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이니만큼 한자(漢字)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지요.
그래서 한자에 대하여 저도 잘 모르지만 한문 공부의 의욕을 북돋울 수 있도록 어줍잖지만 몇번에 나누어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한자라고 하면 고리타분한 학문이라 생각하고 시대에 뒤떨어질 뿐 아니라 한글과 비교하여 형편 없는 문자 체계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자는 한글보다 훨씬 오래 전에 만들어져서 한글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발전시켜온  글자이니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자가 가진 단점 때문에 요즘의 디지털 세상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일단 한자가 가진 장점 중 가장 큰 것이면서 본질적인 것은 그것이 뜻글자라는 점입니다.
한글이나 영어는 표음문자(表音文字)라고 해서 말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것으로 소리글자라고도 불리우는데 반하여 한자는 표의문자(表意文字)라고 해서 뜻이나 사물의 모양을 흉내내어 나타낸 글자라는 의미에서며 뜻글자라고 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면  위쪽 할 때의 "위"라는 것을 나타낼 때 한글로는 "위", 영어로는 "up"이라고 하며 한자로는 상(上)이라고 합니다.
한자의 上 자는  땅 혹은 기준이 되는 무엇인가의 위쪽에 있다는 의미로 가로의 기준선 윗부분에 점 하나 찍은 것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즉 이것을 상으로 읽는지 어떤지 하는 것은 따로 배워야 하지만 이 글자를 어떻게 발음하는지와는 무관하게 대충 무엇인가의 위쪽에 있다는 의미라는 것은 글자를 보아서도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자는 따로 배우지 않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표음문자로는 "위"라는 글자에 대하여 그것을 어떻게 발음하고 어떤 의미인지 따로 배우지 않고 그저 위자를 보고서는 도저히 무슨 뜻인지 가늠해 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지금은 표현해야 할 단어들이 복잡해지고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불편하여 글자의 갯수가 적은 표음문자들보다 배우기가 더 어렵기는 하지만 예전 알아야 할 사물의 갯수가 많지 않았을 때는 이런 단순한 표현법이 훨씬 유리했을 것입니다.

이런 것은 윗 상(上)자나 아래 하(下)자 뿐이 아니며 숫자를 나타내는 一二三四五 등 매우 많습니다.
윗 상이나 아래 하는 반대되는 의미라서 글자 두개가 상당히 흡사합니다.
그러나 한글 위나 아래는 생긴 모양이나 발음이나 어떤 부분에서도 연관성을 찾기 힘들며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따로 배워야만이 그때서야 그 의미가 다가옵니다
한자로는 작대기 하나인 일자만 봐도 한개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한글 "하나"나 영어 "one"은 그것만 봐서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한자는 직관적이고 이미지적인 글자라는 것이며 글자 자체가 이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 이모티콘이 한자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긴 말 대신 간단한 이모티콘 하나로 감정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바디 랭귀지도 마찬가지로 한자와 같은 맥락의 것입니다.

지금은 글자들이 복잡해져서 아주 예전 한자가 처음 생길때와는 다르게 글자만 봐서는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고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불편합니다.
그러나 한자의 이런 특성을 알고 읽는다면 글자를 읽음으로써  받게되는  의미가  한글과는 좀 다르게 무언가 좀더 깊숙이 와닿는달까 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한글은 그저 말이 가진 그 의미가 다이지만 한자는 그림을 볼 때와 같은 그런 감동까지는 아니라도 의미 전달에서 장점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특징과 관련된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글로 위라고 했을 때는 그것이 윗방향으로의 위(上)를 말하는 것인지, 내부 장기를 뜻하는 위(胃)를 말하는 것인지 혹은 1위 2위할 때의 위(位)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고 전체 문맥을 통해서 판단해야 하지만 한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면 바로 의미가 옵니다.
上 자도 그렇고 조금더 공부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胃 자도 그렇고 사람이 섰다는 의미의 位 자도 그렇죠.

어떠세요?
이제는 한자가 그저 고리타분하기만 한 학문으로만 보이지는 않죠?
여하튼 사설이 길었는데 앞으로 시간되는 대로 재미있는 한자 혹은 알아두면 좋을만한 한자성어를 배워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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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산모 [2013-12-21 18:07]  
#2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3-12-21 18:39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어쩜.... 그 어려운 한문을 재밌게 함 배워보고 싶은 맘이 들게끔 글을 요로콤 잘 쓰셨나요?^^   훈장님 글 보니 하나하나 뜻을 이해해가면서 차근차근 배움 될 것 같아요!  의미가 전달되는 한문만큼이나 '수화'가 만국 공용어라면 참 좋겠단 생각이 문득 스치네요^^  모두가 조용히 손짓만으로 대화가 되며,  그 누구도 언어로 소외받지 않고... 괜찮죠? ㅎㅎ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3 dyoon 등록시간 2013-12-22 03:3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이모티콘을 한문에 비유한거 참 새로운데요~~ 상형문자 표의문자 복잡해지면 외우기는 어려운데 재미있긴 재미있어요^^
#4 동민 등록시간 2013-12-22 18:4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설마 나중에 쪽지시험 보자고 하시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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