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2박3일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간 곳은 충남 서천의 마량포구라는 곳입니다. 저는 잘 모르는 곳인데 아내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부모님과 돌싱 여동생, 그리고 저희 부부 5명이 1차로 마량포구 근처의 해양 글램핑 장에 이틀 숙박하면서 근처의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습니다.
동백나무 숲, 홍원항, 월성리 갯벌 체험장, 서천 특화시장, 국립 생태원, 한산 모시관, 신성리 갈대밭, 금강 하구둑, 춘장대 해수욕장, 희리산 자연휴양림 등.
나이든 부모님 모시고 이틀 일정으로 소화하기에는 좀 벅차 보이지만 국립 생태원을 빼고는 KTX 기차 타고 지나면서 보는 풍경처럼 그저 슬쩍 스쳐 본 정도입니다. 그래서 휴가 다녀온 보고는 국립 생태원 관람 소감으로 대신합니다.







위 사진은 모두 국립 생태원에서 찍은 것으로 생태원은 30만평의 부지에 각종 식물원과 동물관 등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개장한지 삼사년 되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장항과 같은 시골에 있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잘 꾸며 놓은 것 치고는 너무 멀고 알려져 있지 않아 관람객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맨위 사진은 생태원의 중앙 쯤에 있는 에코리움관의 로비 모습입니다. 천장에 종이 모형처럼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애벌레, 거미, 개구리, 뱀, 독수리의 모습입니다. 먹이사슬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더군요. 생태원에서는 방문객 목걸이를 차고 자원 봉사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1시간 정도에 걸쳐 둘러 보았습니다. 설명 들은 것 중에 기억에 남는 움직이는 것은 코알라였고 움직이지 않는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아가베라는 선인장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나무의 잎만 먹고 사는데 하루의 거의 대부분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유칼립투스의 잎에 들어 있는 알콜과 마약 성분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코알라는 약에 취해 평생을 자다 가는 셈인 것이죠.ㅠㅠ. 더군다나 그 독성분 때문에 새끼를 낳아도 처음에는 모유를 먹이지 못하고 대신 태어나서 얼마간은 어미의 변을 먹여 키운다고 합니다.
똥을 먹고 크는 아기라....
더럽다고 해야 할 지 경이롭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는 경이롭다에 한표 던집니다. 생명이라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경이롭기도 하고 치열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코알라의 새끼 키우기에서 다시금 느껴봅니다.

아가베라는 선인장은 좀 다르게 감동을 주더군요. 이 꽃은 백년에 한번인가 꽃을 피우는데 한번 꽃을 피우면 그대로 죽는다고 합니다. 꽃을 피우면서 온 몸의 에너지를 다 쏫아 버렸기 때문에 수분도 섭취 못하고 말라서 그대로 죽는다더군요. 좀 안되어 보이기는 하는데 뭐 그런 현상이 아가베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연어도 그렇고, 사마귀도 그렇고.....

교미를 하고 죽거나 꽃을 피우고 죽는 모습처럼 직접적인 모습이 아니라도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 새끼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어미에게는 엄청난 희생을 치루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아닌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것입니다. 더불어 출산이 희생을 담보로 하는 숭고한 일이 맞지만 출산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열하고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출산하는 산모가 있어야 존재 가치가 있는 산부인과 의사라서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가치 여부를 떠나서 한번쯤은 꼭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멋진 곳을 가보는 것,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
모두 삶의 기쁨을 주는 일입니다.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잉태와 출산, 육아는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 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직접 경험은 전무하고 간접 경험만 많아서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잠에 취해 평생을 사는 코알라도, 뜨거운 사막에 사는 아가베는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똥을 먹여 가면서도 새끼를 낳고 단 한번의 꽃일망정 피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참 아내 (맨 아래 사진에서 갈대밭 사이길을 걸어 가는 여인네)는 아가베에 대한 생태 설명원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가베 시럽이 이 풀에서 나는 것이라고 신기해 하더군요. 저와는 시각이 많이 달랐습니다. ㅎㅎ 물론 제 시각은 맞고 아내의 시각은 틀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휴가기 쓰다가 이야기가 또 출산 쪽으로 흘러가 버렸네요. 해가 갈수록 제 직업병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족:
글램핑장은 함부로 갈 것은 아니더군요. 편의 시설이 너무 부족해서 정말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지 저처럼 말하는 리모콘이라는 별명을 듣는 사람은 갈곳이 못됩니다. 그래서인지 저희가 가 있는 동안 28채 중 저희만 숙박하고 있어 썰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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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p15 [2019-10-15 19:58]  yh3800 [2017-09-04 01:10]  thepetal [2016-09-08 18:19]  podragon [2016-09-03 18:49]  달콤짱짱 [2016-09-03 03:18]  봄봄이 [2016-09-02 21:58]  
#2 봄봄이 등록시간 2016-09-02 22:1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그래도 휴가 다녀오신 이야기가 궁금해서 들어왔더니 요렇게 후기글이 있네요~
말씀해주신 코알라와 아가베 이야기는 처음 듣는터라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아가베하니 시럽부터 생각이 났었는데요 ㅎㅎ

내년 휴가 후기엔 숙소가 무척 편하고 좋았다라는 글을 봤으면 좋겠네요. ^^

저도 글램핑은 엄두를 안내는지라 ㅎㅎ
아이가 좀 크면 체험삼아나 한번 가볼까 싶네요~~
#3 달콤짱짱 등록시간 2016-09-03 04:18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올해도 휴가를 다녀오셨다니... 넘 기쁘네요~(왜 제가?^^;)

ㅋㅋ 저두 아가베 선인장 얘기가 나오자마자.. 아가베시럽부터 생각했는데... 저와 다른 시각의 원장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어 즐겁답니다~^^ 코알라는.. 첨엔 모유먹고 자라다.. 22~30주쯤부터 어미 똥을 먹는데, 소화에 좋은 박테리아가 많아서 그런거라네요~ 글구 유칼립투스는 알콜과 독 성분도 있지만, 거의 반은 수분이라.. 잎과 잎에 맺힌 이슬만 먹고 살아 코알라는 물을 따로 마시지 않아요~^^  그나저나.. 70%의 코알라가 클라미디아에 감염돼 대량으로 안락사시켜야 한단 의견도 있었는데요, 최근에 신약이 개발되었다니 다행이예요~
#4 김미수 등록시간 2016-09-03 19:3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그래도 글 초반에 글램핑장이라고해서 글램피장? 하고 의아했어요 ㅎㅎㅎ 왠지 원장님 안좋아하실것같아서요 ㅎㅎ 불편해서 저도 캠핑같은거 무척 싫어하거든요^^;ㅋㅋㅋ 그래도 좋은 추억 만드시고 모처럼 즐거운 휴식시간이 되신것같아요~~
5# xingxing 등록시간 2016-09-06 16:39 |이 글쓴이 글만 보기
휴가를 다녀오셨다니 제가 다 기쁘네요^^
미수회장님 답글처럼 의아했어요 글램핑이라니..원장님과 글램핑이라니;;;
뭔가 매우 안 어울린다싶었는데 맨 밑에 결말이 ㅋㅋ

임신과 출산은 정말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는 경험이 맞는 것 같아요_
그리고 육아는 더더더 그런 것 같구요 ㅜㅜ

날씨가 다시 더워졌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6# 이연경 등록시간 2016-09-08 20:3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꽃을피우고 죽는 아가베나. 7년동안 땅속에 살다 한달도못살고죽는 매미나 어떤게 좋고 슬프고 안타깝다고 의미부여해서 사람들의 생각에따라 감정이 들어가는것같아요ㅋㅋ 어떤쪽으로 생각하면 저도 7년동안땅속에 있고싶기도한데요;; 부모님 모시고 다녀오신 여행~ 다음엔 청도 7261545성급호텔 패키지로 다녀오세요ㅋㅋ 휴양 늘어지게하는 일정으로다가~~~ 암튼 올해도 부모님과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것만으로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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