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맘이라 육아팁이라 불릴 만한 내용을 생각하기 어려우니..^^;;
그냥 그때 그때 떠오르는 주제/질문들을 적고 여러 분들의 의견과 질문들을 기다려 볼까 합니다.

오늘은 산전에 많이 고민하게 되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단상을 적어 볼까 해요.
출산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 산후조리원에 갈 것인가. 초산인 분들에게 조리원을 권할 것인가. 가 오늘의 질문이 되겠지요.

저는 임신/출산/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완전초보였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산후조리원을 덜컥 예약했다가...어느 출산교실에서 산후조리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잔뜩 듣고는...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고민에 빠졌다가..당시 진오비 산후맘님들께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리고, 귀한 조언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http://gynob.kr/thread-5905-1-3.html)

당시 저의 고민은, 조리를 해야 할 텐데 밤중수유를 해야 하나 (밤에 대체 어떻게 두시간마다 일어난다는 것인가!!), 산후 조리원에 가면 모유수유 실패 확률이 높다는데 정말인가, 정도로 정리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막상 다녀온, 그리고 160여일간 아기와 함께 지내 본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참고로 제 견해는 모유수유를 하고 싶은 분에게 좀 더 적합할 것 같아요. 그냥 산후조리만 생각하면 - 철저하게 위생을 관리하고 아기를 잘 돌봐주는 데 집중하는 조리원을 주의 깊게 골랐다는 전제 하에 -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조리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음.. 우선 첫번째, 밤중수유를 어떻게 해야 하나 (잠은 어쩌나...) 라는 걱정은... 참 순진한 걱정이었다.. 고 생각합니다. 미수님이 앞글에 썼던 것처럼, 아기와 함께 지내면 어차피! 잠은 잘 수가 없거든요.. ㅎㅎㅎ 지금 돌이켜보면 2주 정도 더 자고 못 자고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아기와 떨어져 자면서 한밤중에 수유쿠션을 들고 수유실까지 가서 젖을 주는 것이, 바로 옆에서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다시 잠을 청하는 것보다는 훨~씬 힘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아기가 옆에서 낑~소리를 내면 일어나서 먹이면 간단한데... 저 같은 경우 당시 자다가 수유콜을 받고 주섬주섬 일어나는 것은, 진짜 스트레스였어요...물론, 이게 지금이니까 하는 소리지 당시에는 갓 태어난 신생아랑 같은 방에서 잔다는 건 참 두려운 일이었지요...ㅎㅎ 진오비 모자동실의 찐~한 경험이 아니었다면 낮에도 모자동실 못했을 것 같아요.

두번째, 조리원에 가면 모유수유 실패 확률이 높은가. 이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우선, 실제로 모유수유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초기에 아기가 배고파 할 때 마다 먹이고, 밤중 수유를 해야 젖양이 느는데 - 아기가 배고파 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아기와 계속 함께 있어야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유두혼동이 왔거나 가슴의 모양 때문에 아기가 잘 빨지 못할 경우 아기가 울기 전, 그러니까 배가 막 고프기 시작할 무렵에 시도해야 그나마 순조로운 수유를 기대해 볼 수 있는데- 조리원에서 아기와 떨어져 있게 되면 아기가 배고파서 울 때에야 수유콜이 오기 때문에 이미 늦거든요. 그럼 아기는 아기대로 화가 나서 울고, 빨리기는 점점 더 어렵고, 아기가 마구 울어서 수유실 분위기를 해치게 되니 눈치 보이고, 결국은 우유병에 분유를 담아서 주게 됩니다. 이게 반복되면, 아기는 점점 더 우유병을 기다리게 되고...젖 양은 점점 늘지 않게 되고.... 점점점 분유수유량이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이 되더라구요. (물론 주변을 보니 아기가 빠는 힘이 좋고, 유두 혼동이 없고, 유두 모양이 좋고, 엄마의 젖양이 충분할 경우에는 조리원에서 수유콜에 응답하는 정도로도 이후 집에 돌아오면 완전모유 혹은 혼합수유를 하는 데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아기와 엄마의 상태를 미리 알 수가 없다는... ㅎㅎ )

또, 신생아가 모유를 먹게 되면 더 자주 깨서 울고 자주 먹어야 하기 때문에,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관리하시는 분들이 분유 수유를 권하는 면이 좀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기 배고파서 안 된다" "엄마도 쉬어야 된다" 등등등. (이건 조리원만 그랬던 것은 아니구요, 저는 집에 돌아온 뒤 출퇴근 산후도우미를 2주 썼는데 그분도 걸핏하면 '분유 탈까요?' 를 외쳤습니다.) 또한, 밤중수유를 건너뛸 수 있는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새벽 수유를 분유 수유로 대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ㅠㅠ-- 모유수유 전문가들에 따르면 새벽 수유가 젖양을 늘리고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계속 거르게 되면 이후 양이 충분히 늘지 않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조리원에서 상당양의 분유 보충을 하던 아기는 집에 와서도 해 주어야 하는데, 모유량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보충량과 모유량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초보 엄마로서는 아기가 왜 우는지, 배가 부른지, 고픈지, 모유가 충분한지, 부족한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요.

그렇다면 조리원은 모유수유의 적인가. 그렇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 모유수유를 지원하는 조리원의 경우 모유 실장을 두고 있어서, 제 경우처럼 아기가 유두혼동이 왔다던가, 유두의 모양이나 가슴의 상태 때문에 초기 수유가 쉽지 않을 경우에는 사실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빠는 힘이 좋아지기 때문에, 가슴의 상태와 관계 없이 잘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만, 초기에는 젖도 잘 돌지 않을 뿐 아니라 아기도 너무 어린 신생아라 약간의 유두혼동이나 유두 모양의 어려움만 있어도 빠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하거든요. 이 때 초보 엄마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데.... ㅠㅠ 아기는 배고파하고.... 잘 물지는 못하고.... ㅠㅠ 제가 갔던 조리원에서는 모유 실장을 비롯해서 신생아를 돌봐주시는 분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매번 수유 자세, 물리기 등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아기가 잘 빨지 못해 젖이 불거나 유관이 막혀 있을 경우, 마사지를 통해서 해결해 주기 때문에 젖몸살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구요. 또 소아과 의사가 회진을 하고 신생아실에서 상태를 꼬박꼬박 기록하기 때문에 아기 상태가 어떤지 (예> 황달 등), 잘 먹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는 점도 안심이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저는 조리원 입소 초기에, 아기가 혀로 유두를 낼름낼름 밀어 내는 것에, 그리고 우유병을 내놓으라고 우는 것에 놀라서... 이후에는, 낮에 거의 아기를 방에 데리고 모자동실을 하면서 모유수유 익히기에 힘쓰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제가 있던 조리원에서는 모유실장이 방으로 찾아와서 도와주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흔히 말하는 '조리원 천국'은 경험해 보지 못했고..눈물을 종종 흘리면서 '육아캠프'처럼 조리원을 이용했던 것 같아요. (대신 그 좋다는 조리원 동기도 하나도 만들지 못해서... ㅠㅠ 진오비에서 만들어주신 순5모임이 아니었다면 정말 혼자가 될 뻔 했지요...) 대신 그 덕분에 조리원에 머무는 동안 점점 분유 보충량이 줄어들었고, 아기도 저도 많은 연습이 되었고 (중간에는 유두 보호기까지 썼어야 했거든요... 잘 못 물어서..)결국은 유두 혼동을 극복하고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큰 어려움 없이 완모할 수 있었습니다.

자..그럼 저의 결론은 무엇일까요.

출산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 산후조리원에 갈 것인가. 초산인 분들에게 조리원을 권할 것인가.

...음.... 저는 다시 돌아가도 갈 것 같아요. 대신, 지금의 경험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낮 뿐만 아니라 밤에도 아기를 옆에 두고 있을 것 같지만요... 대신 너무 피곤하거나 할 때는 편하게 아기를 부탁하고, 마사지 실컷 받으면서 쉬고.. 그럴 것 같아요. ㅋㅋ (만약에 아주 좋은 산후조리도우미를 만날 수 있다면 안갈지도 모르겠지만요.....조리원에서 좀 외로웠거든요. 근데 좋은 도우미 찾기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초산인 분들에게.. 권할 것인가.

앞서 말했다시피 모유수유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분이라면 조리를 위해서는 확실히 강점이 있는 것 같구요..

(참... 저는 열심히 모유수유를 위해 노력하긴 했지만, 그건 분유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모유가 아기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제가 아기에게 젖을 주는 시간을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유축과 우유병소독, 분유타기를 매우매우 귀찮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구요...ㅎㅎ 엄마가 사랑으로 주는 것은 분유건 모유건 관계 없이 아기에게는 모두 좋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모유수유를 꼭 하고 싶은 분이라면....조리원을 '육아캠프' 처럼 이용할 각오가 있다면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조리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서 지내실 경우에는 3주차에 집에 왔을 때 '멘붕'을 겪으면서 이후 모유수유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산후조리원이 모유수유를 어렵게 만드는 면이 무척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 회음부 회복에 필수적인 좌욕이나, 산후 부기를 내리는 마사지나, 식사나, 청소, 빨래 등등이 모두 제공되고 외부 방문객을 모두 차단해 주기 때문에, 산모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아기 돌보기를 익히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몸은 힘들었지만, 제 경우는 조리원 육아캠프가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집중해서 아기를 알아 가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쓰다 보니 글이 매우 길어졌네요. 아기가 잘 때를 기다려 새벽에 쓰다 보니 그렇습니다. ㅋㅋㅋ
이상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고.... 조리원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사실 조리원 천국을 누린 분들의 경험도 궁금해요... ㅎㅎㅎ
순5분들 중에는 조리원 대신 산후도우미만 쓰시고도 매우 좋은 경험을 하신 분들도 있으신 것 같더라구요.

돌이켜보면, 뭘 그렇게 애태우면서 걱정하면서 지내왔나, 싶은 시간들인데.....
처음 겪는 일이고, 모든 게 어려웠던 시기이고, 그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면, 초보 엄마에게 도움을 주는 글들도 많지만, 쓸데없이 죄책감(?)을 갖게 하는 글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임신 기간동안 진오비 홈페이지의 많은 균형잡힌 정보들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이 공간이, 그렇게 귀하게 품어서 무사히 세상에 나온 생명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서로 서로 돕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두서 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기를 데리고 뭘 할 수가 없어서 글을 올리기가 쉽진 않겠네요...ㅋㅋㅋ 잠도 자야 되는데 말이죠!

모두 화이팅입니다.







댓글

저도 조리원 추천이요. 전 아기가 1달 이른 둥이라 몸무게도 적게 나가서 황달도 빨리오고 유두모양도 한쪽이 안좋아서 조리원에서는 거의 유축만 했어요.집에와서 맨붕이 오긴 했지만 지금 완모중이예요~  등록시간 2016-02-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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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_da [2016-04-22 16:05]  y00815 [2016-02-15 14:23]  박군마누라 [2016-02-12 23:51]  ohprincess [2016-02-12 22:41]  달콤짱짱 [2016-02-12 14:23]  봄봄이 [2016-02-09 10:05]  xingxing [2016-02-08 21:38]  최현희 [2016-02-05 15:21]  심상덕 [2016-02-05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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