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3월. 북구의 로마라는 말 그대로 그다지 따스한 날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다소 서늘한 온도라서 거리를 산책하기에는 괜찮았다.
바츨라프 광장은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해서 많은 관광객으로 붐벼서 1968년 봄의 광장의 함성은 수많은 관광객들의 재잘거리는 소음이 대신했다.
그러나 광장은 광장이라기보다는 긴 거리에 가까웠는데 내게는 그저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좀 달랐고 건물의 모습이 다르기는 했지만 서울의 여의도 공원이나 광화문 광장과 별반 다른 것은 없었다.
늘어선 기념품점과 레스토랑들 때문에 조금의 들뜬 기분을 준다는 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소풍가서 느끼는 가벼운 흥분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보면 우리네 삶이란 것도 일상의 권태와 소풍이 주는 흥분의 사이인 것도 같다.
사랑과 무관심의 사이, 만남과 이별의 사이, 빛과 어둠의 사이,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의 사이, 요람과 무덤의 사이등 어쩌면 모든 것이 다 무엇과 무엇의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이 순간은 설레임과 두려움의 사이쯤 될까?
운명적으로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레임과 그녀를 결국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사이 말이다.   
때때로 상념에 잠기는 나를 그녀의 목소리가 현실로 데리고 왔다.
"생각보다 별로 볼 게 없으시죠? 사실 관광지들이 말은 그럴싸한데 막상 실제로 보면 별로라고들 하시더라구요. 어디 들어가서 커피라도 한잔 드시겠어요?"
말없이 걷기만 하는 내가 좀 불편했던 모양이다.
사실 나야 광장에 있는 동상의 인물에 대하여도 그렇고 과거 민주화 항쟁에 대한 것도 그렇고 별 관심이 없기는 했다.
다만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불쑥 프라하에 와서 내가 정말 그녀를 만나게 되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인가 자문해 보았다.
그녀가 재차 질문을 던졌다.
"서울은 지금 늦은 밤 시간일텐데 시차 때문에 피곤하지 않으세요?"
"괜찮아요.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군요."
"프라하 커피 맛 괜찮은데. 커피 한잔 드시겠어요?"
"예 좋을대로......"
"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께요."
"잘 아는 집이 있는 모양이군요?"
"그냥 제가 가이드 하는 분들 모시고 가끔 가는 집인데 여기서 멀지 않아요."
난 사실 커피는 우리나라의 믹스 커피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커피숍에 우아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것에는 그리 익숙하지가 않다.
왠지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또 값이 너무 비싸서 아깝기도 하고 해서.
그러나 조금 걸었더니 다리도  피곤하던 차여서 그녀가 안내하는 커피숍에서 잠시 쉬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여기서까지 와서 믹스 커피에 설탕 잔뜩 넣은, 커피도 아니고 설탕물도 아닌 것을 찾는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건 나 혼자 있을 때 은밀히 즐기는 비밀 같은 것으로 두는 것이 내 이미지를 깍아 먹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그런 선입견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커피야 말로 취향인데 블랙으로 먹는 사람은 멋있어 보이고 설탕 잔뜩 넣어서 먹는 것은 교양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전에 어떤 꼬맹이 숙녀한테 그런  모습을 보였다가 이상한 아저씨라는 소리까지 들은 적도 있었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커피의 진한 향내를 맡으면서 크고 검은 창을 통해 거리를 여유롭게 지나는 사람들을 보니 비로소 내가 서울을 떠나 먼 이국에 여행 온 기분이 났다.
그리고 나를 안내하는 그녀의 얼굴도 처음으로 자세히 보았다.
보기보다 미인이었다.
검은 눈에 여자치고 짙은 눈썹, 내가 좋아하는 꽁지머리까지, 가이드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가이드를 하는 사람의 외모가 딱히 어때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겠지만 왠지 가이드나 하기에는 좀 아까운 미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업이야 무대미술 디자인이기는 하겠지만......  
테이블이 비교적 넓었기 때문에 건너 편에 앉은 그녀를 보아도 그리 민망한 거리가 아니라 다행이다.
때로 너무 짧은 거리에서 상대의 얼굴을 보는 것은 불편한 적이 많아서 내가 진료하는 책상은 비교적 넓은 편이었다.
가까이 앉았다고 해도 내 속의 생각이나 체취가 전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릴 때부터 누군가와 가까이 함께 있은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 상황은 익숙치 않았다.
심지어는 부모님과도 그런 가까운 거리를 해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는 그런 불편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았지만 간혹 상대가 생각하는 적당한 거리와 내가 생각하는 적당한 거리가 달라서 오해를 살 때가 있었다.
빤히 쳐다 보는 것을 의식해서였는지 그녀가 서둘러 침묵을 깼다.
"선생님은 프라하는 처음이세요?"
"프라하에 처음 온 거지만 프라하 뿐 아니라 해외 여행 자체도 상당히 오랫만인 것 같군요."
"서울에서는 무슨 일 하셨어요?"
연하고 부드러운 김이 올라오는 커피를 내려 놓으면서 그녀가 그런 질문을 한 것은 아마 앞으로 안내해 볼  장소를 정하는 데 있어 참고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 지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 탓이리라.
병원에 비치하는 물건을 살 때도 그렇고 무엇인가를 살 때 병원에 들어갈 물건이라고 하면 혹은 내가 의사라고 하면 겉으로는 부러워하고 대단하다는 인사 치례의 말을 하기도 하지만 속으로는 "칼만 들지 않은 도둑놈"이라는 광범위한 선입견 때문인지 가격도 바가지를 씌워서 부르는 적이 많아서 보통은 사무실에 쓸 물건이거나 매장에 진열할 물건입니다하고 대답하고는 했다.
물론 내가 의사라고 해서 그녀가 무슨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로서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보니 그리 길지 않은 대화를 통하여서도 이 사람이 어떤 쪽의 사람인지에 대하여는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 산부인과 조그맣게 개업하고 있습니다."
의료 분쟁으로 인하여 의사라는 업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고 의사질 그만둘 생각으로 며칠 전에 병원을 폐업하고 여기로 온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복잡한 마음 때문에 프라하를 찾은 것인지 아니면 5년전에 내가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한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나를 여기로 이끈 것인지 사실 알 수 없기도 했다.
"유민양은 무슨 공부하고 있나요? 아 무대미술이라고 썼지요. 어떤 건가요?"
"무대미술은 그러니까...음....혹시 마리오네트라고 아세요? 일종의 인형극 같은 것인데......"
"그런 목각 인형극을 언젠가 TV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예. 그런 거예요. 체코 아니 그 중에서도 여기 프라하가 그 마리오네트가 유명해요.유럽에서 제일 발달했다고 할 수 있어요. 마리오네트도 그렇고 그런 무대미술이나 장치가 상당히 발달해서 그걸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이 종종 있어요. 저는 온지 이제 한 4년쯤 됐어요."
"마리오네트라....한번 보고 싶군요."
"1주일 예정으로 계신다고 하셨죠?  시간은 충분하니까 관심 있으시면 내일이나 모래라도 혹은 가시고 싶을 때 언제든 말씀하시면 제가 안내해 드릴께요."
"그래야 겠군요."
약간 흐리던 날은 조금 개어서 창밖에는 오후의 햇살이 관광객들의 머리 위로 살포시 내려 쪼이고 있었다.
대여섯명씩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 중에는 동양에서 온 사람들처럼 보이는 무리도 가끔 있었지만 대개는 큰 키에 긴 얼굴을 한 북구 유럽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유민양은 대학원 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 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시간 내기도 어려울 것 같고....."
"시험 기간이나 그럴때는 하기 어렵지만 그외 기간에는 괜찮아요. 지도 교수님께 말씀 드려서 허락을 받았어요. 워낙 생활비에 학비까지 제가 벌어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거든요. 그래도 다른 친구들보다는 가이드 일은 편한 편이예요."
"그렇군요. 그럼 주로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을 안내하겠군요?"
"아무래도 한국분이 제일 많지만, 영어권에서 오시는 분도 간혹 가이드해요."
"영어도 잘하는 모양이군요."
"아니예요. 선생님. 잘하는 건 아니고 그냥 가이드 영어야 그리 어렵지 않아서요.  학생때 배운 걸로 우려 먹는 거죠. ㅎㅎ."
해맑게 웃는 모습이 귀여운 아가씨였다.
덕분에 프라하로 오기까지 꿀꿀한 기분도 약간 덜어지는 듯 했다.
역시 사람은 젊고 활기찬 사람 옆에 있다 보면 그 기분이 약간씩 전염되는 모양이다.
흔히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것들만 전염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분이나 행동도 전염이 된다는 것은 전문가들은 잘 아는 내용이다.
우울증이나 자살한 병력이 있는 가계에 그런 사람이 많은 것은 유전적인 영향도 있지만 집안의 분위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멀리 갈것도 없이 하품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같이 하품을 하게 되는 것도 기실 비슷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 여행의 가이드를 맡아준 여자가 유쾌하고 즐거워 보이는 성격이라는 것은 다행이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5년전 서울에서 한때 함께 시간을 보냈던 나탈리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그녀도 그렇게 자주 웃었는데,  지금 이곳 어디쯤에 있기는 한 건지......
"선생님. 산부인과 의사는 왜 하시게 되셨어요?"
그녀가 다소 뜬금없이 질문을 던진 건 아마 단순한 호기심 때문일텐데 아마 남자 산부인과 의사들이라면 수도 없이 많이 들었을 질문일 것이다.
"산부인과를 왜 선택했나라.....글쎄요..."
"제가 그동안 가이드 한 분들 중에 의사분들도 몇분 계시기는 했는데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처음이라서요."
"산부인과 의사를 하게 된 것은....음. 내가 여자를 좋아해서예요."
"예???"
그녀가 약간 놀라는 듯했다. 정말 놀란 것인지 놀라는 척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니 바람둥이라는 건 아니고요."
남자가 여자가 좋다는거야 당연한 것이고 놀랄 이유가 될만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그녀가 예상한 대답과 많이 멀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산부인과 의사든 다른 진료 과목의 의사든 의사를 평생의 업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대부분 사람들은 사명감이나 하다못해 명예욕 또는 경제적 안정 때문이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그런 상투적인 대답을 굳이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잘 모르는 사람이나 말을 길게 이어가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그렇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데, 유민양. 프라하에 대하여 안내 받으려 온 사람은 나고 질문해야 할 사람은 나 아닌가? 하하"
요즘 몇달 동안 처음으로 웃은 것 같다.
아니 웃었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웃지 않으면 너무 심각한 대답이 될 것 같아서이기도 했지만 왠지 마음이 좀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맨 위까지 채운 셔츠의 단추를 하나쯤 더 풀었을 때처럼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여행이 주는 이완감 때문 아니면 진한 커피의 카페인이 가져다 준 흥분 때문인지 모르겠다.
"제가 초면에 버릇없이....죄송해요."
"아니예요. 그냥 해 본 소리니까 너무 죄송해 할 필요없어요. 그보다 무대미술은 언뜻 생각해 봐도 여자가 하기에는 좀 힘든 일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예. 선생님. 많이 힘들어요. 그래서 여자애들은 잘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그렇게 무언가 제 주변을 꾸미고 인형을 가지고 논다는 것이 좋아서 부모님께서 반대해도 이쪽을 더 공부해 보고 싶어서 온 거예요."
"대학은 프라하 대학교 미술대학원에 다니신다고 했죠? 프로필에서 봤습니다."
"예"
"미대라면 프라하 의대는 잘 모르겠군요."
"의대요? 같은 캠퍼스에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잘 모르죠."
막연하게 혹시 연결고리가 있을까 했는데 그런 것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쉽게 연결이 될 수 있다면 운명이 여신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인간사를 베베 꼬이고 뒤틀고 이러저리 숨겨 놓아서 쉽게 풀리지 않도록 해 놓는 것이 내가 아는 운명의 여신의 행동 양식이었다.
잠시 허탈했지만 처음부터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러려니 생각했다.
"근데 선생님은 프라하는 왜 오시게 되셨어요? 관광 목적으로는 보통 하루나 이틀만 머물고 가시는 분이 대부분이거든요."
"........사람을 좀 만날까 해서 왔습니다."
"누구 만나기로 하신 분이 있으신가 봐요?"
"만나기로 한 건 아니고, 그냥 어쩌면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이곳 프라하에 사시는 분이시겠지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도 여기 사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어머. 그럼 그냥 무작정 만나러 오신 거예요?"
"5년전에 만났던 사람인데 아직도 여기 살지 않을까 해서요. 주소나 전화번호 같은 연락처는 모릅니다."
"제가 찾는 것 도와드릴까요? 남자분이세요, 여자분이세요?"
호기심이란 사람을 약간 흥분 시키는 작용이 있는지 그녀의 눈이 조금 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여자입니다."
"여자라면 혹시 좋아하시는 분?"
좋아하는 분이라니....남자가 여자와 아는 관계가 좋아하는 것 밖에 없는지....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냥 아는 사람일 수도 있고, 친구나 친척일 수도 있고, 일관계로 만나는 공적 관계의 사람일수도 있고 수많은 관계가 있는데 아마 젊은 여자이다 보니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역시 제일 중요하고 관심이 있기 때문인가 보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그녀와 내 관계는 그 모든 관계가 다 뭉뚱그려져 있어서  딱히 무어라 대답하기가 좀 곤란했다.
좋아하기도 했고 싫어하기도 했으며 아는 사람이기도 하면서 수련의 선배와 후배로서 만났으니 공적 관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은 그랬다.
"사랑하던 사람입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나온 말이라 당황해서인지 그녀가 잠시 아무 말도 없다.
나이든 사람은 뭐 사랑하는 사람 있으면 안되는건가?
"많이 사랑하셨나 봐요?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 오신 것 보면......"
"많이 좋아하고 아끼던 사람인데 내가 많이 모자라서 붙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다시 보고 싶군요."
"그런데 한국분이신가요? 그럼 대사관에 문의해 보면 찾기 어렵지 않을거예요."
"한국 사람은 아니고 교포 2세입니다. 찾지 않아도 만날 인연이면 만나지겠지요."
"선생님도 참...... 요즘 그렇게 만나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작정하고 찾아도 찾기 어려운데요. ㅎㅎ. 제가 도와 드릴까요?"
"예. 도와 줘요. 걸었더니 허기가 좀 지는데 내가 배가 고픈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좀 도와 줘요."
"예?? 아 예. 시장하시겠네요. 점심도 제대로 못 드셨을텐데.....역시 제가 자주 가는 집으로 모시면 되죠? 밀푀유나베가 유명한 집인데, 그거 좋아하세요?"
"밀..폐유..납에요?"
밀, 폐유, 납?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재료의 조합인데 밀은 몰라도 설마 폐유와 납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갑자기 그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아니요. 밀.푀.유.나.베.요! 샤브샤브 같은 건데 담백하고 괜찮아요."
"저는 뭐든 잘 먹으니 안내해 주십시요. 유민양이 맛있다니 기대가 되는군요."

흔히 한 가족을 식구라고 한다.
식구란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말한다.
서울에 개업하고 있던 내 친구가 전에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자기 아내는 의부증이라 할 정도로 남편을 못 믿고 항상 불안해 하고 감시를 했다고 하는데 산부인과 의사는 주변에 여자가 많다보니 그런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더군다나 그 친구는 병원의 직원이었던  젋은 여자와 썸씽이 있어서 한때 동문들 사이에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남편이 직원들과 회식을 가질 때도 반드시 함께 따라 왔고 남편 혼자서는 어떤 여자도 따로 만나 식사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다고 한다.
언제인가 병원 회식 때는 젊은 여직원이 남편에게 수저를 챙겨주는 것을 보고 물컵을 들어 그 직원의 얼굴에 확 뿌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네가 뭔데 내 남편에게 수작질이냐"고 말했다고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고 그 친구는 만날 때마다 종종 그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그 친구의 아내는 식사를 함께 하는 남녀 관계란 매우 위험하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사실 그런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을 때 가장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고 상대에 대하여 편하게 마음이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협상 때도 식사를 하면서 하는 경우가 가장 성공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들 중에도 수컷들이 먹이로 암컷을 유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하튼 점심이 늦기도 했지만 맛대가리 없는 기내식만 두끼를 먹다 처음 먹는 제대로 된 식사라서 그런지 그녀와 함께 먹은 밀푀유나베는 꽤 맛이 있었다.
쇠고기의 육수가 우러난 담백한 국물맛이 긴 여행에 지친 몸을 달래 주는 것 같았다.
몸이 나른해지면서 정신의 자물쇠도 열리기 때문일까?
서울에서 그녀와 처음 함께 먹던 저녁이 생각이 났다.
#2 thepetal 등록시간 2014-07-08 19:0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진지하게 읽다가... 밀푀유 나베에서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오비 산후맘님들이 개업한 한인식당이 상상되면서 ㅎㅎㅎ

그는 그녀를 만날수 있을까...
그와 그녀 사이엔 어떤 일들이 있었던걸까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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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식으로 할까 하다가 이곳에 올려주신 것들--음식이든 장소든 혹은 가져올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을 하나씩 소설 속에 집어 넣어 보면 의미도 있고 좀더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해서 입니다. 그중 밀푀유나베가 가장 그럴 듯 해 보여서요. ㅎㅎ.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열성적인 한국 독자를 위해 자신의 소설에 한국 사람도 등장 시켰다고 하는 것처럼..ㅎㅎ  등록시간 2014-07-09 08:52
#3 bella 등록시간 2014-07-10 00:19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자~~이제부터 밀푀유나베는 체코 전통요리인걸로ㅋㅋㅋㅋㅋ 유민양이랑 입가심으로 팥빙수 먹으러 오세요. 제가 오늘 밤 조금 피곤하지만 서둘러서 프라하행 비행기에 몸을 실고 빙수카페오픈하러 가야겠네요. ㅎㅎㅎ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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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뭔가 등장하고 싶은데 마땅치가 않네요. 몽마뜨르라면. 김선우 작가를 출연시키라고 요청할텐데요.. 프라하에서는?? ㅋㅋ  등록시간 2014-07-28 13:27
ㅋㅋㅋㅋ 주인공 커플을 위한 반지가게 주인 괜찮은데요^^?? "프라하에서의 7일"이 해피엔딩으로 스토리가 흐른다면 동민님은 이번 소설에 출연가능하시겠어요!! ㅋㅋ 저는 계절메뉴라 아웃이네요 . 역시 계절안타고 365일 할 수 있는 사업이 괜찮네요~~ㅎㅎㅎ  등록시간 2014-07-10 14:01
저 밀푀유돈까스 먹어봤어요~ 겹겹이 맛있어요 ㅎㅎㅎ 일식돈까스 류 였는데 아마 밀푀유나베도 일본사람이 만든거 아닐까요? 밸라님은 마법사님이니 하룻밤만에 프라하에 빙수까페 오픈! 가능하십니다~~~ ㅋㅋㅋ 그럼 전 뭘 해볼까요. 식당은 안되겠고...... 주인공 커플을 위한 반지가게 주인으로 출현 가능할까요?^^  등록시간 2014-07-10 00:40
저도 확실히 모르겠지만 일본인이나 한국사람이 개발한 국적을 알수없는 퓨전요리인거같습니다 ㅋㅋ 밀푀유는 여러가지 겹겹이 쌓인 프랑스디저트류로 알고있는데 얇은돼지고기를 겹겹이 포개서 튀긴 밀푀유돈까스있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것 또한 누군가가 개발한요리가 아닐까 생각이드네요^^ 그럼빙수카페는 일단 오픈하고 있을테니 다음 혹은 그 다음 작품때 방문해주세요ㅋㅋ  등록시간 2014-07-10 00:35
근데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밀푀유나베는 어느 나라 음식인가요? 나베는 일본말로 냄비라는 의미가 있는데 그렇다고 일본 음식 같지는 않고, 프랑스나 유럽 쪽 음식인가요? 빙수 카페도 가면 좋겠지만 철이 여름이 아니라 빙수는 아쉽게도 먹으러 갈 수가 없네요. ㅎㅎ. 그렇지 않아도 구성도 빈약한 소설인데 그마저 산으로 가면 곤란하니까요. ㅋㅋ  등록시간 2014-07-10 00:23
#4 이연경 등록시간 2014-07-11 00:32 |이 글쓴이 글만 보기
ㅋㅋㅋㅋㅋㅋㅋ아놔 프라하에서 밀푀유나베가 몹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상상의 나라에서 홀랑 깨버린느낌이예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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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푀유나베가 몰입도를 많이 깨나 봅니다. 음식 종류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할지...ㅠㅠ  등록시간 2014-07-11 08:20
5# 로로맘 등록시간 2014-07-28 13:2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ㅋㅋㅋㅋㅋㅋ 밀푀유나베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된거 저희들 살짝 등장시켜주세요. 아요. 흐검 장르가 코메디가 되버리겠군요? ㅠ.ㅠ
ex) 서울에서 그녀와 함께 먹던 저녁.. 후에 먹는 팥빙수가 생각이 났다.
bella라는 마법사가 만든 팥빙수인데 나탈리가 꽤나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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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그런 생각을 해 봤는데 너무 등장 인물이 많아지면 제가 헷갈릴 것 같아서.....ㅠㅠ  등록시간 2014-07-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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