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에디톨로지"
부제: 창조는 편집이다.
지은이: 김정운
지은이 소개: 문화 심리학자. 여러가지 문제 연구소 소장. 저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남자의 물건" 등 다수.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언제나 그렇다. 인간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지각'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자극이 존재한다. 인간의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자극만 받아들이게 되어 있다. 문제는 앞서본 아이팟 광고의 경우처럼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극의 내용이 지극히 '편파적'이라는 사실이다.
자극을 받아들이는 바로 그 순간부터 창조적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가 벌어진다. 창조적 인간은 남들이 지나치는 자극을 확 잡아챈다. 위대한 창조는 그렇게 사소하게 시작된다.
마우스의 발명은 구텐베르그의 인쇄혁명을 넘어선다
일단 쿼티 자판의 배열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쿼티 자판에서는 많이 쓰는 자판일수록 멀리 떨어트려 놓았다. 자주 쓰는 타자기 자판의 키들이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서로 엉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늘날 컴퓨터 키보드에서 키가 엉키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런데도 150여년 전에 개발된 타자기식 쿼티 자판의 배열을 지금도 그래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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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이 넘도록 매일같이 반복된 인류의 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그동안 자판 배열을 바꾸려 했던 수많은 시도는 모두 좌절되었다. 그런데 이 컴퓨터 자판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위대한 발명품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마우스다. 사람들은 마우스가 스티브 잡스의 발명품인 줄 안다. 아니다. 컴퓨터에 대해 좀 안다는 이들은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 사의 팔로 알토 연구센터의 발명품을 훔쳐 왔다고 설명한다. 아니다. 마우스는 1968년 스탠퍼드 연구센터의 연구원이었던 더글러스 엥겔바트의 발명품이다. 당시 연구소의 '인간지능확장'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마우스는 만들어졌다. 컴퓨터 화면에 '커서'를 그래픽으로 작동시켜, 생각하는 대로 화면에 변화가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마우스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던 스탠퍼드 연구센터는 마우스의 활용분야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수년후, 고작 4만 달러를 받고 애플사에 마우스의 특허권을 넘겨 버린다. 잡스가 위대한 것은 아무도 몰랐던 그 엄청난 발명품의 진가를 알아 보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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