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순6모임 문수연 산모(? 아직도 산모라 불러도 될지) 입니다 ^^

지난주가 우리 선우 100일이었어요~ 가족들 모두모여 푸짐하게 백일상 차려주고, 감격에 겨운 하루를 보내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문득 진오비에 출산후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PC앞에 앉아 돌이켜보니 정말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100일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아들인지 딸인지가 정말 궁금해서 종일 두근대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9개월이 지나고..
아가가 예정일보다 일찍 나오는 바람에 출산하던 날조차도 마치 판타스틱 어드벤처 같았죠

우리 선우. 꿀떡이가 엄마아빠를 만나려고 신호를 보내던 날은 4월 26일 저녁 7시 즈음이었어요
아기 맞이를 위해 신혼때부터 살던 작은 집을 떠나 새집으로 이사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날이었죠
퇴근하는 신랑 저녁을 차려주고 있는데, (메뉴도 아직 기억나요 애호박부침을 하고 있었어요 ㅎㅎ)
월경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꿀렁 하는 느낌이 나더니 이슬이 비쳤어요
첫아이라 아무 경험이 없지만, 저는 100퍼센트 확신했죠. '아 이게 바로 이슬이구나'
조금 놀라고 떨리는 마음으로 친정엄마에게 제일먼저 연락을 했더니 "오늘내일안에 나오겠구나" 하시더군요.
정말 저는 24시간 정도 지나면 나오겠거니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어요 아프지도 않았거든요.

신랑과 함께 맛있게 저녁을 먹고(이때는 이게 최후의 만찬이 될꺼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
샤워후 누워있는데 저녁9시 즈음부터 살살 배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생리통의 한 5배정도의 아픔으로 2분간격으로 아파오더라구요?
근데 아무리 엄마카페를 검색해보고, 출산경험이 있는 아는 언니에게 물어봐도 처음부터 2분간격일 수가 없다는거예요
주기는 2분을 계속 유지한채 11시까지 침대에 누워서 진통을 음미(?)했습니다.
강도는 조금씩조금씩 계속 강해졌고, 점점 무서워지길래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현경쌤이 받으셨던것 같은데:) 더 많이 아파서 참을 수 없을것 같으면 병원으로 오라고 하시더군요
나는 너무 아픈데 너무 시크하셔서 조금 서운했습니다. 너무 무서웠거든요
한 30분을 참았나.. 아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 병원으로 출발하고나서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오늘 아가낳으러 오신 산모분들이 많아서 방도 없는데 오시면 고생만 하실꺼라고 또 오지말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이미 출발했으니 가겠다고 했죠. "그러세요~ 오시려면 오세요~"역시나 이때도 시크하셨.. ㅠ_ㅠ

4월 27일 12시쯤 병원 도착. 도착하자마자 분만실로 들어가서 태동검사? 였나.. (아가가 막달검사도 하기전에 나와버려서 태동검사라는 것을 못해봤어요)
그것도 하고 드디어 심원장님이 들어오셔서 그 무섭다는 내진을 했는데 2cm가 열렸다고 하셨어요. 그게 어느정도인건지 감이 안잡히는 상황인데 원장님이 "내일 아침전에는 나오겠네요" 한마디 하시고 나가셨어요. 역시나 시크하셨는데 ㅋㅋ 나중에 아가 낳고 보니 그날 태어난 아가들이 너무 많아서 심원장님도 간호사님들도 모두 상대적으로 피곤하셨던것같아요. ㅠㅠ

4층에 가족실?이 만실이어서 3층 분만실과 함께 있는 회복실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출산을 기다렸습니다.
남편이 처음부터 옆에 있어줬지만, 정말 강도가 너무너무 쎄지기 시작했던 1시~부터는 그야말로 저와만의 싸움이었죠.
9시 처음 진통이 시작되던 때처럼 주기는 계속 2분 정도 주기로.. 정말 너무...너무..... 아팠습니다... 벽을 손톱으로 마구마구 긁어대며... 남편을 괴롭혔다가... 울부짖었다가.....
중간에 한번씩 현경쌤이 들어오셔서 상태가 어쩐지 확인하시고 내진도 해보시는데 5cm,,
현경쌤이 들어오실때마다 마치 천사가 들어오는 것 같은 심정이었어요. 저분은 이 고통에서 날 도와줄 사람이다. 심정? ㅎㅎ

마침내 오전 4시 반이 넘는 시각 마지막 내진을 하고 8cm가 열렸다는 말을 듣고, 분만실로 향했습니다.
약 두달전 주말 남편과 함께 투어했던 그 분만실에 죽을것 같은 진통과 함께 입성하는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분만실에 눕자마자 오른팔에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주사바늘(엄청 큰 바늘인지 나중에 뺄때 알았어요)이 꽂히는 것도 모른채 계속 울부짖었죠ㅠ정말 하늘이 노랗고 까맣도록 너무너무너무 아파서 신랑이 뭘하면서 옆에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구요
아기가 많이 내려왔다는 말을 듣고나니, 드디어! 심원장님이 수술복?을 입으시더군요.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심원장님이 수술복 입으시는 그 모습이 슬로모션으로 보였어요....
어서 빨리 좀 입어주세요... 제발요.....
ㅎㅎㅎ
그날 태어난 아가들이 너무 많아서 심원장님이 자주 나갔다 들어왔다를 하셨었던 것 같은데, 제가 왜자꾸 원장님 나가시냐고 우니까 현경쌤의 한마디가 생각나네요
"지금 여기 엄마만 있는거 아니예요"
으악ㅋㅋㅋㅋㅋ 저만큼 원장님도 간호사님들도 정신없으셨을것 같아요.

현경쌤이 아가 머리가 보인다는 말을 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으로 힘을 주자는 말을 듣고 정말 죽을듯이 힘을 주었어요.
빨리 이 진통을 끝내고 싶었거든요.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마지막 힘을 주자마자 아가가 응애~하고 우는 건 아니더라구요?
갑자기 진통이 멈추더니 아주 큰 응아가 껴있는것처럼 자꾸만 힘이 자동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왔어요
아, 아가 머리는 나왔나보다, 그게 지금 이느낌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원장님도 현경쌤도 "엄마~ 이제 힘주지 마세요~"
저도 말 잘 듣는 산모가 되고 싶어 힘 안주고 싶은데 정말 힘이 자꾸 자동으로 들어가서 참느라 혼났네요.
수초가 지났을까 쑤욱 하는 느낌이 들더니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우리 아들이 뜨겁고 무겁게 제 배위로 올려졌습니다.
심원장님이 아가 가슴을 손가락으로 간질간질 몇번 하시니까 아가가 응애~하고 울기 시작하더라구요.
제 귀에는 너무 귀엽기만 한 목소리였는데 원장님이 아가 울음소리가 힘이 없다고, 양수도 좋지 않았고 체중도 적어서 좀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하셨었죠

제 배위에서 몇 분 앵앵 계속 울고.. 후처리가 끝나고(저는 조금 느낌이 좋지 않아서 뭐랄까 다시 겪고싶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태반이 나오고.. 신랑이 탯줄을 자르고.. 아가는 잠시 목욕을 하러 옆방으로 갔습니다.
정말이지 어떻게 그렇게 아플수가 있었는지, 그리고 아가가 나옴과 동시에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이 다시 아픔이 사라질 수 있는지 정말 너무 신기한 순간이었습니다.
목욕하러간 아가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동안 신랑과 단둘이 얘기를 많이 나누었고, 정말 행복했고 따뜻했습니다.
그때의 방 온도와, 적당한 소음, 조도, 음악.. 잊혀지지 않네요.

너무 많이 징징거리고, 소리도 정말 많이 지른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신 심원장님, 그리고 현경쌤을 비롯한 분만실 간호사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지금 우리 아들은 정확히 107일이 되었어요:) 작게 태어났지만 또래들을 많이 따라잡아 지금은 정상체중이랍니다.
유산기에 조산기에 그리 건강하지 않은 엄마가 9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사랑하는 우리 아가를 무탈하게 만나게 도와주신 심원장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사를 가서 조금 멀어졌지만, 저희에게 둘째가 찾아온다면 저는 또 당연히 진오비입니다.

감사합니다. 진오비











댓글

어머나 아가가 너무 이뻐요. 출산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등록시간 2016-08-27 18:50
아가가 넘넘 귀엽네요~~~ 백일상에 애호박 부침이 잔뜩 올라가있고^^ 의미있는 100일상이네요 4월 27일이 기운이 좋은 날이었나봅니다. 아가들이 많이 태어난 날이라니~~ 행복한 육아 하시구 종종 예쁜 아가 사진   등록시간 2016-08-1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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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woo082 [2016-08-18 13:03]  봄봄이 [2016-08-16 00:04]  심상덕 [2016-08-12 18:05]  오현경 [2016-08-11 23:05]  podragon [2016-08-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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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현경 등록시간 2016-08-11 23:1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잘지내셨나요~
마지막에 웃는선우사진... 심쿵이에요!
소세지같은 다리도 조물조물 만져보고싶은 마음이 들어요~

엄마표백일상에 정성가득이 눈에 보이고~
분만 후 행복해하는 엄마의 얼굴도 기억이 나요.
진통을 워낙 잘 참으시고 진행도 빨라서 수월하게 분만하셨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진통의 아픔은 넘나 고통스러운것!
그래도 정말 잘 참아내셨어요~

오셔서 좁은공간에서 힘드실까 걱정했던 말이 시크하게 느껴지셨다니!
마음 상하지마셔요~ 저의 진심은 전해졌으리라 믿어요 :)
그래도 불안하면 이런저런 상황 따지지말고 그냥 오시는게 제일 좋아요~

피곤했던밤의 기억이 또렷하지만, 목욕하면서 방긋 방긋 베넷짓 해주던 아기라 더 또렷하네요.

무더위속 육아전쟁속에서도 긴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고생하셨던 아빠께도 인사 전해주시고~ 행복한 육아 하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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