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14.6.8. PM 10:52
첫째를 출산하던 날 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부터 양수가 터져서 오전 8시에
당시의 집근처(성북) 병원으로 이동했고...
제모, 관장, 유도분만, 무통주사...
출산까지 14시간을 병원에서 고생했습니다.

담당의사쌤은 일요일 밤 10시 이후였던지라...
홈페이지에 이름도 없던 당직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받아주었습니다.

제가 힘을 제대로 못줘서 일수도 있지만
회음부 절개이외로도 엄청나게 찢어진 탓에
100일 지나서도 회음부방석 없이는 못 앉았고...
돌전까지 걸을때마다 응꼬에서 뭔가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내 인생에 둘째는 없다고 생각했던 저는...
그렇게  아이를 무럭무럭 키우다
(계획은 하지 않았지만)
운명처럼 둘째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이벤트 1> 임신은 맞나용??

임테기 두줄...대략 4주정도 되어서 병원을
찾던 중 진오비 산부인과의 심상덕 원장님을
찍었습니다. 당직의사쌤한테 저의 출산을
맡기고 싶지 않았던 트라우마 때문이었습니다.

수요일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는데
토요일에 자리가 났다고 생각보다 쉽게
예약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병원에 갔을 때 예약명단에 없다고...;;

주말이라 대기자도 엄청 많았고, 진료보기
힘들까 통화내역을 보여주며 진상 (?)을
피우려하자 조금 기다려보라고 하셔서
40분 정도 대기를 했습니다.

카페글에서 이미 많이 찾아본 심장님...
처음 뵙는데 처음 뵙는 거 같지가 않았습니다.
하하핫...그런데 아기집이 안보인다고...
임신확인서 안끊어주시고 2주쯤 후에 와보라고
하셨습니다. 유산될 수도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덤덤하게 말씀해주셔서
마음을 다잡고 돌아왔습니다.

분명 테스트결과는 2줄이었는데 ㅎㅎㅎ

2주후에~~떡 하니 자리잡은 '이지'(태명)...
뭔가 둘째는 쉽게쉽게 키운다길래 출산도
육아도 easy하길 바라며 지었습니다.

6주만에 아기집을 보고 심장소리를 듣는데
저의 심장도 어찌나 두근두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벤트 2> 전치태반이 뭔가용?

그렇게 2달여가 지나고... 첫째 아이랑 놀아주다
무리했던 지 주말에 출혈이 보였습니다.
일요일이었던 지라 전화드렸는데... 심장님이
직접 전화를 주셔서 상태를 체크한 후
내일 내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진료결과...
경계성 전치태반!! 당분간 누워만 있으라고;;
회사를 다니고 있던 저는 진단서를 제출하고
절대 안정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출혈이 멈췄고...태반이 이동을
해주었습니다. 마침 추석시즌이라 시댁에도
못갔습니다. 하하핫;;

<이벤트 3>  양치기 소녀 (?)

첫째 아이때 조산기로 입원하다가 양수가
터졌던 저는 진통이 뭔지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뭔가 진통이 오는 거 같아서 저녁 6시 이후 방문

아직 1~2센치 열려있긴 하지만 진진통은
아니다.
(저 때문에 퇴근도 못하시고 기다려주시고;;)
하지만 조산할 수 있고 아이가 아직 작으니
절대안정을 하라고 하셔서...
또 누워만 있었습니다.

두번째 방문...뭔가 주기적 진통은 있었지만
강도가 세지 않고 아직 아이가 작은 상태로
태동검사와 내진 후 귀가...

설 전전날이라 연휴때 낳을까 걱정했는데
집에 돌아갔더니 다시 괜찮아졌습니다;;

두 번쯤 가진통으로 병원을 갔더니
양치기 소녀가 된 것 같아서 다음엔 반드시
진진통을 해야 병원에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지의 탄생>

2017.2.13. AM 12:00

조산기 있다고 누워만 있었더니 어느새 41주;;

첫째 아이를 재우고 쉽게 잠이 오지 않아서
누운 채 핸드폰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습니다.

배가 살살 아파 저녁에 순산체조할때도 뭔가
평소보다 더 움직이기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12시부터 5~10분 간격으로 강한 생리통같은
느낌이 계속 되었습니다. 또다시 양치기소녀가
되지 않기 위해 새벽 2시까지 참아보다가
2시 40분 경에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진통이 5분 간격 2시간 정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니 원장님께 물어보고 다시 전화주시겠다고 하셨고...잠시 후 병원으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1시간 후쯤
도착하겠다고 말씀드린 후에 씻고 준비해서
병원으로 출발...
그 동안 짐을 챙겨놔서 핸드폰 충전기 정도만
추가로 더 챙겼습니다. ㅋㅋ

새벽 4시경...병원도착!!

태동검사 결과는 5분간격이 맞았지만
내진으로는 1센치 정도 열려있다고 하셨습니다.

1센치라니!! 4시간 넘게 진통을 하고 갔는데;;

집으로 갔다가 오전에 다시 와도 좋고
입원해도 좋다고 하셨는데... 저의 촉으로는
반드시 입원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벽 6시...이 진통을 겪으며 언제까지 있어야
하나 싶게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배를
비틀었습니다.
이제는 호흡법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간호사님을 불러달라고 해서...제발...제발...
무통주사를 놔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심원장님...안 놔주시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도 무통 놔주시면 안될...까요~?"
"9년째 한번도 놔주시는 걸 못봤습니다."

헉...그래도 매달리면 놔주실 주 알았건만...
앞이 깜깜했고... 여전히 3~4센치 열렸다고;;

아침먹겠냐고 하셔서 먹고 힘내야지 하는
생각에 아침을 시켰습니다.

7시 30분쯤...아침이 도착한 찰나...
저걸 먹을 정신은 없을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엄청 아픈 진통이 밀려왔습니다.

으윽...죽을 거 같아...괜히 남편을 마구마구
째려보며 몸을 비틀고 있는데 순간 뭔가
주르륵 흐릅니다.

"양수가 터진거 같아. 간호사 선생님 불러줘..."

남편이 간호사쌤을 찾으러 간 사이...계속 물이 흘러내렸고, 양수라는 확신이 드는데...

갑자기 응가가 마려운 느낌!!!

관장을 안해서 응가가 나오는 건가 하는
두려움에 남편을 소리내 부릅니다.

그때 간호사쌤과 들어온 남편...
얼른 일어나 분만실로 가자고...하셨고
뭔가 나올 거 같아서 못 걷겠다고 했지만
그러니 더 빨리빨리 오시라고...ㅋㅋㅋㅋㅋㅋ

으윽...뭔가 쌀 거 같은 이 느낌...
남편이 부축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응가를
쌀것만 같은 기분에 혼자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기가 나와버릴까 힘도 못주고...힘이 계속
들어가는 상태에서 분만침대에 누웠습니다.

드뎌 심장님 들어오시고, 전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원장님이 음악틀라고 하시고 남편에게 캠코더
설명해주는 소리가 들리고 링거를 꽂는 게 느껴집니다.

뭔가 처치가 시작되는 느낌...

눈을 감고 힘을 빼려고 노력했지만...
뭔가 나온거 같은 느낌...
(응가를 싼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긴박한 시간,
첫째 아이땐 무통마취하고도 힘조절 실패!
육중한 간호사쌤이 배를 눌러서 겨우 아이가 나와주었는데...

둘째는 이미 내려와 있다보니 심호흡하라고
알려주신대로 하자 곧 아이가 산도를 통과하는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어깨가 걸렸다가 심장님이 꺼내주신듯한 느낌;;

이젠 아프다기 보다는 드디어 나왔구나 하는
기쁨과... 첫째 아이와 다른 형용할수 없는 기분
이랄까요??

이제사 출산을 제대로 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아이는 울면서 제 배위로 올라왔고... 태명을 불러주자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쳤습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배위에서 있다가 남편이
탯줄을 잘랐습니다.

태반을 꺼낼 때엔 약간 암전 된 듯 눈앞이
컴컴해지기도 했지만...다시 괜찮아졌습니다.

분만실에서 흐르는 음악...
뭔가 진통이 끝났다는 기쁨...
출산을 온전히 치룬것 같아 제 자신이
대견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아이가 빠져나올 때의 느낌이
계속 잊혀지지가 않았습니다.

2017.2.13. AM 8:8 이지 출생...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으셨다는 심장님 덕분에
회음부 방석 없이 앉을 수 있는
산모가 되었습니다.

훗배앓이 할 수 있으니 자궁맛사지를 하라고
알려주신 덕분에 훗배앓이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소중한 탄생의 기록을 usb에
담아 출산 다음날 가져다 주신 심장님...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자동실이라 수시로 젖을 물린
덕분에 첫째 아이때도 못해본 완모가
가능할 거 같습니다.

다 잊어버려서 속싸개도 못하고
분유도 잘 못 먹이던 저를 대신해 수시로
챙겨주시던 간호사쌤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에필로그>

진오비산부인과는 자연주의출산에 가깝게...
제모...안해서 좋고;
(첫째 낳고 회음부 통증과 새로 자란 털 ㅋㅋ
들이 따끔거려서 혼났거든요 ㅎㅎ)

관장...안해서 좋고;;
(전 철분제 먹어도 변비에 안걸리는데 ㅋㅋ
생애 첫 관장에 1초도 못참고 화장실 달려갔던
첫째 때의 기억이 ㅎㅎㅎ)

심장님이 직접 손으로 자르고 본드까지 붙여서
산모수첩을 만들어 주시고...아이 초음파사진도
직접 붙여주시고...중요한 진료내용은 메모하며
적어서 색연필로 칠해주셔서 정말 정말
좋았답니다.
(첫째땐 초음파 사진을 못붙여서 뭉쳐놨거든요;)

무엇보다 usb에 담아준 것들...출산동영상...
초음파영상...그리고 태교음악까지~~~
아이가 커서 이 자료를 보여주면
얼마나 행복해할까용??

비록 32주에 아들인 걸 알고 조금 실망을 하며 ㅋ
주변에서 얻어온 딸옷을 다시 분양보냈지만...
(성별을 알 때까진 좀 많이 기다리긴 해도~~)

기다리며 기대하는 심리가 남달랐던거 같습니다.

모자동실과 무통마취를 안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아이를 낳고 난 후
그것이 아이와 엄마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조리원에 와서 산모님들을 붙잡고 진오비의
홍보대사처럼 계속 PR했지만 무통주사 없이
출산하는 것과 모자동실에서 경악을 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도 첫째때는 그랬으니까요 ㅎㅎㅎ)

그래도 만신창이가 되지 않으려면
둘째는 꼭 진오비에서 낳으라며 ㅋㅋ
적극 홍보를 하기는 했는데 넘어온 산모가
몇이나 될라나 모르겠습니다.
(한두명은 넘어온 듯 ㅋㅋ)


젖을 먹고 4시간째 자는 둘째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진오비 산부인과도 사랑입니다 ♡♡

댓글

저도 첫애때 조리원에서 무통없이 자분하고 모자동실에서 있다왔다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제가 더 당황했었는데 ^^;;; 이번에 자연진통으로 다시 겪어보니, 역시~! 무통없이 출산하는게 좋은거라고 생각  등록시간 2017-04-0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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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tayalove [2017-10-27 06:08]  단비엄마 [2017-09-12 15:31]  podragon [2017-02-28 21:51]  심상덕 [2017-02-28 09:13]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심상덕 등록시간 2017-02-28 09:3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
지금은 조리원에서 조리 중이시겠네요.
출산할 때는 순조로이 빨리 진행이 되고 힘도 잘 주시어서 제가 별로 도와드린 것이 없었는데 후기까지 남겨 주시고 홍보까지 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둘째는 첫 출산과는 달리 진행은 빠르지만 진통을 강하게 하시는 분도 많아서 둘째라도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래도 나름 편하게  출산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모자 동실 문제나 무통 주사를 놓아주지 않는 것은 사실 산모 입장에서는 이겨내기 쉽지 않은 것들일 것입니다. 저야 출산을 해 본 적이 없지만 옆에서 보아온 경험으로는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얼핏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급적 의학적 개입을 줄이고 자연분만하고 순산하는 것이 신체적 회복이나 정신적인 자부심 면에서 훨씬 낫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진 큰 단점--대하기 편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과 말씀해 주신 그런 단점들이 있어 병원 경영은 좋지 않지만 할 수 없는 일이죠. 저로서는 나쁘든 아니던 당장 산모분이 원하는대로 도와드리기보다 당장은 좀 불편해도 결국 산모들께 나은 쪽으로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니까요.

쓰다보니 제 변명글이 되었네요. ㅠㅠ
다시한번 후기 감사드립니다. 임신 기간에 비하면 앞으로 육아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지만 이미 그러고 계신 것처럼 잘 해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리 잘 하시고 두아이와 남편분과 함께 행복한 육아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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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eneloves [2017-03-01 14:07]  zoomooni [2017-02-28 22:12]  podragon [2017-02-28 21:51]  
#3 zoomooni 등록시간 2017-02-28 22:15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심상덕님이 2017-02-28 09:30에 등록
안녕하세요.
지금은 조리원에서 조리 중이시겠네요.
출산할 때는 순조로이 빨리 진행이 되고 힘도 잘 주시


ㅎㅎ변명이라기 보다는 장점으로 받아들이고
많은 분들이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신체적 회복과 정서적 자부심이
출산에서는 중요한 것 같거든요^^

그게 아이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도 그렇게 믿고 ㅎㅎ
잘 키워보겠습니다.

밤낮없이 일하시는 진오비 의료진들께
감사드려요♡♡
#4 김지선 등록시간 2017-03-01 14:0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ㅎㅎ따끈한 후기 잘읽었어요..저도 첫째를 14년4월 진오비에서 오랜 진통시간과 사투끝에 낳아서 둘째는 잘낳으려나 걱정한 1인인데..왠걸 둘째는 진오비에 도착한지 45분만에 낳았다죠^^;;(저땜 그날 진료 밀리셔서 오래대기하신날입미당ㅋㅋ;;)
저역시 zoomooni님처럼 둘째도 아들이라 좀 아쉬웠는데 또 키우다보니 둘째는 넘 귀여운맛이 있더라구요 ㅋㅋ첫째도 다행히 동생이 귀엽다며 좋아하구요..이제 집에돌아가심 두 아이 육아에 바쁘시것네여~그래도 몸조리 잘하시구요 ㅎㅎ다시한번 둘째 득남 츄카드려용~~

댓글

ㅋㅋㅋ그날이 성별 아는 날이라 예민했던 지라... 낳아보니 아들도 귀요미네요 ㅋ 조리원 천국에서 나오니 약간 멘붕이지만 잘 키워보렵니다^^ 지선님도 화이팅요♡♡  등록시간 2017-03-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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