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송이 출산후기

예정일: 2017.6.11
출산일: 2017.6.11 PM 2:56

태명/성별: 송송이/남
출생시 몸무게: 3.18kg
자연분만/무통X/촉진제O/관장X/제모X

38주6일까지 근무. 예정일 일주일 남겨두고 꿀같은 출산휴가 돌입.
평소 못 치웠던 집 좀 치우고, 주한이(첫째) 놀이방도 만들어주고 송송이 침대 정리도 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보냄. 운동은 걷기 외에 다른 건 별로 못 하고(그래도 업무 특성상 하루 평균 1만보 가까이 걸었다는 데 스스로 위안을...) 휴가 돌입 후 짐볼만 통통 열심히 탐.
그럼에도 불구, 역시나 운동 부족 때문인가... 전날까지도 배뭉침만 가끔 있을 뿐 이렇다 할 출산 징후 없었음. 손발 저림, 발바닥 통증 정도는 일상적으로 참을만한 수준. 부종도 심한 편 아님.
예정일 전날엔 마지막 주말을 신나게 놀아보자며 주한이 데리고 엄마집 근처 연트럴파크에서 친구들 만나 열심히 놀고 하루 마무리.

예정일 당일. 오전 5시께 소변 마려워 깬 이후부터 나의 몸에선 출산을 위한 준비가 시작됨.
주기 없이 계속된 허리 통증과 강한 생리통 느낌. 응가 마려운 느낌에 화장실 몇 번 들락날락했는데 결국 병원 가기 전까지 총 4번, 자연관장 완료. 응가 다 본 뒤엔 탈수증상 옴. 설사배와 헷갈리는 통증이 계속돼 '아 오늘이구나' 싶었음.

오전 6시25분께부터 진통 어플로 체크 시작. 7~8분 간격 규칙적 진통 잡힘. 진통이 강하진 않고 생리통 세게 오는 정도의 통증이 1분 정도 왔다가,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 언제 아팠냐는듯 한 상태 반복.
진정 진통의 쓰나미가 온 것인가... 7시 넘어 신랑에게 콜. 자기야 송송이 오늘 나올 것 같아~
이후 병원에도 전화. 진통 간격이 잡혀요~ 하지만 간호사샘 왈 산모 목소리가 너무 멀쩡하다며 ㅋ 일단은 좀 더 체크해보자 하셔서 알겠다고 하고 전화 끊음. 30분 정도 후에 연락 달라 하셨는데 그 사이엔 큰 변화 없어서 전화 안 하고 진통의 파도타기를 즐김(?).
9시 반쯤 병원에서 전화 옴. 진통 간격 물어보시는데 달라진 게 없어서 여전히 7~8분 간격이라 말씀드리니, 30분 후 심원장님이 상태 한 번 보고 오늘 낳을지 내일 낳을지 결정하자 하셔서 급 병원행.
진통하는 엄마 옆에서 등을 타고 넘어다니던 주한이도 뭔가 엄마가 이상한 걸 알았는지 순순히 떨어져 줌. 엄마 송송이 만나러 갔다올게 주한아~ 하고 뽀뽀해줬으나 뽀로로에 심취한 주한이는 무반응 ㅎㅎ

병원 도착. 내진 및 태동검사 결과 자궁이 살짝 열려있고 입구는 부드러워져 있으며 100 찍는 통증이 주기적으로 잡히니 입원해서 지켜보자 하심. 그런데 집에서는 규칙적이던 진통주기가 병원에서는 10분 이상으로 벌어지기도 하고 진통의 강도도 더 세지지 않아 혼자 민망해짐... 특히 진통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때는 너무나 멀쩡해서 진통 중이 맞나 싶을 정도. 남편이 잠시 자리 비운 사이엔 집에서 주한이 봐주시던 친정엄마 대신 시어머니가 함께 있어주셨는데 어머님과도 하하호호 멀쩡히 대화 나누다가 진통 파도가 올 때만 잠시 으으 하고, 그리고선 다시 어머님 멀쩡해졌어요 하면서 또 수다 떪.
오후 1시반께 두번째 내진. 3센티미터 정도 열렸는데 진행 속도가 나지 않으니 촉진제를 맞아보자 권하셔서 그러겠다 함. 주한이 출산 당시 맞은 촉진제에 대한 안 좋은 기억(저승사자가 자꾸 나를 데려가려 했던 짜릿했던...-_-) 때문에 왜 내 자궁입구는 스스로 열리지 않는가 하며 서러워졌지만 기약 없이 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촉진제 맞는 게 좋겠다 싶었음.
주한이 때 촉진제를 오전부터 맞았는데 결국 오후 6시반 되어서야 출산한 경험칙상, 어머님은 애기 나오려면 멀었나보다 하시면서 댁에 다녀오시겠다고 병원을 나서심. 이때도 멀쩡한 상태로 입구까지 배웅해드림.

어머님 가신 뒤 수액 꽂고 촉진제 투여. 주사바늘이 잘 안 꽂혀 애먹었는데 수액이 들어가자 마자 갑자기 미친듯한 배 뒤틀림 시작. 이거슨 저승사자다! 갑자기 통증 호소하는 통에 링거줄 정리해주시던 원장님도 당황하심. 상태가 불과 몇 분 사이에 메롱이 되어가자 곧바로 분만실로 이동하자 하심. 걸어서 움직일 수 있을 때 가자고 하셨으나 거의 질질 끌려감. 하악 이게 바로 그 진통이었어 하며 잊고 있던 3년 전 출산의 기억이 되살아남. 그래도 둘째라 진행이 빠를 수 있다는 만인의 조언에 일말의 기대(?)를 안고 분만침대 위에 겨우 올라가 누움.

호흡이 가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워워 시키면서 집채만하게 커진 진통의 파도를 어찌어찌 넘김. 하지만 진통 간격도 넘 짧아져서 견디는 게 견디는 게 아닌 상태 ㅠㅠ 소리질러봐야 힘만 빠질 게 뻔해서 소리는 안 질렀지만 몸이 저절로 배배 꼬이는데 정작 꼴 수 없음이 또 깊은 슬픔으로 다가옴. 원장님과 간호사샘들이 분주하게 분만 준비를 하시는 동안 옆에 함께 있던 남편이 같이 진통을 견뎌줌. (남편 고마워 ㅠㅠ)
분만실 온 지 5분 정도 됐으려나, 본격적인 힘주기 시작. 애기 나온다고, 끙~~~~~ 하세요 더 더 더! 연습 없이 곧바로 실전 시작. 어떻게 힘 주는 건지 기억이 나지만 첫번째엔 생각만큼 힘이 안 들어가서 애기 머리 살짝 보이고 실패. 두번째 끄응~~~~~ 숨은 계속 참아보지만 응꼬에 힘이 부족하다!!!! 처음보단 더 준 것 같지만 이번에도 실패. 자 세번째, 끄응~~~~~~~~~~ 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저승사자가 또 방긋 웃으며 안뇽(;;;).... 힘주기 하다 진통 오니 사람 환장하겠단 게 이런거구나 싶음 ㅠㅠ 저승사자 보낸 뒤 끄으으으으응 밀어내려 했으나 힘이 딸려 도저히 안되겠.. ㅠㅠ 또 실패.
그런데 비상! 원장님 왈 양수색이 안 좋다고, 애기가 뱃속에서 태변을 본 것 같다 하심. 뜨악. 그럼 안되죳! 다시 한 번 끄으으으으으으응~~~~~ 앞의 세 번과는 다른 차원의 파워와 지속력으로 계속 힘 주며 밀어내기 신공을... 진심 응가 밀어내듯이 쫙 밀어내자 물컹- 일단 머리가 나왔구나 싶은 느낌이 듦! 거기서 계속 힘을 줘 밀어내자 으으으으으- 하다 보니 물커덩 하게 몸통도 나옴. 우아 성공했어!! 송송이가 나왔어!!! 분만실에서 걸린 시간은 총 15분 정도인 듯. 이정도면 레알 순산 아닌가요 ㅎㅎ
(하지만 나중에 보니 막판 힘주기 할 때 얼굴에 힘을 너무 많이 줘서 턱 밑 볼 주위 핏줄이 다 터져있었음. 남편도 내 힘주기에 놀랐다며 엄지 척! 그렇소 당신은 한마리 괴물을 본 것이오)

알콜 소독된 의료용 천에 싸인 채 송송이가 내 가슴팍에 올려놓아짐. 주한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했던 기억에 송송이를 처음 만난 순간도 더 생생함. 후처치 과정도 피를 많이 쏟았던 주한이 때와는 달리 몸이 약간씩 경직될 정도였을 뿐 크게 힘들진 않음. 회음부도 세 바늘밖에 안 꼬맸다 하심. 입원실 올라온 뒤에도 생각보다 쌩쌩. 출산 6일째인 오늘까지도 첫째 때만큼 붓기가 심하지 않아 스스로 신기해하고 있음.

기나긴 주절거림은 여기까지. 이상 제 출산 후기였습니다 ㅎㅎ

어느새 저에게도 출산이 '추억'이 된 시점이 왔네요.
임신 사실을 알고서 병원 탐색을 자세히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친정에서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처음 방문한 진오비였지만 진오비에서의 두 번의 출산은 두말할 것 없이 최고의 선택이자 축복이었어요. 주한이 그리고 송송이가 저희 가족에게 찾아와준 순간부터 엄마 배 밖 세상에 나올 때까지 세심하게 봐주시고, 무한한 애정으로 받아주신 심원장님 그리고 진오비의 모든 샘들께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심원장님께서 순산체조 하라고, 체중관리 하라고 줄기차게 말씀해주셨는데도 그 조언을 두 번 다 따르지 못해 송구합니다. 그래도 원장님만 믿고 따라간 덕분에 무사히 건강한 아가들을 출산할 수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많이 안 커지고(첫째 3.09kg, 둘째 3.18kg) 저만 커진(두 번의 임신 모두 18kg 가량 쪘네요 ㅠ) 덕분에(?) 출산 과정은 비교적 수월했는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더 수월할 수도 있었는데 괜히 저 때문에 더 고생하신 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ㅠ

그래도, 진오비는 최고입니다! 누가 어디서 출산했느냐 물어보면 "진오비에서 낳았어요"라고 이야기하면서 괜히 으쓱하게 되는 이 기분의 정체는 뭔지 모르겠지만 ㅎㅎ 암튼 그래요.
진오비가 저에게 특별한 또하나의 이유는, 첫째 주한이와 같은 날 진오비에서 태어난 아가 예성이를 조리원에서 바로 이어서 만나 지금은 둘이 특별한 친구가 됐고, 예성이 동생 예동이(태명)와 같은 나이의 송송이가 또 자연스레 진오비 동기 겸 친구가 되었단 거죠 ㅎㅎ 언젠가 예성맘과 아가들 데리고 진오비에 놀러가는 그 날을 꿈꿔봅니다 ^^

일명 '조리원 천국' 기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들 둘 전투육아가 시작되겠죠 ㅎㅎ 육아 중 마주하게 될 다양한 상황들이 아이 하나일 때와 둘일 때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겠지만, 진오비와 함께라 늘 든든하고 행복했던 임신 기간만큼이나 육아도 즐겁고 씩씩하게 잘 해보겠습니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댓글

너무 재미(?)있고 2년전 그날을 회상해 볼 수 있는 실감나는 글 잘 읽고 갑니다~.전 첫째 키우며 둘째는 엄두도 안나는...그래도 이 글을 읽으니 다시금 "아~ 그런 것이였지..."하며 여러 감정으로 회상하며 갑니다  등록시간 2017-06-19 23:00
너무 재미(?)있고 2년전 그날을 회상해 볼 수 있는 실감나는 글 잘 읽고 갑니다~.전 첫째 키우며 둘째는 엄두도 안나는...그래도 이 글을 읽으니 다시금 "아~ 그런 것이였지..."하며 여러 감정으로 회상하며 갑니다~  등록시간 2017-06-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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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 [2017-06-21 06:21]  podragon [2017-06-18 11:02]  최현희 [2017-06-17 15:39]  심상덕 [2017-06-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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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현희 등록시간 2017-06-17 15:4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올만에 완전 실감나게 읽었습니다.  순산을 축하드려요!!!! 이제 쭉욱 행복시작~~~♥하셔와요.  둘째는 보고만있어도 행복하다던데. . .진짠지 어쩐지 난중에 가르쳐주셔용 ♥♥♥♥
#3 김지선 등록시간 2017-06-18 11:3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ㅎㅎ형제맘에 합류를 환영(?)드리며 출산 축하드려요:) 확실히 둘째는 시간도 적게걸리고 숨풍 나오더라구요 ㅋㅋ저도 둘째아들 7개월접어드는데..해보니 아직까진 아들둘키울만(?)해요 ㅋㅋ나중에 어쩔진 모르지만..둘째는 진상부려도 귀엽더라구요^^;그럼 두아들 육아 잘하시구용 ㅎ
#4 오현경 등록시간 2017-06-21 22:58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어둠속에서도 아빠와 너무나 닮았던 송송이와 잘지내고 계신가요?
실감나는 후기라서 출산 앞둔 산모분들에게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날씨가 더워서 점점 힘드시겠지만
몸조리 하는동안 맛있는 음식 잘 챙겨드시고 조리원에서 푹 쉬시길:)

예동이 수 터져서 입원하셔도 엄청 씩씩하셨던 예성이어머님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네식구, 함께맞는 첫 여름 싱그럽게 맞이하시고,
행복한 육아하시길 응원할게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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