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 : 9월 26일
출산일 : 9월 17일 오후 6시 24분
무통 X 관장 X 회음부절개 O
여아, 3.43kg
저는 자신만만 임신부였습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마라톤, 헬스 등) 식습관도 건강한 편.
역시나 임신 중 특별히 불편한 곳은 없었고, 모든 검사를 잘 피해(?)갔어요.
몸무게도 조금씩만 늘었습니다. 심장님께서 몸무게 그래프 보실 때마다 좀더 정상범위 내로 증량이 되어야 한다고 하실 정도로...
임신 초, 약간의 울렁거림, 현기증, 졸음 증세를 거치고 중기가 되니 날아다닐 것 같았습니다.
배도 살짝 나왔으니 임신부 대우는 받고, 몸은 가볍고, 식욕도 적당하고, 날씨도 좋고(5~6월)..
그래서 이 자신만만함이 독이 되어....... 저는 너무 많이 움직였더랬습니다...
"딱 10킬로만 쪄야지'란 생각, "지금 아니면 언제 이걸 하겠냐(언제 거길 가겠냐)"는 마음으로
정말 부지런히 돌아다녔습니다. 하루에 두세시간 이상 걷는 건 기본이고... 모임도 빠지지 않고 가서 앉아 있고...
그러던 어느 날 진통이 왔어요. 10분 간격이지만 강하게!
그게 6월 26일....... 27주였고, 아기는 겨우 1.1킬로였어요.
곧장 입원해서 수축억제제 맞고 어쩌고... 3일간 누워 있었는데도 진통이 잡히지 않아서 근처 대학병원으로 전원조치....
거기서 4일 정도 입원했다가 먹는 약 받아서 퇴원했어요. 밥먹을 때, 화장실 갈 때 빼고는 누워있으란 처방을 받아서...
그때부터 약 3개월간 침대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하루하루 힘들었지만 '오늘 몇 그램이라도 쪘겠지'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아찔하죠. 1.1킬로라니....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해도 상당히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나중에 조산에 대한 다큐멘터리 보니까 딱 그만한 아기들이 인큐 안에서 고군분투하는데... 안쓰러워서 눈물이 주룩주룩ㅜㅜ
암튼 이 글을 보시는 임신부들은 임신 중기에 조산기 정말 조심하세요. 운동 열심히 하라는 글도 많이 보시겠지만
정말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운동을 평소 많이 했던 저에게도 일어난 일이니까요.
중기가 안정기라고 하는데, 임신은 정말 안정기라는 게 따로 없다고 생각해야 맞을 듯요.
암튼 힘겨운 침상생활을 견디고 9월이 됐습니다.
누워만 있으니 결국 살이 푹푹 찌고, 순산체조는커녕 숨쉬는 것도 힘든 지경 ㅎㅎ 저질체력이 되어버렸네요.
조산기 입원 때문에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불친절하고 비싸고 사무적인 분위기에 진오비 생각만 더 간절해져서, 결국 다시 진오비로 컴백!
36주 들어서면 정상분만이라고 하니 이젠 좀 움직여서 빨리 낳고 싶더군요 ㅋ
36주부터 다시 살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한 바퀴 도는 정도... 37주 되서는 외식도 하러 나가고^^
38주에 낳으면 딱 좋겠다 생각했는데, 아기가 알아들었는지 진통이 딱 38주 4일 밤에 찾아왔어요.
어플 보니 5-6분 간격... 밤10시부터 아팠는데 나름 참았다가 자정께 진오비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수축검사를 해보더니 수축이 너무 약하다는 거예요.
심장님께서 일단 집으로 돌아가라고 ㅎㅎ 뭔가 실망스럽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하면서 ㅋㅋ 캐리어 챙겨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러나 진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죠. 밤새 한 잠도 못 자고 끙끙거리다가 새벽 5시에 다시 병원으로!
심장님 피곤하시면 머리카락이 막 곤두서는 거 아시죠... 그때 장난이 아니었어요ㅋㅋㅋㅋ 지금이야 웃지만 정말 죄송해서 몸둘바를 몰랐다는...
왜냐면 또 빠꾸를 맞았거든요. 수축 약하다고 다시 집으로 고고.... 이땐 정말 억울한 느낌? 난 정말 아픈데 수축이 왜 안 잡히지? 엄살 떠는 걸로 보이는 것 같아서요.
아무튼 그 단계에서는 병원에서도 해줄 수 있는 게 딱히 없으니 굳이 입원하지 말고 편안한 집에 있다가 오라는 거였어요.
다시 집에 갔는데, 역시 잠도 못 자겠고,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구요. 남들 출산후기 보면서는 '나도 진통 걸리면 맛있는 거 먹고 가야지' 했는데
뭔가를 먹고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고, 그나마 전날 먹은 것도 다 토해버렸어요. 배에 계속 힘이 들어가다보니...
참다참다가 8시인가 9시에 다시 병원에 갔고, 무조건 입원시켜달라고 떼썼어요. 왔다갔다 하기도 지치고...
그때부터 오후 6시까지 주구장창 진통을 했습니다. ㅎㅎ 전날 밤 10시부터 치면 출산까지 약 20시간...
제가 느끼는 진통은 무척 센데, 수축검사를 하면 강도가 너무 낮게 나오는 거죠. 이게 불안하고 나중엔 화딱지도 나고 ㅎㅎ
아기가 내려오려고 머리로 들이받는 느낌을 아래쪽에서 강하게 느끼고 있는데, 검사는 윗배를 재니 진통이 안 잡히는 것 같았어요.
1센티 열리는 데 한참 걸리고, 또 수시간이 지나야 겨우 3센티 열리고... 진행이 더뎌서 괴로웠어요.
심장님께서 진행이 너무 느리면 유도분만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원래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말씀하시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수술'이란 단어가 들리니까 자꾸 그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진통할 거 다 하고나서 수술하느니 차라리 지금 빨리 수술을 하자는 ㅎㅎㅎ
5~6센티 열렸을 때인가? 그때 남편이랑 간호사쌤 붙들고 수술시켜 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어요.
도저히 이 속도로는 10센티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아서요.
감사하게도 간호사쌤이 좀 느리긴 하지만 진행 잘 되고 있다고 다독다독...
진통이 너무 길어서 제가 탈진할까봐 그랬는지, 7센티? 8센티 때 분만실로 들어갔어요.
진통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아서 괴로웠는데 환경이 바뀌니까 또 한참은 참을만 하더군요.
분만실에서는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진통할 때는 몸에 힘이 저절로 들어가는데 힘을 주지 말라고 해서 괴로웠는데,
분만실에선 오히려 힘을 주라고 하니까, 힘 주는 건 편했어요. 빨리 밀어내고 싶은 욕구가 충족이 된달까 ㅎㅎ
대변보듯이 힘을 주라고 하셔서 정말 그렇게 했어요. 출산 전엔 관장하지 않으면 응가 나올까봐 신경쓰여서 어떻게 힘을 주지? 했는데
응가가 나오건 말건 될대로 되라는 심정 ㅎㅎㅎ 무슨 일 생기면 나중에 죄송했다고 하면 되지 ㅎㅎㅎ 뭐 이런 생각으로 편하게 힘줬어요.
아 또.... 새벽부터 심장님 못 주무시게 했는데, 내가 빨리 낳아야 퇴근하시겠다, 그 와중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ㅋㅋ
아무튼 '길어지면 아기가 힘들다'라고 하는, 산모들의 마지막 힘을 끌어모으는 마법의 멘트를 듣자 저도 막판 안간힘...!!
힘줄 때 관건은 힘을 두 번 연속해서 주는 것에 있답니다. 길게 주고, 숨 한 번 짧게 쉬고, 다시 또 길게 주는 거예요. 한 번씩만 하면 안 나옴 ㅎㅎ
그러다 뜨겁고 축축한 게 왈칵 쏟아지는 느낌이 들더니 딸아이가 우렁차게 소리 지르며 세상에 나왔어요. 팔다리를 허우적거려서인지 엄청 커보였어요. 깜짝!
가슴에 품어서 열심히 말을 거는 사이 후처치를 해주셨어요. 생각보다 아팠지만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에 괴로움은 덜했어요.
20시간 동안 못 자고 못 먹어서 피곤할 법도 한데 그날밤엔 거의 자지 못했어요. 아기가 옆에 누워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쟤가 지금 숨은 잘 쉬고 있나 덜컥 겁도 나고 ㅎㅎ 내가 이런 대단한 일을 어떻게 해냈지? 생각하며 모든 걸 복기해보기도 하고 ㅎㅎ
다음날부턴 잘 자고 잘 먹고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모두 친절하고 세심하게 해주셨고,
특히 심장님의 꼼꼼함은 놀라울 지경이었어요. 간호사쌤에게 맡겨도 될 것 같은 작은 일도 직접 올라와서 체크하시고, 상세하게 얘기해주시고...
스스로 무뚝뚝대마왕이라고 하시지만 표정이랑 말투만 그렇지 엄청 자상하고 세심하셔서 자주 감동했답니다.
주위에 임신한 친구나 이웃에게 열심히 진오비 홍보하고 있는 요즘이에요. 제발 문 닫지 마시길 바라는 맘으로... 그래야 둘째도 진오비에서 ㅎㅎ
지금 35일 된 아기는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옆에서 쌕쌕 잘 자고 있네요.
건강한 임신, 출산을 도와준 진오비에게 감사 인사 드립니다!! |
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podragon [2015-05-02 18:50] 최현희 [2015-04-24 01:09] mina2309 [2014-10-29 22:28] 오현경 [2014-10-23 05:21] dyoon [2014-10-22 16:25] bebe [2014-10-22 03:20] 심상덕 [2014-10-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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