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온통 모래 뿐인 사막이었다
열대의 사막이지만 태양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를 뿌연 하늘과 여인의 둔부 같은 모래 능선이 있을 뿐이었다
간간히 있을 법한 선인장이나 메마른 잡목도 보이지 않는다
문득 낙타가 끄는 대상이라도 지나가면 좋으련만 아무리 둘러 보아도 오직 모래 뿐이다
어디가 앞인지 어디가 뒤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가야할 방향도 알지 못하겠다
움직여야 하지만 발은 늪에라도 빠진 것처럼 제자리에서 끄집어 빼낼 수가 없다
아니 정확하게는 움직일 수 있는 발이 없었던 것도 같다
그러고 보니 내 몸에는 날카로운 가시들도 돋은 것처럼 보인다
가시는 내 살을 파고 들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 다른 사람을 찌르기라도 할까봐 못내 걱정이 되었다
자세히 보니 나는 원래부터 그곳에 있던 선인장, 다가서기 두려운 선인장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와서 다치지 말아야 할텐데.....
그러나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줄기 안에는 시원한 즙을 담고 있었지만 바깥으로 흐르지 못했다
줄기라도 꺽어 피와 같은 과즙을 보여 주고 싶었지만 상처가 두려운 이들은 아무도 다가 오지 않았다
긴 오후처럼 꿈은 쉽게 깨어나 지지 않았다
꿈에서 깨었을 때 젖은 배개닢은 너무 더운 열기로 인한 땀 때문이거나 아님 살 속으로 파고든 가시가 아파서 였기 때문일 거다
웃으면서 그렇게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원래부터 태양은 없었고 가시도 통증을 주지는 않았다
굳이 외로움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옆에 다른 선인장 하나쯤 있었다면 혹시 좀 다르게 느껴졌을까?
다시 꿈으로 돌아간다면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뿌리라도 뽑아 옆 언덕으로 넘어가 보고 싶다
혹시 나처럼 혼자 선 선인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있다면 가시가 밖혀 아프더라도 꼭 안아 줄 것이다
그리고
넌 혼자가 아니라고, 나도 그랬다고 말해주리라
그렇게 말해 주리라
우리는 다 가시가 있지만 마주 안아 찔려서 아픈 고통은 혼자 선 외로움보다 결코 견디기 어렵지는 않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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