등 막내딸이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끊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분만이 좀 많았던 지난 1월에는 정말 집에서 제대로 자고 나온 날이 10일도 채 안되었는데 전문의를 따기 위한 수련 기간도 아니고 개업한 의사가 그 정도로 과로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수입도 많은 것이 아니라 신용 불량자 되기 일보 직전입니다.
전에 병원 확장하면서 친구에게 돈을 빌린 경우는 있지만 순전히 생활비가 없어서 친구한테 돈 좀 빌려 달라고 한 적은 살면서 처음입니다. ㅠㅠ
전화 받은 친구가 오히려 더 당황하더군요.
소문에 저희 병원이 산모도 많고 예약도 하기 힘든데 무슨 소리냐고 제게 묻더군요. ㅎㅎ
자기가 아는 병원 중에 저희 병원 정도의 분만 건수를 기록하는 다른 병원 원장은 얼마전에 땅도 샀다고 들었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그동안 마이너스 통장으로 어떻게 버티던 것도 이젠 바닥이 나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ㅠㅠ
그래서 지금의 경영 상태로 가면 아마 진오비 산부인과는 수개월 내에 문을 닫아야 하거나 원장 두명 중에 한명은 그만 두어야할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나이도 많고 체력도 떨어지는 제가 쉬어야 하겠지만....
아뭏든 일부 다른 병원들이 과잉 진료를 하고 불법의 낙태수술을 하고, 안해도 되는 여성 성형 수술을 권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저희는 병원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과잉 진료나 낙태수술은 끝까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투명하게 공개되는 입원료라도 올려서 기본 운영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올리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영양제나 검사를 권유하고 임의 비급여 항목을 요리조리 개발해 나가고, 3개월 된 태아든 4개월 된 태아든 낙태도 하고 하면 입원비 인상처럼 겉으로 티나지 않고 타격도 덜 받으면서 병원을 운영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아니 뭐 굳이 복잡하게 할 것 없이 진통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원하는 산모들께 못 이기는 척하고 다른 병원들에서 하는 평균치 정도만 제왕절개 수술을 해도 굳이 입원비 인상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 지난 1년의 통계로 보면 5.5%의 수술율로 20분 중 한분 정도가 제왕절개 수술을 했지만 현재 평균 제왕절개 수술율인 37% 정도쯤 되는 수준으로 수술을 했다면 20분 중 7분은 수술을 해서 출산 했을테고 그러면 1분을 뺀 6분은 추가로 수술을 하게 되는 꼴이 됩니다.
자연분만에 비하여 제왕절개 한 경우 수십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더 드니까 그것을 6명분을 곱하면 아마 이번 입원비 인상 정도에 가까운 추가 수입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하고 병원을 개원했습니다. 원칙과 생명 존중이 저희의 모토입니다.
진료에 있어서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저희는 솔직하게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면서 원칙을 지켜 나가고자 합니다.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저희의 운영 철학을 희생할 생각은 없으며 저희의 운영 철학을 희생해야 할 정도면 차라리 병원을 폐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마도 이런 대폭적인 입원비 인상이 부담스러워 병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니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며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강남에서 분만비 몇백 만원 하는 병원에서 순전히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저희 병원으로 옮겨오시는 분이 있었는데 젊은 부부들에게 비용적인 측면은 무시하기 어려운 부분이겠지요.
여하튼 제가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까지 하는 것은 저희 병원을 다니시는 분들은 대부분 아시기는 하겠지만 혹시라도 입원비 인상이 이제 어느 정도 산모도 있고 하니 초심을 버리고 돈 욕심이 나서 그런 것인가 생각하는 분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서입니다.
제가 남한테 오해 받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성격이거든요. ㅋㅋ
단언컨데(^^) 제가 또는 저희 병원의 의료진 누구든 병원을 운영하면서 과도한 수준 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 하지 않아야 할 무언가를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저 정상적으로 병원을 경영하면서 진료와 관련한 저희의 철학을 고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현재까지는 병원이 경영적으로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여 저희의 실험은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희망의 끈을 붙들고 있어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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