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화가들이 자신의 자화상을 그립니다. 그러나 고흐만큼 많은 자화상을 그린 화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미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학생 때 미술책에서 자화상을 본 화가로는 렘브란트와 고흐 정도 밖에는 기억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유달리 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린 이유는 제 추측이기는 하지만 그의 삶의 행로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술가들의 삶이란게 원래 파란만장 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세속적인 의미에서 고흐처럼 불행한 삶을 살다 간 사람도 없습니다. 세속적인 의미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얻는 희열의 측면은 별도로 치고 흔히 대부분 인간들에게 중요한 돈과 명예와 권력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고흐는 동생으로부터 빵 살 돈을 얻어 그 돈으로 빵을 사는 대신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려야 했을 만큼 경제적으로 항상 쪼들려야 했다고 합니다. 뿐 아니라 평생 독신으로 지내면서 따뜻한 가족애를 맛보지도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인 조카를 한번이라도 보기 위해 촛불에 올린 자기 손가락이 타들어 가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허락 받지 못했을 만큼 남녀간의 사랑도 누려 보지 못한 채 외로운 생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살아 생전에는 한번도 제값을 받고 그림을 팔아 본 것이 없을 정도로 미술가로서의 진가를 제대로 평가 받지도 못했습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초상을 돈을 받고 그려 줄만한 처지도 아니고 멋진 경치를 찾아 작품 여행을 떠나 볼 입장도 아닌 상황에서 그가 그릴 수 있는 것이란 모델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그 자신의 모습 밖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자화상을 보면 원래도 그리 잘 생긴 얼굴이 아니지만 그 얼굴에 녹아 있는 생의 고단함과 아내나 자식도 없이 자화상 밖에 만만하게 그릴만한 게 없었던 그의 인생의 쓸쓸함으로 하여 가슴이 싸해 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품 감상의 좋은 태도는 아니겠지만 저는 고흐의 그림에서만큼은 위대한 화가로써 존경의 마음보다는 오히려 안쓰러운 연민의 감정을 더 느끼게 됩니다.
아래 그림 중 맨 위의 그림은 1898년에 발작 증세로 셍레미 요양원에 있으면서 그렸다는 자화상입니다. 초췌한 모습을 나타나는 데 적격이기도 했겠지만 그림 물감이 모자라서 단색으로 얇게 발라서 그렸다고 하는 그림입니다. 그 아래 것들은 그가 그린 자화상들입니다. 빵과 바꾸었던 붓터치 하나 하나에서 그의 길지 않았던 인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힘든 삶을 뛰어 넘어 위대한 작품을 남긴 그의 열정에 대하여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고흐이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베토벤이며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는 니체입니다. 세사람 모두 독신으로 살았고 평온하지 않은 삶을 살다가 갔죠. 물론 저야 독신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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