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편 병원의 규모]

오늘 모처럼 생각이 나서 저희 병원이 어떻게 언급되고 있나 둘러 볼 겸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저희 병원과 관련된 카페글들을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어느 병원을 정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 지금 임신 중이거나 혹은 출산한 다른 산모들께 묻는 글들이 많더군요.
내용들은 우려스럽게도 대부분 글들이 표피적 측면에 대한 질문과 답변 그리고 평가였으며 일부는 이런 기준으로 병원을 정해도 될까 싶은 것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희 병원에 대하여는 그리고 저라는 의사에 대하여는 부정적으로 말씀해 주신 분들보다는 좋게 말씀해 주신 분들이 다행히 조금 더 많은 것 같더군요.
물론 무뚝뚝대마왕이라는 제 별명 그대로 무섭게 보이고, 대하기 어렵고, 거만하고 딱딱하게 보인다는 지적은 여전했지만 말입니다.
천성은 정말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인가 봅니다. ㅠㅠ
제 나름대로는 그런 부정적 모습이 아주 조금은 나아졌지 않았을까 자위해 봅니다만. ^^
여하튼 그런 질문 글에 답글을 다신 분들 중에는 제가 알만한 아이디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어 한편 반갑고 한편 감사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짐작하고 알고 있던 것이긴 하지만 임산부들의 입장에서는 일생에 한두번 겪게되는 임신 출산을 어디서 할 것인지에 대하여 상당히 고민들을 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점도 새삼 느꼈습니다.

아마도 쉽지 않은 선택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그런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참고할만한 여러 중요한 정보들을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어느 병원이 어느 정도의 제왕절개율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과거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매년 모든 산부인과의 제왕절개율을 발표하기도 하였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제는 제왕절개 수술율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왕절개율이 비교적 높은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으로 두루뭉실하게 발표하는 정도입니다.
물론 제왕절개율 말고도 고려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중요 의료 정보들을 일반인 입장에서 알기 어려운 점과 그리고 정작 무엇이 중요한 고려 사항인지 잘 모르는 점 때문에 산모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것들 즉 병원의 규모, 의사의 수, 시설의 깔끔한 정도, 진료 및 출산 입원 비용 그리고 기껏해야 의료진의 친절도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런 것들은 자신의 건강과 아기의 생명 앞에서 그리 중요한 것들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외형적인 것보다 내실과 관련된 것입니다.
내실을 알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간접적으로라도 내실을 짐작해 보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 그리고 어떤 것을 좀더 중요하게 살펴 보아야 하는지 하는 점에 대하여 순전히 제 주관적 견지에서 몇가지 정리해 봅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제 개인적 견해이므로 모든 경우에 이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이런 것들을 참고하시어 결정에 도움을 받으시면 좋겠다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병원의 규모, 병원의 철학, 의사의 자질, 그외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시간 나는 대로 시리즈로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병원이냐  개인병원이냐?]

우선 오늘은 첫번째로 병원의 규모에 대한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규모란 단순히 병원의 건물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동네 산부인과와 3차 의료 기관인 대학병원에 대한 비교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점이 출산 산부인과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점입니다.
한마디로 나는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냐 아니면 편리함을 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냐 하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안전하면서도 편리하고, 서비스도 좋으면서 비용은 저렴하고, 실력도 있으면서 친절한 병원이면 좋습니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런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는 어떤 점이 더 중요한 요소인지 하는 것을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당연히 안전이 우선이지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실제 임신해서 안전하다는 대학병원을 다니다 보면 이건 아닌데, 혹은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특별히 고위험 요인이 없는 분들은 안전보다 편리함을 더 고려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산모  자신과 아기의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고위험 요인이 없는 분들은  안전한 대학병원이든 편리한 동네병원이든 어디를 가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고위험 요인이 있는 분들은 가능하면 대학병원 진료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나는 고령 산모인가 아닌가?]
고위험 요인에 관하여는 이 홈페이지의 다른 곳에도 써 놓았지만 흔히 간과하기 쉬운 것이 나이 요인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신생아 사망율과 산모 사망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산부인과 전문 인력의 수가 부족해지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령 산모가 많아진 탓이 큽니다.
제기 진료하는 분 중에도 과거 10여년 전에 비하면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가 체감으로는 서너배 정도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의 발생 비율도 높고 조산에 따른 미숙아 출산 위험도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그런 임신 관련 후유증이 발생할 시 즉각적 조치가 가능한 내과 의사와 소아과 의사가 상주하는 대학병원이 더 안전합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를 기준으로 하면 너무 많은 분들이 대학병원으로 다녀야 하는 점이 있어 40세를 기준으로 그 수준이 넘으면 대학병원으로 정해서 다니라고 말씀드립니다.

[내과적 혹은 산부인과적 질환은 없는가?]
나이가 고령이 아닌 산모들의 경우 내과적 질환과 산부인과적 질환의 유무를 살펴야 합니다.
내과적 질환 중에는 심장 질환과 폐질환, 신장 질환을 보유한 분들의 경우 대학병원 진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질환들은 출산이 산모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심장 질환이나 폐질환이 있다고 모두 대학병원 진료의 대상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안전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산부인과적 질환 중에  출산 병원을 정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크게 보아서 자궁 근종과 태반의 위치 이상 두가지입니다.
난소의 이상이나 염증 관련 질환은 대부분의 경우 출산 병원을 정하는데 있어 별 고려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자궁 근종도 크기와 위치에 따라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은 진료를 맡은 산부인과 의사의 조언을 참고해서 하시면 되겠지요.

태반의 위치 이상은 모두 대학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출산시 과도한 출혈이 동반되어 수혈이 필요할 수 있는데 혈액은행을 보유한 대학병원이 아닌 경우 즉각적 대량 수혈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병원의 경우 수혈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이 혹은 혈액형 별로 한두병 정도의 혈액을 구비하고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출산시  태반 이상으로 인한 출혈은 한두병 이상의 과다 출혈이 흔하기 때문에 그런 준비 정도가 적절한 준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이상이 발견된 분들은 대학병원으로 정해서 진료를 받고 출산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뚝배기보다 장맛]
요즘 많은 병원들이 저출산의 여파로 경영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가볍게 생각하기 어려운 심각한 고위험 요인을 동반한 산모조차도 안전한 대학병원으로 전원하지 않고 중소규모 병원에서 담당하는 곳이 많습니다.
사실 자신의 병원을 찾아온 산모를 대학병원으로 전원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병원 운영을 걱정해야 하는 경영자인 원장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자신을 찾아온 산모를 매몰차게 거절함으로써 비난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고민의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과 생명은 그 누구보다 일차적으로 자신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저는 이러한 것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위험한 상황임에도 그저 불편하다고 하여 동네의 중소병원을 정해서 출산을 맡기는 것이나, 아무런 고위험 요인이 없음에도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모든 산모들이 대학병원 진료를 선호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체형에 맞는 옷이 있는 것처럼 자신에게 맞는 출산 병원이 있습니다.
그런 병원을 잘 고르는 것이 임산모께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입니다.
물론 그런 어려운 선택을 돕도록 하는 것이 사람이  산부인과 의사의 역할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50세가 넘은 초고령 산모의 출산을 도왔다고 어느 작은 병원 의사가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료계의 현실입니다.
산부인과 의사의 모습이 진솔한 조언자와 조력자 (혹은 조교? ㅎㅎ)의 입장에서 그저 수입을 일차적으로 생각하는 기술자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듯 싶어 안타깝습니다.
더불어 임산모들도 내실보다는 겉모습에 현혹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입니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 속담처럼 하다못해 된장찌게 한 그릇을 먹어도 그릇보다는 장의 맛과 질을 먼저 생각한 선조의 지혜가 그립다 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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