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
작가: 오귀스트 르노아르
소장: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피터즈버그 미술관

화가  르누아르는  "만일 여인의 유방과 엉덩이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에는 여성의 유방을 강조하여 드러낸 그림이 많다. 목욕하는 여인들, 앉아 목욕하는 여인, 햇빛 속의 누드 등. 만일 여성의 유방을 그리면 안 된다는 법이 제정이 되었다면 르누아르는 작품 활동을 못했거나 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명성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그림에서 유방과 엉덩이를 드러낸 모습으로 표현한 여성들은 대부분의 누드화들이 그렇듯이 섹시한 느낌을 주는 것이거나 아니면 청순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의 그림 중에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는 그런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섹시함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온화하고 행복한 느낌을 줄 뿐이다. 자신의 아내가 아들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같은 유방이라도  몸을 살짝 돌려 유방이 드러날 듯 말듯한 젊은 여성의 유방을 보는 것과 아이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일부만 살짝 드러낸 어머니의 유방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루벤스의 그림  "로마의 자비 (시몬과 페로)"는 어떤 노인이 젊은 여성의 유방을 빠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폐륜스러운 그림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용을 알고 나면 폐륜이라고 할 수는 없는 그림이다. 밥을 굶겨 죽이라는 처벌을 받고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젖을 먹이는 딸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딸은 매일 감옥을 찾아가 음식을 못 먹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모유를 먹여 건강을 지켜주었다고 한다.  로마의 역사학자 발레리우스 막시무스가 썼다는 "로마의 기념할만한 업적과 기록들"에 나오는 내용을 루벤스가 그린 것이라고 하니 사실에 기초한 그림인 모양이다.

두 그림은 목적은 다르지만 모두 수유를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주제다. 모유 수유는 여성들만이 지는 오래되고 고단한 의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기에게 먹이를 먹일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인간 여성뿐 아니라 모든 포유류는 모유 수유를 한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지만 사람은 모유가 잘 나오지 않거나 직장에 일찍 복귀해야 하는 경우 등 사정에  따라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하고 분유 수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비록 소의 젖이든 양의 젖이든  아기는 젖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어미의 젖에 의존하지 않는 다른 동물도 어린 시기에 어미의 존재가 중요하다. 더구나 모유라는 먹이를 가진 어미의 존재는 아기의 생존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젖을 먹이는 것에 따르는 단점 혹은 불편함도 적지 않지만 젖을 먹이는 것 즉 포유에 따르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에 많은 포유류가 험난한 자연환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았다. 그래서 모든 포유동물은 새끼를 먹이기에 충분한 수의 젖꼭지를 가지고 있다. 포유류에서 젖꼭지 한쌍의 수와 한번 임신에 출산하는 새끼의 수는 비슷하다. 왜 마리당 하나가 아니고 한쌍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혹시 한쪽이 기능을 못 했을 때 대신하기 위해 서거나 아니면 쉬면서 다음의 수유를 위해 재충전하는 예비용인 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로 각종 포유동물당 젖꼭지 수와 한배에 낳는 새끼의 수는 다음과 같다.

영장류 2개  (새끼 1~2마리)
말 2개  (새끼 1~2마리)
소 4개 (새끼 1마리)
곰 6개 (새끼 2마리)
개 6~10개  (새끼 2~10)
고양이 8개 (새끼 4~6 마리)
토끼 8개 (새끼 4~8마리)
쥐 10개  (새끼 6~8마리)
돼지 14개 (새끼 8~12마리)

이렇게 포유동물에게 젖꼭지를 포함한 젖과 모유는 중요하다. 그러나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포유동물 수컷에게도 젖꼭지가 있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다. 소수의 동물에서는 수컷이 수유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젖꼭지가 있어야 하겠지만 거의 대부분 포유류에서는 수컷은 임신도 하지 않고 수유도 하지 않는다. 하지도 않는 모유 수유를 위해 젖꼭지가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하여는 확실한 정설은 없지만 호주의 시드니 대학 교수이자 인류학자인 스티브 주안 교수가 2006년에  쓴 ""이상한 몸""이라는 책에서 한 가지 가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안 교수는 남자에게 젖꼭지가 있는 이유를 발생학적 관점을 가지고 설명했다.  태아는 처음에는 여성으로 발달하다가 발생 시기의 어느 시점에 남자 아기는 남성 호르몬으로 남성의 특징을 가진 쪽으로 발달하고, 여자 아기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여성의 특징을 가진 쪽으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자 아기라도 이미 형성된 젖꼭지는 남아 있게 되는데 남자에게 젖꼭지가 있다고 해서 특별히 불리할 것이 없어서 남자도 젖꼭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태어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물론 그의 설명이 맞는지 어떤지 알 길은 없다. 그의 가설이 맞는다 해도 출산하고 나서 수컷이 모유 수유를 하도록 진화하지 않은 이유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한 하나의 가설은 생리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총 균 쇠"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학자인데 그가 "총 균 쇠"를 쓴 것과 같은 해인 1997년에 "섹스의 진화"라는 책을 썼다. 그 책의 일부 내용을 아래 옮겨와 본다.

"수컷의 수유 문제는 포유류 종 가운데 수컷의 양육을 필요로 하는 10 퍼센트의 경우에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적은 수의 종에는 사자, 늑대, 긴팔원숭이. 그리고 우리 인간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러한 종의 동물들이 수컷의 양육을 필요로 한다고 하더라도 수유를 아비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형태의 양육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사자가 제 새끼를 위해서 진정해야 할 일은 새끼 사자의 목숨을 노리는 하이에나나 다른 사자들을 쫓아 버리는 일이 아닐까? 또한 수사자는 새끼 곁에 앉아서 젖을 물리기보다는 (그 일은 좀 더 몸집이 작은 암사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밖으로 나가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고 몰래 침입하는 적을 물리치는 것이 마땅하다. 아비 늑대가 새끼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은 보금자리를 떠나서 사냥을 해서 고기를 물어와 어미 늑대에게 먹여 그 고기를 젖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수컷이 굳이 젖을 먹이는 쪽으로 진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이해가 간다. 이쯤에서 다른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환경에 대하여 더 적응을 잘하는 생명체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이 진화의 기본 법칙이다. 살아남은 모든 생명체는 환경의 영향과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던 원시인에서 이제 남녀가 공히 먹이 사냥 (직업 활동)에 나서는 현대에는 굳이 여성만이 수유를 맡아서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자도 자신의 젖에서 스스로 모유 (아니 이 경우는 모유가 아니라 부유가 되겠다.)를 만들고 수유를 하는 쪽으로의 진화가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자이네코마스티아 (gynecomastia, 남성의 여성형 유방)라고 해서 남성에서 유방이 발달하고 심지어는 젖도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 병적으로 나타나는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다. 남성의 젖이 진화하여 남성 수유가 보편화되는 시대가 온다면 남성에게 혹은 여성에게 그로 인한 손해가 클지 이득이 클지는 모르겠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말처럼 여성만이 누릴 수 있었던 아기와의 특별한 정서적 유대를 남성 역시 경험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잠재적 이득 (교수의 표현)을 주는 쪽이 될 수 있다. 반면 수유하는 여성만이 감당해야 했던 여러 고통 즉 밤중 수유나 기타 등등을 남성 역시 감당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잠재적 손해 (나의 표현)를 주는 쪽이 될 수도 있다. 젖먹이 쌍둥이를 둔 엄마의 1일 필요 열량이 신병 훈련소에 입소한 군인의 필요 열량과 맞먹는다는 교수의 주장을 빌어다 쓴다면 비록 쌍둥이가 아닌 한 명의 아기를 키우는 경우에는 그  노동 강도는 다소 적겠지만 그래도 신병 훈련에 가까운 노동을 1년 내내 한다고 생각하면 그 고난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진화가 일어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설사 남녀 모두 수유가 가능한 쪽으로 진화가 일어나더라도  진화란 수백수천 년의 오래 세월에 걸쳐서 일어나는 일이라 내가 살아 있는 당대에는 내가 아기를 수유할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아내도 폐경이 돼서 더 이상 아기를 낳을 일도 없기도 하지만. 다행이라 해야 할지 불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토막 정보]

모유와 분유의 영양학적 차이

수분 함량은 모유나 분유나 비슷하다.
단백질은 모유가 분유보다 적지만 소화가 잘 되는 형태의 단백질이 모유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어 소화가 더 쉽다.
지방은 모유나 분유나 함량은 비슷하지만 모유가 더 흡수가 잘 된다. 불포화 지방산의 함유 비울이 모유가 분유보다 4배 높다.
탄수화물은 모유는 충분하지만 분유는 부족하다.
모유에는 면역물질을 생산하는 비피더스라는 균이 있어 아기의 몸에 나쁜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하여 설사나 폐렴, 기생충이 생기는 것을 예방해 준다. 분유에는 비피더스라는 균이 없어 설사나 위장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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