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급적 의료적 개입을 최소한도로 줄이고 자연적인 과정을 최대한 배려하는 출산법에 대하여 산모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도 그렇지만 일부 병원에서 그런 취지에 맞추어 분만을 돕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1986년도에 의사 자격증을 따고 20여년간의 산부인과 의사 생활 중 거의 대부분의 기간을 분만을 돕는 산과 의사로 살았습니다.
그 중에 몇년간은 대학과 대형 병원에서 고위험 산모를 위주로 보는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기간은 일선 개원의로서 살았으니 산과의로서의 경력이 짧지는 않은 편입니다.
그동안 수중분만, 르바이에 분만 (인권분만), 그네분만 ,무통분만 등 숱한 분만 방법들이 유행을 탔다가 그중 어떤 것은 지금은 거의 사라져 소멸된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개업 초기에 몇년간 전통적 방법의 분만법 소위 굴욕 의자라고 산모들이 부르는 분만대에서 분만하고 진통실이라고 불리는 침대에서 진통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분만을 돕다가 언제부터인가는 산모들의 불편 때문에 또는 꼭 이런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안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어 (제가 몇년전까지만 해도 성격상 보수적이기보다 이것저것 바꾸어 보는 스타일이었음) 제 나름대로 자연주의 분만 또는 자유 분만이라고 이름을 붙여 산모가 편한 가운데 자신이 하고 싶은 자세로 진통을 하고 분만을 하고 의료 처치도 거의 하지 않다 시피하는 분만법을 택해보면 어떨까 해서 몇년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이나까 상당히 오래전 일이군요.
그러다가 몇년전부터는 대부분의 경우에 지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통적 방법의 분만법을 택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회음절개라든가 무리하게 촉진제를 사용한다거나 혹은 관장이나 삭모, 그리고 제왕절개수술은 가급적 안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최소한도로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자연주의 분만 혹은 자유 분만이라는 말을 거의 잊고 지냈는데 공교롭게도 요즘 그 자연주의 분만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니 반갑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의 자연주의 분만법이 유행하게 된 데 제가 따로 한 역할은 없습니다.
제가 큰 규모의 병원을 운영했던 것도 아니고 그런 부분에서 홍보에 관심을 크게 두고 대대적으로 알리거나 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기도 해서 이겠지요.
사실 저는 외국에 나가 그런 것을 본 적도 없고 그런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지도 몰라서 그냥 무언가 이름을 붙여야 해서 제가 그런 말을 붙여서 해 보았었던 건데 우연의 일치인지 같은 용어로 거의 비슷한 취지의 분만법이 새롭게 대두가 되었다니 참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여하튼 자연주의 분만법 또는 자유 분만에 대한 그간의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굴욕의자에 누워 분만을 하고 다양한 의료적 처치를 하는 전통적 분만법이든 혹은 그런 것을 하지 않는 분만법이든 아기와 산모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출산될 수 있고 그것이 산모와 가족에게 편한 방법이라면 제일이다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산모는 바닥에 누워 진통을 하게 하고 어떤 산모는 병실 침대에 누워 진통을 하고 분만을 하게 해 보고 어떤 산모는 분만대에서 또 어떤 산모는 수술대에 앉거나 누워서 분만을 하게 해 보았는데 산모들마나 다 편한 방법이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 이것이 나을 때도 있었고 저것이 나을 때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어떤 한가지 이름을 붙인 분만법이 모든 점에서 모든 산모들에게 가장 낫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진통의 자세나 분만의 자세와 관련하여서는 본인이 가장 편한 자세를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하고 그 다음에 의료 처치도 무난한 방법을 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진통과 분만이라고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통증이고 험난한 과정이다 보니 막상 출산 순간에는 대부분의 경우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분만대에 누워서 출산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데 낳고 나면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분만 자세와 관련한 것을 제외하고는 위에서 말한 몇가지 시술들은 안할 수 있으면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식성의 경우를 예로 들면 어떤 사람은 한식이 좋고 어떤 사람은 양식이나 또는 일식이 좋을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한식이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한식이 나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분만과 관련하여 자연적인 것이냐 의료적인 것이냐 하는 것은 식성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유기농 식품과 화학 비료를 사용한 농작물과 비교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저는 어느 한가지가 모든 경우에 제일 좋은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점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분만도 자연주의든 자유주의든 수중분만이든 전통적인 것이 되었든  산모가 가장 편하면서 아기와 산모 모두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이면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어떤 한가지가 제일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그래서 그 방법에 모든 산모나 의료진이 맞추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옷에 몸을 맞추는 것처럼 더군다나 한가지 색깔과 사이즈의 옷에 모든 사람이 몸을 맞추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제가 자연주의 분만법이나 자유로운 분위기의 분만법을 싫어하거나 단점이 더 많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분만 환경에서는 그런 것들이 많이 미흡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이 갖추어지고 장려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의 분만 환경은 현재의 전통적 방법인 분만법에 대하여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지나치게 강요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분만과 관련하여서는 그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그 과정상 여러가지 것들이 산모나 가족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따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방식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때로 그런 자유스러움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전문가로서의 방향 제시를 듣고 싶은 산모에게 불안함을 주게 되고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자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어쩌면 또 다른 정형화된 틀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산모나 가족의 의견을 물어보고 전문가로서의 제 의견을 제시해서 선택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선택한 것에 따라 저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합니다.
이것이 분만 방법에 대하여 제가 현재 가진 생각입니다.

참고로 자연적인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가정 분만을 택할까 고민하는 분들께도  한말씀드립니다.
분만에 대하여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의사는 5% 정도에서는 또는 어떤 의사는 좀더 높은 수치로 위험성이 있는 분만으로 보고 자연적 과정만으로 분만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퍼센티지가 설사 그 이하라도 만일 발생할 경우 산모와 아기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히 확률로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위험이 발생한 경우 최선의 방법은 빠른 판단과 조치입니다.
그런 점 때문에 저는 가정 분만이나 조산원 분만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전문적 지식과 오랜 경험 그리고 적절한 시설과 장비가 있는 곳에서 진통과 출산을 하는 것이 좋고 현재까지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관찰하는 곳이 그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만에 대하여는 많은 것들을 알고 시행할 수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자신의 출산을 위해서나 혹은 자신의 아내의 출산을 위해서 가정 출산이나 조산원 출산을 택했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은 그들이 집이 편하다는 것을 몰라서는 아닐 것이며 자신이건 다른 사람이건 의사의 지식과 경험이 없이도 대부분 안전하고 편안하게 출산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도 아닐 것입니다. 

바라기로는  병원과 같이 그런 안전성이라는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집처럼 편안하게  또는 반대로 편안한 집에서 병원이 가진 안정성을 가미한 곳에서 분만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요.
외국의 유명 연예인은 그렇게 집에서 병원과 같이 의사의 도움과 시설 장비를 갖추고 출산을 한다고 듣기도 했는데 아마 막대한 비용이 들었겠지요.
그래서 아직은 꿈을 이루지 못했고 아마 평생 이루지 못할 가능성도 높지만 저는 진통과 분만을 하는 병원을 생활하는 가정집처럼 꾸며서 비록 자신의 집은 아니지만 집처럼 편안하고 그러면서도 의사가 가까이서 체크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의료적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그런 모습으로 만들었으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능력이 되지 않아 그러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분만 환경을 갖추는 병원도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모든 산모들이 편한 가운데 출산을 하고 모든 아기들이 안전한 가운데 출산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방법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리고 이왕이면 제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고 시도했으며 지금도 미련이 많은 자연적 방법, 자유스러운 방법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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