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출산을 해야 할까?

출산할 병원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고민인 산모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산모나 가족 입장에서 자신이 출산할 병원에 대하여 어떤 점이 미흡할 수 있는지 어떤 점이 나은지 정확히 알기가 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대체적인 것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실상을 모르다 보니 불안한 점도 많이 있겠지요.
그래서 병원의 규모별로 그리고  조산원 분만과 가정 분만도 포함하여  문제될 수 있는 점은 무엇이고 장점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간략히 적어드립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산모들께 병원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분만 의사 3명 이하의 소규모 의원
소규모 개인 의원은 비교적 원장의 재량에 의하여 많은 것이 좌우될 수 있고 결정 과정이 간단하여 산모들의 여러 요구가 비교적 폭넓게 반영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 소규모 개인 의원이 집 근처에 위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유리하고 경제적인 점에서도 아무래도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보다는 저렴한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전문성을 자랑하거나 혹은 메스컴에 많이 알려진 곳은 비용이 비교적 고가인 곳도 있기는 합니다만 상대적으로는 대체로 저렴한 편입니다.
반면 소규모 의원이 갖추지 못한 3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제왕절개와 같은 응급 수술의 경우 마취 초빙의사를 모셔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에 들어가기 까지 시간이 다소 더 걸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이십분 정도의 시간 지체는 별 문제가 없지만 간혹 초응급적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소아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신생아 처치에 있어서는 별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아기가 호흡이 없다거나 심한 조산아일 경우 등 소아과 의사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타병원으로 이송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세번째는 혈액 공급에 있어서의 문제입니다.
혈액 은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곳에서는 수혈이 필요한 경우 혈액원에서 피를 타다가 수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혈을 할 수 있기 까지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되며 이 시간이 위험할 정도의 대량 출혈의 경우 산모에게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소규모 개인 의원에서 출산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는 산모나 아기가 특별한 위험이 예상되지 않는 건강한 만삭일 경우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외 산모가 심한 노산이라거나 산전 검진 동안 태반의 위치 이상이 있다거나 아기가 조산이 된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안전을 위해 대형 분만 병원이나 대학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분만 의사 5명에서 10명 전후의 중대형 분만 전문 병원
분만에 대하여 비교적 체계가 잡힌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다소의 고위험군도 소화가 가능하며 비용 문제는 대학병원과 소규모 개인 의원의 중간에 해당하므로 경제적으로는 다소 유리한 편입니다.
상주 마취과 의사가 있고 상주는 아닌 경우가 많지만 전담 소아과 의사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응급시 조치가 수월한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산모의 출산이 동시에 이루어지다보니 개인의 선택에 있어 조금 제한된 점이 있고 무엇보다 산모 개개인별로 특화된 서비스가 조금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기 낳는 공장 같은 느낌이 있어 산모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존중이 미흡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소규모 의원과 마찬가지로 역시 혈액 은행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출혈에 대한 문제는 소규모 개인 의원과 마찬가지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점이 몇가지 있지만 현재로서는 분만을 위해서는 가장 무리가 없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으며 중대형 분만 병원에서 분만을 고려할 수 있는 산모는 아무런 고위험 요인이 없는 산모부터 다소간의 조산, 경증의 임신 중독증처럼 심각하지 않은 산과적 문제를 가진 경우가 해당합니다.

대학 병원 등 3차 병원
상주 마취과 의사, 소아과 의사, 혈액 은행의 보유등 산과적 합병증이나 문제에 대하여 가장 안전한 병원입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영리적 목적이나 방어적 목적의 진료나 과잉 진료가 비교적 적고 대체로 원칙적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다만 가장 정형화된 틀에 따라 진찰과 분만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모 개개인의 요구가 반영되기는 가장 힘든 분만 시스템입니다.
또한 수련 과정에 있는 비전문의 (전공의) 또는 경험이 많지 않은 전문의 (전임의)가 분만을 담당하게 되고 보고 시스템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요즘은 교수님이 직접 분만을 하는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조치가 더디게 될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교육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련의나 전공의의 참관이 있는 경우가 많아 산모 개인의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는 가장 미흡합니다.
따라서 대학병원에서 출산을 고려하는 것이 좋은 경우는 중증 임신 중독증, 심한 조산, 전치 태반, 동반 내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위험 산모의 경우입니다.

결국 소규모 의원을 선택하는가 분만 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을 선택하는가 하는 기준은 편리성(혹은 편안함)과 안정성 중에 어느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경우인지 어느 것이 더 자신에게 필요한 지를 판단하는 것에 의해 좌우된다 하겠습니다.
그러한 의학적 측면에서의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  산모 개인의 성향도 감안을  해아 하겠지요.

조산원
집과 같은 편안함이 있고 경제적으로 저렴한 편이며 비교적 오랜 기간의 분만 개조 경험이 있는 조산사가 출산을 돕게 되어 편안함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정 분만을 제외하고는 제일 나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점인데 의료적 처치는 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적 과정에 가깝게 출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산사는 법적으로 그리고 의학적 술기 차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 자연 분만만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회음부 절개나 흡입 분만 또는 제왕절개 분만이나 신생아 처치는 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정상적 진행이 아닌 이상 과정의 분만 과정을 겪게 되는 산모의 경우 주변 산부인과 병의원으로 이송해야 하며 이러한 이송으로 인하여 적절한 조치가 늦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산모나 아기의 건강에 위험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산원 분만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는 의료적 문제가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산모들이며 대체로 터울이 많이 나지 않는 경산모인 경우에나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출산 과정에 동반될 수 있는 여러 돌발 상황을 감안하고 국내의 여건을 감안할 때 저는 개인적으로 조산원 분만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조산사에 의한 분만이 활성화 된 곳은 유럽 지역으로 산부인과 의사수가 절대 부족하거나 혹은 분만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국가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처럼 산부인과 지원자 특히 분만을 할 수 있는 남자 의사의 산부인과 지원이 부족할 경우 앞으로 우리나라도 유사한 분만 시스템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향후 5년이나 10년 정도까지는 산부인과 의사에 의한 분만이 무리는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가정 분만
따로 장점 단점을 언급하지 않으며 가정 분만이 적절한 산모들 군을 말씀드리지도 않는데 이는 현재의 여건으로 보아 가정 분만은 고려할 만한다고 판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모성 사망율과 신생아 사망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늘어난 노산과 산부인과 전문의의 부족에 기인한 것입니다.
가정 분만이 가진 편안함이 없지 않지만 분만이라는 것이 안고 있는 위험을 감안할 때 그런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도 좋을만큼 편안함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정 분만이라하더라도 분만 의사가 왕진하여 진통 내내 관찰이 가능한 경우는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국내의 의료 인력 여건상 쉽지는 않습니다.
또한 분만이라는 힘든 과정을 가는데 있어 의사가 되었든 조산사가 되었든 혹은 과거처럼 산파가 되었든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임신과 분만이라는 것이 병이 아니고 질병의 치료가 아니기는 하지만 잠재적 위험이 젼혀 없는 상태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출산을 앞둔 산모께서  출산하기 위해 선택 가능한 장소의 장단점에 대하여 간략히 적어 보았습니다.
물론 저는 조산원 분만이나 가정 분만에 대하여 자세히는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제가 산부인과 의사이다보다 의료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좀더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분만 장소의 선택과 관련하여 아래 몇가지 중 하나로 조언해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1번: "오랜 기간 분만 의사로 지내보니 임신은 병이 아니고 아무 문제될 것이 없으니 집에서 아기를 낳아도 되겠더라"
2번: "분만은 조금 위험한 상황은 생길 수 있기는 하겠지만 조산사의 도움만 있어도 충분하기 때문에 조산원에서 출산해도 되겠더라"
3번: "분만은 대부분 안전하다 해도 혹시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고 그런 위험을 얼마나 조속히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니 분만에 대하여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산부인과 의사가 있는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 것이 좋겠다"

저는 20여년간 분만 의사로 살았으니 결코 경험이 적은 경우는 아닐 것이고 어느 산모가 어디서 출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하여 의사에게 유리하게만 말할 만큼 편협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 것을 바탕으로 제 아내가 임신했다면 위의 1번, 2번, 3번 중 제가 추천하는 하나를 선택하도록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대로 다른 산모들께도 똑같이 말씀드릴 뿐입니다.
제 조언은 3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