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눈으로만 보던 서울 자건거 따릉이 일일권 1시간 짜리를 빌려 보기로 했다. 휴대폰에 깔린 모바일 티머니로는 작동이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어서 처음에 몇차례는 애를 먹었다. 대여 자건거가 거치대에 한대 밖에 없던 어느날은 혼자 헤메이고 있으니 나중에 온 사람이 자기가 먼저 빌려 가면 안되겠냐고 묻는다. 어쩔 수 없이 양보했다. 시행착오를 겪다가 할 수 없이 카드형 티머니를 구입했다. 곰돌이가 그려 있는 7천원 짜리를 구매했는데 두장이 덜렁 나온다. 난 한장만 필요한데……아마도 연인들끼리 커플로 쓰라고 하나는 곰돌이 하나는 토끼인 모양이다. 전에 성게군이라는 만화를 그린 정철현 작가의 만화 캐릭터 마조와 새디와 닮았다. 카드만 7천이고 다시 충전을 해야 쓸 수 있어서 카드 구입에만 물경 2만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 할 수 없이 아내에게 한장은 주기로 하였다. 실수로 두장을 사는 탓에 하나를 어쩔 수 없이 준다고 말하기보다는 너도 따릉이 한번 이용해 보라고 네 생각해서 두장짜리로 구매했다고 나중에 만나면 말할 작정이다. 물론 아내는 단박에 그것이 거짓말인 줄 알아 차리겠지만. ㅎㅎ

우리 병원이 있는 동교동 3거리 주변에는 총 3곳의 대여소가 있다.  옛날 린나이 건물 앞 대여소가 한산해서 여유가 있는 편이고 삼성 디지털 플라자 앞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서인지 대여할 자전거가 없는 적이 많다. 로브 화장품 숍이 있는 쪽도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유가 별로 없다. 따릉이 이용권은 미리 카톡 페이로 구입해 두고 티머니 카드를 기계에 가져다 대니 띠롱 소리와 함께 대여가 성공했다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어제 물경 두어시간을 헤메다 실패하고 돌아 갔다가 인터넷을 검색하여 마침내 성공한 것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어느 사이트에선가 조그만 글씨로 모바일 티머니는 되는 기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는 글이 있다. 이런 것은 대여소에 좀 큰 글씨도 적어서 안내해 주면 나처럼 휴대폰 모바일 카드가 작동 안해 당황하는 사람이 적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 아니 폼나게 쌩쌩 달린다기 보다는 바퀴를 굴려 움직이는 일이라고 해야겠다.  의외로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 서울은 자건거 타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자전거 타본 지도 오래 되었고 이제 다치면 뼈도 잘 안 붙는 나이가 되어 감히 차도를 내 달릴 욕심은 못 낸다. 구불 구불한 주택가 골목을 한참 달리다 보니 망원동 가는 길 즈음에 자건거 전용 도로가 보인다. 자전거 전용 도로는 인도의 일부를 잘라서 자전거만 다니도록 해 둔 길이다. 이번에 처음 안 사실이지만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고 자전거 우선 도로가 있다. 자전거 전용 도로라 해도 사실 행인들이 인도와 구분없이 다녀서 완전한 전용 도로의 구실은 하지 못했다. 자전거 우선 도로는 차도의 일부 즉 맨 바깥 인도쪽 길을 자전거가 우선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전거 우선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전거가 그리 보호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바닥에 자전거 우선 도로, 자전거 보호라고 써 있고 법도 그렇게 되어 있겠지만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덩치다. 자전거 보다는 승용차가, 승용차보다는 버스가, 버스보다는 무식하게 생기고 덩치도 제일 큰 화물차가  도로에서는 제일 힘이 세다. 법과 제도가 있지만 법보다는 돈이 더 힘이 센  이 사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오래전 석기 시대 때의 덩치와 근육이 지금은 돈으로 바뀐 것 뿐이다.

자전거 전용 도로를 10여분 달리니 망원 유수지 근처로 한강 고수 부지가 나온다. 자동차나 사람의 방해없이 자전거를 타기에는 한강 고수 부지만한 곳이 없다. 한낮의 더위가 아직 조금 묻어 있기는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맞는 바람이 꽤 시원하다. 차갑게 식힌 수박 한통에 견줄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강물 위를 지나온 바람도 등줄기의 땀을 식히는 데 한몫 톡톡히 한다. 자건거를 타본 지가 오래되어서 조금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면서 성산대교쪽으로 달린다. 따릉이는 정기권도 있고 일일 이용권도 있는데 일일 이용권은 1시간 짜리가 1000원,  2시간짜리가 2000원이다. 1시간 짜리든 2시간 짜리든 관계 없이 정해진 시간 내에 반납만 제대로 하면 하루 24시간 내에서는 추기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다시 빌릴 수 있다. 1시간 짜리 이용권을 구매했기 때문에 대여한 지 1시간이 가까워지면 근처 대여소에 가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시 빌려야 한다. 따라서 대여소가 한시간 이상 떨어진 곳으로는 가지 않는다. 진통 산모가 언제 올지 몰라서  내가 30분 혹은 1시간 내로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멀리 가지 않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목줄이 따릉이에게도 달려 있다.  

한강 고수 부지 주변에는 시에서 설치해 놓은 운동 기구들이 드문드문 있다. 잠시 쉴 겸 운동 기구에 앉아 본다. 허리 운동 기구도 있고 팔 운동 기구도 있고 다양하다. 웬만한 헬스장에 있는 기구 못지 않다. 물론 고급 헬스장에 있는 기구 만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세련된 고급 기구라고 지방이 더 빨리 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마음으로 먹는지에 따라 음식의 맛이 다른 것이지 금수저로 떠먹든 흙수저로  떠먹든 숫가락에 음식의 맛이 달려 있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흙수저 인생이라고 한탄하는 청년들을 많이 본다.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해서 자신이 살아 나가는 인생도 흙맛으로 바꾸는 우를 범하는 청년들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10여년전 서대문구에 개업하고 있을 때 다니던 스위스 그랜드 호텔 헬스장이 생각난다. 그때도 매일 한시간씩은 운동 기구도 이용하고 트래드밀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리곤 하였는데 그때 헬스장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이곳 한강 고수 부지에서 보는 사람들은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무언지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는데 거칠게 한마디로 표현하면 서민적 분위기가 있다. 전에 다니던 호텔 헬스장보다는 이곳 고수 부지가  마음이 더 편하다. 무엇보다 장점은 무료라는 점. 아무래도 나도 천상 서민인 모양이다.

몸을 움직이면 배가 고파지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한치의 틀림이 없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고수 부지에는 편의점이 일정한 간격으로 있어서 언제든 목도 축이고 허기도 달랠 수 있다. 크림빵도 하나 사고 바나나 우유도 하나 사서 계단에 걸터 앉아 먹는다.  주변에는 가족들끼리 온 사람, 친구랑 함께 온 사람, 연인과 함께 온 사람등 다양하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등 하는 것도 역시 다양하다. 가까이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강물과 사람들을 바라본다. 아웃사이더가 되어 인사이더를 쳐다 보는 것같은 허전함이 잠시 스친다.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은 내일도 이렇게 흐를 것이고 강변에는 그렇게 사람들의 도란거림이 이어질 것이다. 따릉이 대여 시간이 45분이 넘었다는 음성 알림이 상념으로부터 나를 깨운다. 이제 일어나서 자전거를 반납하러 가야겠다. 남은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으니 여유있게 준비도 하고 반납할 것도 반납할 수 있으니 좋다. 인생도 그렇다면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중환자들을 보면 남은 삶의 기간을 미리 안다고 꼭 더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인생은 자건거 타기랑 많이 다르다. 타는 방법을 배우기도 어렵고 넘어지지 않고 꾸준히 무사히 잘 타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반납해야 할 때조차 모른다. 1, 2시간 짜리도 아니고 보통 몇십년 씩이나 되는 긴 기간임에도 말이다. 그저  한가지 같은 사실은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것.
달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보니 밤이 꽤 깊었나 보다.

댓글

검진하실때만 뵈서 따릉이 타시는 모습이 상상이 안되지만ㅋ 여러가지 생각들에 대해 쓰시는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등록시간 2018-07-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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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ngxing [2018-08-09 21:43]  rutopia [2018-08-02 20:59]  hanalakoo [2018-07-28 11:06]  podragon [2018-07-24 18:58]  satieeun [2018-07-21 21:10]  alaia [2018-07-21 01:43]  
#2 hanalakoo 등록시간 2018-07-28 11:1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중국은 보증금으로 2만원 정도 넣어두면 자전거 이용이 무료에요. 가장 좋은 점은 자전거 거치대가 없어서 아무데나 둬도 돼요. 그래서 학교 주변 마트 주변 등등 자전거가 막 널려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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