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일 : 2014.12.02
예정일 : 2014.12.03
성   별 : 남
몸무게 : 3.53
초산, 제모x, 무통x, 관장x, 회음부절개o

--- 글쓰기를 그냥 쭉 일기형식으로 적었습니다^^


붕붕이의 예정일은 신기하게도 남편의 생일이었다. 37주가 되는때부터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출산준비를 하며 한껏 여유로운 한달을 보냈다.
12월 예정인지라 예정일 전에 나왔음 했는데 소식은 없고 그땐 매일 자면서 오늘이 마지막(?) 잠일까 라면서 잠들었었다.
36주 이후엔 매주 병원을 갔는데 한달 내내 김원장님의 같은 소리를 들었었다.
'5분 간격의 진통이 있거나 양수가 터지면 병원에 오세요' (외웠다..!)
예정일에도 소식이 없자 남편 생일 파티를 오붓이 하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자는중에 생리가 나오는 듯 그런 분비물이 나오는 느낌이 들어서 번쩍 깨서 화장실에를 갔다.
피가 섰인 물이 나왔다. 양수인가? 이슬인가?
이슬인줄 알고 다시 잠에 들었다.
우와 붕붕이를 이삼일 내에 볼 수 있겠구나 싶어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근데 계속 그런 분비물이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다시 깻더니 속옷이 점점 더 젖어있었다.
헉? 양수인가? 양수는 투명하댔는데...
남편을 우선 깨웠다. 그때가 새벽 2시.
이상하다면서 잘 모르겠으니 우선 이게 양수인가 병원엘 가야하나 싶어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선 양수가 맞다고 했고 아직 진통이 없으면 병원에 와도 금식하며 가만히 누워있어야 한다며.. 꼼짝말고 움직이지 말고 있으랜다.
그리고 진통이 오면 다시 연락을 하랜다.

배가 알싸하게 참을만하게 아팠다.
근데 이제껏 느꼇던 통증과는 다르게 배만 아픈게 아니라 생리통처럼 허리가 아팠다.
진통어플로 간격을 측정해거면서 봤는데 7분 5분 뭐 제각각이었다.
이게 진통이구나 해서 4시쯤 다시 전화를 했다.
진통이 있는거 같다고 그런데 5분 딱 규칙적이진 않댔더니 간호사 왈
5분 간격이면 거의 말을 잘 못하는 정도인데 산모님이 그렇게 전화하시는 목소리가 너무 멀쩡해서 신기하다고 하셨다.
아하~ 그래요? 하면서 멋쩍어하며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정말 이때까진 제 정신으로 말하고 웃기도 할수있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그때부터 정말 말을 못할 통증이 시작되었다.
아픔의 강도가 심해지는데 또 진통이 없으면 멀쩡해져서 잠도 자고 했다.
마저 출산가방을 챙기고 남편은 밥을 먹어야한다며 남편의 생일 미역국에 밥을 말아 몇숟가락 떠먹여주었다.
산전요가를 다녔었는데 분명 요가쌤이 준비기때는 샤워, 머리감기, 걷기, 식사 이런걸 하랬는데 난 양수가 새니 전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화장실만 겨우 가고 밥도 누워서 먹어야했다.

참다가 이제 안되겠다 싶어서 옷을 입고 7시가 되자 병원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통증은 더더욱 심해졌고 양수는 새니까 부축해서 겨우 분만실이 있는 3층에 도착했고 의자에 누워서 기다렸다.
난 더 이상 앉아있기를 힘들어했다.
분만실로 들어가 앉아 수축을 관찰하고 간호사 한분이 와서 내진을 한 번 했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휙 뛰어가버렸다.
좀 있다 오더니 4센치가 열려있다고 했다. 헉!
그러나 이 날은 김원장님의 당직이 아니셨다. 원장님께 간호사 쌤들이 연락을 했다고 하셨다.

이때부턴 폭풍 통증이 시작되었다.
통증은 훅 왔다가 정말 훅 가는데.. 그 오는 느낌이 있다. 아~ 오는구나 하면 20만 세면 지나간다고 해서 속으로 20 세면서 분만요가 시간에 배운 호흡을 해보려 했지만... 츠츠 호흡이고 뭐고 그냥 하하후후 숨만 쉬는것도 나 스스로 박수쳐줄 일이었다.
정신이 들땐 기도도 하고 붕붕 힘내라고 속으로 열심히 얘기도 했다.
중간중간 간호사 쌤들이 와서 내진하고 붕붕이 거의 많이 내려와있다고 아가의 머리를 만지면서 아가 여깄어요 느껴지세요 하는데 아뇨 몰라요 했던 기억은 난다. ㅋㅋ
한 7시반부터 8시반까지 한시간 가량을 진통속에 보냈다.

옆에서 남편은 같이 숨쉬는걸 도와주었는데 실은 진통이 올 때는 남편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도 힘이 들었다.
그래도 나름 쉬지않고 호흡을 잘 했는지, 아님 붕붕이가 급했는지 한 시간 지나니깐 자궁이 다 열렸는지 이제 힘 주고픈 느낌이 확 들었다.
마지막에 딱 힘주고픈 느낌이 난다더니 정말 그러더라. 신기하게.

이때부턴 분만준비를 모두 마치고 단지 김원장님이 오길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간호사 쌤들이랑 힘주기 연습도 하고 안되겠는지 중간에 심원장님도 한 번 오셔서 내진도 하고 봐주고 가셨다.
뭐라고 말씀 하셨던거 같은데 기억은 안난다.
여튼 김원장님이 곧 오실 것이고 곧 애를 나을거라 하셨던거 같다.

진통이 지나가면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 진통이 오면 후후후후...
나는 원장님을 계속 찾아댔는데 아가가 나올거 같은데 원장님은 계속 안오셔서 몹시 기다렸다.
8시 50분이 되서 원장님은 수술복도 안입고 바로 올라오셨고(이때 원장님의 모습이 2달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난다..ㅋㅋ) 난 선생님~ 기다렸어요 한뒤에 선생님이 언능 진찰 후 다시 옷갈아입고 오셨다.

이제부턴 진짜 힘주고 애 낳기 시작이었다.
실은 선생님 오고나선 한 3번인가 힘주고 붕붕이가 나온거 같다.
쌤 오자마자 진통이 오면 아가 상태를 보고 또 지나가면 정막이 흘렀다가 또 진통이 오면 회음부 절개를 했고 또 지나가면 정막이 흘렀다가...
마지막 정막 시엔 내가 세상에 그 정신에
선생님 여기 너무 밝아요 그리고 너무 조용해요 무서워요 라는 말을...;;;;
갑자기 간호사 쌤들 혼나면서 분만실 조명 낮추고 씨디 틀어서 음악 나오고 ㅋㅋ
배경음악까지 흐르는 감동의 다큐 같았다.

마지막 이번에 애기 나와요 하시면서 힘주기 하는데 정말 참을만큼 숨이 참아지더라.
아래쪽을 힘을 주는게 똥싸는것도 아니고 정말 회음부에 딱 힘을 주면 애가 미는 느낌이 훅 난다.
아기 나와요 하고 간호사 쌤이 마지막에 배를 좀 눌러주셨고 갑자기 이제 힘빼세요 힘주시면 찢어져요 이러셨나 다급히 말씀하시고 힘을 딱 뺏더니 정말 붕붕이가 나오는 느낌이 든다.
무언가가 내 몸에서 확~ 하고 내려오는 느낌.
그리곤 9시6분입니다 라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응애응애 붕붕이 울음소리.!
어찌나 우렁찬지. 내 가슴에 붕붕이가 올려졌는데 한동안은 쳐다볼수가 없었다.
무언가 아직 새 생명체로 여겨지지 않는 느낌이랄까.
내 품에서 울어대는 한 아가의 존재가 믿어지지 않았다.
남편은 옆에서 나와 함께 울고 있었고 쌤은 분주하게 후처리를 시작하셨다.
태반이 빠져나오고 회음부가 꼬매지고 선생님은 내 손을 꽉 잡아주시며 수고하셨다 축하한다 해주셨다.
감사하다.

겨우 조금 추스리고 붕붕이를 보았다.
배위에 올려진 붕붕이는 세상에 처음 나와서 열심히 울고 있었다.
건강히, 너무나 건강히 나와줘서 고마웠다.
후처치가 끝날때까지 한동안 꽤 오랫동안 내 품에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붕붕이의 탯줄을 잘라주었다.
이제 엄마가 주던걸 벗어나 스스로 살아야하는거야 붕붕!
3.53키로. 꽤 큰 아가였다.
뱃속에서 어떤 모습일까 정말 궁금했는데 지금 보니 초음파 사진이랑 엄청나게 닮았다!!!!
어느덧 그 쪼꼬미가 벌써 70일이 넘어서 백일을 향해 가고있다.
감사하고 신비롭고 놀랍다.


처음 병원을 선택한건, 그냥 집 근처여서였다.
출산을 먼저 한 친구들이 충무로의 큰 병원을 추천해줬는데 대기시간이 넘 길면 짜증날거 같아서 난 진오비를 선택했다.
임신 사실을 알고 진료를 몇번 받고 나서야 진오비가 왜 진오비이고, 자연주의 출산을 추구하며, 원칙대로 하는 병원이란걸 알게 되었다.
실은 난 병원을 그래서 옮길까 라는 고민도 했다. 웬지 난 의학의 도움을 받을수있는대로 받는 출산을 하고싶었다. (예를 들어 무통같은..) 허나 원장님을 믿고 그냥 계속 다녔다.
여긴 병원인데 원장님들이 충분한 의학적 지식이 있으신대 적시적때에 필요한 개입을 해 주실 것이라 믿었다.
열달 내내 참 편하고 기분좋은 진료를 받을 수있었고, 출산 후에도 모자동실을 하며 제대로 미리 멘붕을 겪을 수 있었다!! ㅋㅋ

또한 산전요가는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다. 난 초산인데 매우 짧은 진통으로 무통없이 분만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산전요가에서 배운 분만과정과 분만호흡이 많이 도움이 된거 같다. 의지적으로 호흡을 하는거 자체가 힘이 들때마다 요가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서.. 그래더 숨을 쉴 수 있었다.


아참, 출산 하고나서 진오비에 바라는 개선사항이 있다.
첫째는.. 출산 후 4층 입원실로 올라갈때 침대에서 내려 산모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걸어올라서 갔는데... 피를 많이 쏟은 후라서 어지러워 부축을 받고 갔다. 휠체어 등을 이용할수 있으면 좋을것 같다.
둘째는.. 사정상 조리원에서 자리가 없다고 하루 더 늦게 오래서 입원을 3박4일을 했다. 그랬더니 젖이 돌아서 땡땡 뭉쳐 정말 힘든 마지막 밤을 보냈다. 한두대의 유축기를 마련해놓으면 나같은 산모들을 위해 정말 유용할 것 같다.

아가 잘때 언능 써야지 했는데 쓰다보니 무지 길어져버렸다.ㅎㅎ
앞으로 진오비에서 출산하시는 모든 예비맘들
이 출산의 신비로움을 경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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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정 [2015-03-03 23:37]  심상덕 [2015-02-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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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종석 등록시간 2015-03-02 23:5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멋진 출산을 축하드려요. 고생 많았어요. 그때 본 제 모습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예쁜 아기랑 행복한 매일매일 되세요. 다시금 축하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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