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출산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유시간이 없어서..
더 미루다가는 후기를 못쓰겠다 싶어서 아기 자는 틈에 급히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하고 싶던 이야기의 절반이라도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찌 되었건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후기를 남깁니다.
참, 태명이 포비였던 우리 아기는, 어제 출생신고를 마쳐서 박윤겸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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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당시.....
"이렇게 찍으면 되는 건가요?"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잘하고 있어, 힘내', 라며 다급하게 격려해 주던 남편의 목소리가....
갑자기 심원장님께 고프로 사용법을 배우러 온 사람처럼 평안해졌습니다.
남편의 목소리와 손에 의지해서 겨우 겨우 고통을 참고 있었던 나는, 순간 그 와중에도 '아니 그게 지금 문제야' 라는 생각을 했는데..
한참 나중에 남편에게 묻고서야 그 평안함과 안도감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심원장님이 카메라를 주신다는 건 분만이 무사히 끝나간다는 거잖아. 얼마나 기쁘고 안심되는 순간이야? 그래서 마음을 놓았지"
(후기에 이 이야기를 꼭 써달라고 남편이 부탁해서... ^^ 출산하시는 분들, 심원장님께서 고프로를 주시면 아기가 곧 태어난다는 기쁜 징조로!)
막달에 상도동으로 이사했지만, 임신 당시 용산에 살고 있어서 가까운 산부인과를 검색하다가... 진오비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병원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10달을 보낼 줄은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초산이라서 주변에서는 대부분 당연히 대학병원 급의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고, 당연히 무통을 맞아야 한다고 했습니다만,
첫 진료 이후 어쩐지 심원장님께 신뢰가 가서 (물론, 아기집이 아직 작아서 확실하지 않다고.....다음에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겁을 주셔서 엄청 긴장하면서 설명을 들었지만....ㅠㅠ) 고민하지 않고 진오비를 선택했습니다 (홈페이지를 알기도 전이네요...).
직업과 성격상 연구를 많이 하고 걱정이 많은 편인데 - 진오비 홈페이지에 가득한 귀한 정보들과, 언제나 정성껏 신속하게 답해 주시는 의료 상담 게시판, 그리고 초반에는 과외를 받는 마음으로 황송하게 참여했던 의료상담 방송 - 저는 진짜 재밌었는데 중단됐어요..ㅠㅠ- 덕분에 불필요한 인터넷 검색이나 정보수집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온갖 사안을 다 염려하면서 공부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걱정은 의사에게' 라고 말씀해주신 심원장님의 어느 날 방송을 듣고 나서, 마음이 무척 편안해지면서 큰 신뢰를 갖게 되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앗 이야기가 옆으로 새려 합니다... 출산후기에 집중해야되는데.... ㅎㅎ
심한 입덧을 제외하고는 나름 순조로운 임신 기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막달이 다가올 무렵 '아기가 상당히 큰 편' 이라는 심원장님의 우려섞인 말씀을 여러 번 듣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예정일에 맞춰 나온다면 4.4kg이 될 수도 있으며, 머리크기도 10cm에 가깝다는....말씀을... ㅠㅠ
중기에 수박을 좀 먹었던 것을 빼면 몸무게도 7kg밖에 늘지 않은데다 임산부 먹방 한 번 제대로 찍어보지 못한 저로서는 어떻게 식이를 조절할 수도 없었고.. 남편이 크게 태어났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유전이라 어쩔수 없겠거니... 하고 있었습니다.
부디 38주 무렵에 나와 주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아아... 40주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40주 진료 때... 주말까지 진통이 없으면 다음주 화요일에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아기가 큰 편이라 (4.4는 아니지만 4kg 정도...) 유도 후에도 수술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면서도, 아기 크기가 크다고 모두 난산은 아니며, 작다고 다 순산도 아니라고 격려(?)의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오히려 힘주기와 순산체조가 더 중요하다구요....
태동검사를 하러 갔는데 원장님이 평소 제 걱정을 (얼른 진통이 와야 되는데...라며) 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한편으로는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더 되기도 했지요.
저는 촉진제가 너무너무 무서워서 유도 분만만큼은 정말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물론 용감히 잘 해내신 분들이 많지만요)
그날 유도 예약을 잡고 나서, 너무 슬픈 나머지 진오비에서 홍대 방향으로 정신없이 걷다가, 그만 빗길에 미끄러져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넘어지면서 든 생각은... 아 혹시 이렇게 진통이 와주지 않을까... ㅎㅎㅎ 물론 아니었지만요.
그리고나서 마음을 고쳐 먹고, 이왕 이렇게 된거 실컷 놀자, 는 마음으로 다음날부터 놀러도 나가고, 발맛사지도 매일 받고, 진통을 촉진한다는 파인애플도 반통 먹고, 진통 온다는 혈도 눌러보고 ㅋㅋ.....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흔히 하시는 걸레질이나 계단 오르기는.... 혹 양수가 미리 터질까봐 무서워서 하지 않았습니다. 아픈 걸 넘 싫어하여...자유로운 자세로 진통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던 중 예정일을 4일 넘긴 금요일 새벽, 이슬이 보이더니 20분 간격 정도의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초산이라 오래 걸린다고 들어서 그날 오후 임산부요가도 평소대로 하고.....
저녁때쯤 되었는데 진통간격이 짧아져서, 아, 병원에 곧 가야 되나... 생각을 하면서 남편에게 퇴근길에 삼계탕을 사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곧 병원에 갈 수 있을 줄 알고, 삼계탕을 먹을 수 있을까 없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진통을 참고 있었지요... ㅎㅎㅎ
결과적으로는 새벽 3시나 되어서야 병원에 와도 좋다는 말씀을 듣고 출발하게 되었지만요...
오늘 아마 당직이 아니실텐데.... 하며 죄송한 마음을 품고 진오비에 도착했고...
원장님께서 오셔서 내진을 해 주시고는, 한 3cm쯤 열렸다고 말씀해 주시면서, 토요일 오후나 저녁때쯤 낳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진행이 느리면 촉진제를 써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던 걸로....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이후 5cm가 될때까지, 입원실에서 호흡에 집중하면서 진통을 견뎠습니다.
이완하고 힘을 빼는게 중요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그러려고 노력했지요.
최선을 다해서 이완하고 긴장을 풀려고 했습니다.
진통이 올 때는 많이 아프긴 했지만, 중간중간 진통으로부터의 휴식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나름 평화로운(?) 상태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예전 후기를 보면 태동 검사가 많이 힘들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태동 검사를 위해 똑바로 누울 때마다 진통이 사라진다(?) 는 점이 좀 특이했던 것 같습니다.
무지 아픈 진통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 태동 검사 띠만 매면 진통이 없어져서.....계속 매고 있고 싶었습니다.
원장님께서 보시고, 진통이 약해서 촉진제를 써야 할 수도 있겠다고 하셔서
'아니어요...저는 태동검사때만 진통이 없어요오..'라고 마음속으로 저항하기도 했었습니다. ㅎㅎ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원장님께서 다시 오셔서, 5cm인데 진통이 약하고 진행이 느리니 아무래도 촉진제를 써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촉진제를 써도 아기가 크기 때문에 수술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면서요...
분만실로 이동하는데, 정말 슬펐습니다. 결국 촉진제 님을 맛보고야 마는구나.... 그리고 촉진제의 고통 끝에 수술한다면 어차피 바로 수술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분만실에 눕는 순간, 나가시려는 심원장님께 마지막으로 여쭤봤습니다. "가능성이 높다고 하셔도 바로 수술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촉진제를 써서 분만을 시도해 보는 것이 낫다고 보시는 것이지요?" 이때 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제게 큰 힘을 주었습니다. 10cm까지 열리는 것은 지금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오히려 이후에 힘을 잘 줄 수 있는가가 문제라구요.... 그래서 상황을 어렴풋이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가 3시 반 쯤이었던 것 같은데 ,한 7, 8시쯤 되면 다 열릴 거라고 대강 들은 것 같아요.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납니다만...
약간 절망적인 마음으로 있었는데, 오현경선생님이 눈에 보였습니다. 큰 아기를 걱정하던 제게 "저희가 도와드릴께요" 라고 답글을 남겨주셨던.....그래서 그 와중에도 어찌나 반갑던지.... ^^
저는 '수술해주세요' 라는 말만큼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었는데.....
이후 촉진제의 효과가 갑자기 확 느껴지는 순간 ----- 머릿속에서 아주 냉정하게 계산이 이뤄졌습니다. ㅎㅎ
우와, 7-8시까지 이 고통을 나는 못 견딜 것이다... 라고..
그래서 정색하고, 현경샘에게..."저 수술해 주세요"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단호하게 '그럼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라고 하시더군요... ㅠㅠ 그러시면서 "잘 하실 것 같은데요?"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나서, 에이, 모르겠다, 그럼 집중하자... 죽지는 않으니까...라고 마음을 비웠지요.
정말, 처음 겪어보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 휘몰아치기에, 눈을 꼭 감고, 호흡에 집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동안 도움이 되었던 '우우우...소리내기 를 하다가 현경샘에게 야단맞고...
"소리 내는 거 어디서 배우셨어요? 그렇게 하면 아기에게 산소가 가지 않아요"
바로 마음을 또 고쳐먹고 "후우~"로 바꾸고.....
남편이 배를 문질러 주었는데, "그렇게 하면 도움이 되나요?"라고 누가 물으시기에 "네~" 하고 대답하고...ㅎㅎ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마구 힘이 들어가면서 아래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힘을 막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 얼굴로 힘을 주면 안된다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말씀을 또 듣고.... 그동안 화장실에서 연습해 본 대로 힘을 주는 방향을 조절해 보려고...했지요. (사실 너무 아픈 상태라서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노력은 그러했다는....)
그러다 현경샘이 갑자기 전화기를 찾고... 심원장님이 올라오신다고 하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또 그동안 후기에서 본 '후광'이 궁금하여 심원장님이 오시는 순간 살짝 눈을 떴더랍니다. ㅎㅎㅎㅎㅎ
그 반가움이란.
그리고 나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따뜻한 아기가 가슴 위에 올려지던 순간과 후처치의 아픔이 떠오르네요.
아기 이름을 불러 주었더니 울지도 않고.... 감동도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아기 낳고 나면 전혀 안 아플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 왜 아무도 낳고 나서 태반 빼고 후처치 하고 등등이 이렇게 아프다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것인가"라는 배신감(?)에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습니다. ㅎㅎ
이후 진오비에서의 정말 소중했던 (그리고 정말 힘들었던 --- 그래서 이후 육아의 큰 힘이 됐던) 모자동실 시간을 거치고....(간호사 선생님들, 방에 들러서 우리 포비를 다정하게 이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쁜 누님들이라고 포비가 좋아했던 것 같아요 ㅎㅎㅎ) 심원장님의 따뜻하고 다정한 진료를 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랬습니다.
아기가 깰 때가 다 되어서... 급히 마무리하자면......
원장님 말씀을 듣고 순산요가를 20주부터 했던 것, 32주 이후에는 호흡과 이완 위주의 요가를 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원장님을 비롯한 분만실 의료진들을 깊이 신뢰할 수 있었던 것이...... 무사히 윤겸이를 만나고,
노산임에도 이렇게 빨리 회복해서 육아에 전념할 수 있게 된 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긴 글인데도 하고싶은 말이 더 많지만, 아기님께서 이제 시간을 안 주시네요... ㅎㅎ
긴 임신기간동안 정말 좋은 안내자가 되어 주신 심장님, 음방을 통해 늘 일상의 위안과 기쁨을 주신 심디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요.. 늘 정성껏 초음파를 봐주셨던 배유진 실장님도 감사합니다.. 아기가 유난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ㅎㅎ 현경샘/분만실 선생님들 무척 감사합니다. 목소리들이 또렷하게 기억나요...격려해주신 산후맘님들과 순5모임 분들도 정말 고맙습니다. 분만실에서 카톡창이 스쳐갔어요....
진오비를 통해 만난 모든 분들에게 마음을 담아,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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