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진정 나의 것인가...


인간에게는 원숭이와 같은 속성이 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지속적으로 주는 부모님이나 선샌님이 아마 가장 결정적인 타자일 것이다. 그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우리는 그들의 욕망을 욕망한다.

그들이 단정한 외모를 원하면, 나도 기꺼이 단정한 외모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헛갈린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나의 고유한 욕망인지, 타인의 욕망인지.

이런 고뇌의 순간에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인가 욕망하는 것이 있을 때는 반드시 그것을 실현헤 보아야만 한다. 실현의 순간에 우리는 자신의 욕망이 나의 것이었는지 타인의 것이었는지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대에 간 것이 자신의 욕망이라면, 입학하자마자 우리에게는 "이제 시작이다. 멋지게 살아가야지." 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반면 그것이 타인의 욕망이었다면, 입학하자마자 우리는 "이제 완성했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출발의 설렘이 있다면, 과거 우리의 욕망은 나만의 욕망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완성의 허무함이 있다면, 과거 우리의 욕망은 불랭이도 타인의 욕망을 반복했던 것임이 밝혀지는 것이다.

어떤 남자를 욕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남자와 고대하던 첫날 밤을 지낸 뒤, 우리는 바로 알게 된다. 앞으로 이 남자와 보낼 날이 희망 속에 떠오른다면, 그 남자에 대한 욕망은 나의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제 이 남자와 뭐하지?"라는 허무한 느낌이 든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가 만들어 낸 남자를 욕망했다는 사실에 직면한 것이다. 작가의 욕망을 욕망한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절망하지는 말자. 이런식의 시행착오를 통해 점덤 더 우리는 자신의 욕망에 직면하게 될 테니까. 다른 방법은 없다!


-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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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ari4679 [2015-02-04 11:51]  심상덕 [2015-02-03 21:08]  
#2 심상덕 등록시간 2015-02-04 00:12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다른 사람의 욕망과 나의 욕망을 구분하는 방법이 아주 간단하고 날카롭군요.
근데 단점은 이루고 나서야 그걸 알 수 있다는 점이군요. 이루기 전에 알아야 내 본연의 욕망이 무언지 알고 쫓을지 포기할 지 결정할텐데 말이죠.
여튼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의 욕망에 매달려 산 부분은 없는지 돌아봐야겠군요.   

댓글

전..이제사 제 욕망대로 10대부터 다시 살아보고 싶습니다 ㅋㅋㅋ  등록시간 2015-02-04 00:19
#3 몽실맘 등록시간 2015-02-07 20:5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강신주의 감정수업, 책을 사 놓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ㅋㅋ 글을 참 적나라하게 썼고(저는 아직 읽진 않았지만 신랑이 읽으면서 테마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지요) 나 자신과 대면하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 힐링캠프에 강신주가 나왔을 때도 참 인상깊게 봤었지요... 처음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노? 했지만 본질을 파고드는 예리한 질문들이 결국 가면을 벗은 나를 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다른 사람의 욕망대로 살았던 삶이 더 많았지요. 그래서 누구보다도 방황을 길고 오래 했던 것 같습니다. 잠재의식 속에서 나는 나로 살고 싶은 욕망이 컸지만 현실에서는 남의 욕망대로 사는 삶을 뿌리치기가 힘들었으니까요... 그래도 신랑 만난 건 저의 욕망이라 다행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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