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 8월 25일
출산일: 8월 17일
성별: 남아
출생 시 몸무게: 3.655kg
진통시간: 약 12시간 (초산)
특이사항: 조기 양막 파수로 항생제 투여

8월 17일 새벽 0시 30분쯤, 갑자기 밑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침대에서 일어났더니 바로 울컥하며 물 같은 게 쏟아졌습니다. 전날까지 아주머니들이 제 배를 보고 아기 내려오려면 멀었겠다고 하셨고, 이슬이 비치거나 진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조기 양막 파수인가보다 하고 저는 얼른 진오비산부인과에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받은 간호사님이 바로 와서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고 하셔서 신랑과 함께 급히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흐르는 양수 때문에 차 시트에 수건을 깔고 앉아야 했어요.

새벽이라 병원으로 올라가는 문이 잠겨 있어 간호사님이(제가 정신이 없어 간호사님들 성함을 기억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직접 내려와 열어주셨어요. 임신기간 동안 저를 봐주셨던 김종석 원장님이 다행히 그 시간에 계셔서 진찰을 해 주셨고, 양막 파수임을 확인하고 입원을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게시판에서 양막 파수 후에도 하루 이틀 기다린 사례를 본 터라 집에 돌아가리라고 생각했는데 입원하라 하셔서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원장님 말씀을 따랐습니다. 기본적으로 진오비산부인과의 철학이 제 생각과 잘 맞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입원을 권유하지는 않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돌이켜보니 양수가 새는 정도가 아니었고 흘렀기 때문에 입원을 하는 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입원해서도 가급적 누워있으라고 하셨고,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소변도 입원실에서 봐야 했습니다.

조기 양막 파수로 유도분만을 해야 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새벽 세 시경부터 제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진통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신랑은 분만과정이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해서 자꾸 자라면서 불을 끄고 잠들어 버렸는데;; 전 아파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리고 곧 자연관장이 되더군요. 위에 있던 것은 위로, 장에 있던 것은 아래로 다 나오고 나니 안심이 됐습니다. 그 뒤로는 분만할 때까지 속이 메슥거려 초코우유 밖에 못 먹었어요.

저는 허리로 진통을 해서 배는 하나도 안 아픈데 허리만 아팠습니다. 분만 초기엔 침대를 약간 세워서 허리 뒤쪽에 베개를 받치고 비스듬히 앉아있는 게 누워있는 것보다 진통이 덜 했고(양수가 흘러나와 가급적 누워있으라 하셨지만 아파서 자꾸 앉아있게 되더라고요), 중기 이후엔 저는 심즈 체위로 눕고 신랑이 제 허리에 손을 대고 있으니 진통이 덜 느껴졌습니다. 몇 시쯤 몇 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고 자궁 경부가 얼마나 열렸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기억도 잘 안 나지만, 대략 새벽 세 시부터 오전 열 시정도까지 초기(3cm)였고 열 시부터 한 두시까지 중기(7cm), 대략 세 시까지 후기(10cm)였던 것 같아요.

20주 무렵부터 분만할 때까지 일주일에 세 번 꼬박꼬박 임산부요가를 했고(참고로 마포역 중부여성발전센터의 임산부요가 프로그램 추천합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요가 선생님도 정말 좋으세요!!) 분만 과정에 대해서 책이나 보건소 교육을 통해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진통이 오니 생각이 잘 안 났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진통이 올 때 저도 모르게 숨을 입으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고 있었는데, 어느 간호사님이(성함을 기억 못해서 또 죄송해요)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세요.”라고 말씀해 주시니 배웠던 것이 생각이 나면서 제대로 호흡할 수 있었어요. 감사드려요. 진통이 올 때 배운 대로 호흡을 하니 훨씬 참기 쉬웠습니다. 열두시쯤 파수된 지 열두시간이 지나 항생제를 맞는 게 좋겠다는 말씀에 맞기로 했습니다. 원래 출산계획에는 48시간까지 기다리겠다고 표시했는데, 닥치고 보니 아기에게 위험한 것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두시 반쯤부터 힘주고 싶은 느낌이 들기 시작해서 말씀드리고 분만실로 옮겼고, 분만실에서 준비를 마치고 힘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진통하는 것보다 힘주는 게 훨씬 어렵더라고요. 변을 볼 때처럼 힘을 주라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고(수박이나 참외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들 하시는데 전 그런 느낌이 없었어요;;) 오랫동안 숨을 참고 힘을 주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준비할 때는 최대한 내 힘으로 조금씩 바하를 밀어내서 회음부 상처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30분도 안 돼서 힘이 다 빠지고 팔다리가 후들거리자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 밖에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원장님께서 힘들면 도와줄 수 있다고 말씀하시자마자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옆에 계시던 간호사님이 배를 눌러주시고 세 번 정도 힘을 주고 나서 바하가 세상에 나왔어요. 비록 회음부는 꽤 많이 절개했지만(상처가 3-4cm 되는 것 같아요) 바하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어요. 바하는 정말 울음소리가 큰 아기에요. 얼마나 우렁차게 우는지 분만실 밖에 계시던 엄마가 울음소리를 듣고 분만실 쪽으로 와보셨다가, 방금 태어난 아기가 저렇게 크게 울리가 없다며 다시 입원실로 돌아가셨다고 하시더라고요.

태어나자마자 바하는 제 품에 안겼어요. 바하가 아빠와 함께 씻고 오는 동안 후처치 했고, 따끔따끔 했지만 출산의 기쁨 때문에 참을 만 했습니다. 씻고 온 바하가 제 젖을 처음 물었을 때는 어찌나 신기하던지, 이렇게 큰 아기가(지금 보면 작지만) 제 배에서 나왔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어요.

분만실에서 조금 안정을 취하고 위층 입원실로 옮겼고, 입원한 동안은 젖 물리느라 힘들었어요. 책에 나온 대로 열심히 물렸지만 젖은 빨리 안돌고 바하는 울고 밤에 잠도 못자고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모자동실이어서 좋았어요. 아기는 아홉 달 내내 엄마 뱃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온 것만도 무서울 텐데, 엄마와 떨어져 있으면 아기가 얼마나 무서울까요. 어쨌든, 원장님이 회진 오실 때마다 제가 젖을 물리는 중이서 조금 민망했습니다.

세상에 나올 때부터 우렁차게 울었던 바하는 지금도 하루 한번은 꼭 울어 젖히고 육아는 아직도 힘들기만 합니다. 생후 일주일에 높은 황달수치로 입원했던 바하는 퇴원 후에도 감기와 중이염으로 한 열흘 고생했어요. 콧물 때문에 숨쉬기 어려워 먹기도 자기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안타깝던지! 눈물길이 완전치 않아 한쪽 눈에는 시간마다 눈곱이 끼고 조금만 더우면 태열이 올라오고 기저귀발진이 무서워 천기저귀는 하루 쓰고 내내 보관만 하는 중입니다. 반백일 지났다며 위로하고 백일의 기적이 일어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무른 피부도 얼른 야물고 눈물길도 넓어지고 면역력도 좋아지길 기도하면서요.

흔히 분만은 어쨌든 하루면 끝이 나지만 최소 백일은 고생해야 하는 육아가 더 어렵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출산 준비하고 계신다면 순산을 위한 준비도 중요하지만 육아를 잘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바하 임신기간과 출산과정을 함께해 주신 진오비 산부인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려요. 신뢰할 수 있는 병원에 다닌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마음 편히 출산에 임할 수 있었어요.

한 가지 건의하고 싶은 점은 퇴원할 때 신생아에 관한 정보도 좀 더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조리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조리할 경우, 자칫 아기 황달이 심해질 때까지 병원에 안 가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황달에 대해서 잘 알았더라면 바하가 입원할 정도로 심해지기 전에 분유를 먹여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의도 성모병원에서는 신생아 산모 퇴원 동영상에 목욕법 등등과 함께 황달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황달이 있는지는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둘째 낳을 때도 진오비 찾을게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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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일

생후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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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49일

생후 49일

댓글

엄청 이쁘게 많이 컸네요..바하를 안고계신분이 엄마인가요??제가 태명이 왜 바하인가요라고 물었었는데..엄청 크게 잘울어서..분만실에서 배를 누른 ^^;;그 이름 모를 사람이에용~건강하고 씩씩하고 바르게 잘 자라자~라고 아이에게 항상 말했는데 우리 바하도 건강하게 커야 할텐데요~퇴원설명시 황달이나 주의사항에 대해 더 설명 해야겠네요~ 생생한 후기 감사드려요  등록시간 2014-10-19 03:13
퇴원하는날 아침 목욕할때 옷 벗기면 으앙~ 물에 넣으면 바로 뚝 하던 바하.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얼굴이 생각이 나네요. 얼마 지나지않은것 같은데 벌써 저렇게 크다니! 돌이켜보면 새삼스러운 날들이라 놀랍고 또 놀랍지요~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오늘, 휴일 맞아 산책하기도 좋을것 같아요. 잊지않고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등록시간 2014-10-0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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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ius1004 [2014-10-11 06:11]  mina2309 [2014-10-09 20:08]  오현경 [2014-10-09 07:24]  bebe [2014-10-08 16:53]  심상덕 [2014-10-08 15:48]  봄봄이 [2014-10-08 13:43]  한개야 [2014-10-08 12:38]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한개 등록시간 2014-10-08 12:4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초산에 집에서 조리하시며.. 아기 황달증상 판별하기 어려웠단 말씀 들으니. 남일 같지 않네요~ 모쪼록 100일의 기적과 축복을 한가득 받으시고 힘차고 행복한 육아 되시길 바래요~^^
#3 심상덕 등록시간 2014-10-08 15:4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
김원장님께서 출산을 도운 산모이신가 보군요.
양수도 파수되고 진통도 오래하시어 힘드셨을 것 같은데 순산하시어 다행입니다.
병원 공식으로 드리는 후기 선물인 아기 돌도장 보내드리겠습니다.
약 1주일에서 10일 후에 택배로 가게 될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4 오현경 등록시간 2014-10-09 07:2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퇴원하는날 아침 목욕할때 옷 벗기면 으앙~ 물에 넣으면 바로 뚝 하던 바하.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얼굴이 생각이 나네요. 얼마 지나지않은것 같은데 벌써 저렇게 크다니! 돌이켜보면 새삼스러운 날들이라 놀랍고 또 놀랍지요~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오늘, 휴일 맞아 산책하기도 좋을것 같아요. 잊지않고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5# joyouskim 등록시간 2014-10-10 15:12 |이 글쓴이 글만 보기
한개야 2014-10-08 12:41
초산에 집에서 조리하시며.. 아기 황달증상 판별하기 어려웠단 말씀 들으니. 남일 같지 않네요~ 모쪼록 100...

신생아라고 너무 방을 어둡게만 해놔서 더 알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방을 어둡게 하더라도 목욕시킬 때나 트림시킬 때 밝은 곳에 나와 몸이나 얼굴을 잘 살폈어야 했는데..
감사해요^^
6# joyouskim 등록시간 2014-10-10 15:1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심상덕 2014-10-08 15:47
안녕하세요.
김원장님께서 출산을 도운 산모이신가 보군요.
양수도 파수되고 진통도 오래하시어 힘드셨을 ...

바하 이름은 배수현이에요.
감사합니다^^

댓글

예 알겠습니다. 오늘 주문했다고 하니 한 1주일 후에 배달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등록시간 2014-10-10 15:15
7# joyouskim 등록시간 2014-10-10 15:15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오현경 2014-10-09 07:24
퇴원하는날 아침 목욕할때 옷 벗기면 으앙~ 물에 넣으면 바로 뚝 하던 바하.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얼굴이 ...

저도 신생아가 입을 꾹 다물고 있어 한 고집 하겠다 했어요.
요즘은 위 사진처럼 입을 살짝 벌리고 있을 때가 더 많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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