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병원이 있는 홍대 근처는 젊은이들 사이에 핫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각종 음식점과 술집이 있고 버스킹 하는 사람도 많고 클럽도 있어서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이미 젊은 시절이 한참 지난 저나 혹은 살짝 지난 분들에게는 홍대는 시간을 보내기에 그리 매력적인 장소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병원에 매여 있는 몸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가한 저녁 시간은 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게 됩니다. 혼술을 즐기는 처지도 아니고 클럽은 언감생심 들어가 볼 수 있는 나이도 아니라 제가 주로 가는 곳은 몇가지 카테고리로 한정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마실 삼아 가는 몇곳을 간단히 소개해 보려 합니다

[산책로]
ㄱ. 경의선 책거리
저희 병원 쪽에서 서강대쪽으로 난 산책로입니다. 주변에 음식점이 없고 조성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산책하기에 좋습니다. 중간에 작은 서점 부스가 있으며 마감 시간은 8시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번잡한 것을 싫어 하는 분들에게 적당합니다. 책거리 길은 서강대 쪽으로 공덕까지 숲길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주변에 음식점은 거의 없고 카페나 간단한 술집이 몇군데 있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동물 좋아하는 분들은 눈요기 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ㄴ. 경의선 숲길
저희 병원에서 AK 백화점을 지나 연남동 쪽으로 난 길입니다. 경의선 책거리와 마찬가지로 과거 경의선이 다니던 길을 공원으로 조성한 길입니다. 숲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숲보다는 음식점과 술집이 많아 경의선 술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인파가 많아서 조용히 산책하기에는 적당하지는 않습니다. 숲길보다는 숲길 주변으로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과 술집이 있어서 친구들과 시간 보내기에 좋은 장소같습니다. 너무 시끄럽고 사람이 많아 저는 그다지 좋아하는 길은 아닙니다. 머리가 좀 복잡해서 시끄러운 락 음악 듣는 기분이 필요할 때 가끔  가는 산책길이며 길의 끝자락에는 홍제천과 연결이 됩니다.

ㄷ. 와우산 자락길
와우산은 홍대 뒤에 있는 야트막한 산입니다. 오래전 와우산에 있던 아파트가 무너진 적이 있는데 이름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와우산은 소가 옆으로 누운 모습의 펑퍼짐한 산입니다. 그 와우산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데 저는 주로 산울림 소극장 쪽으로 올라가서 홍대 뒷문쪽 길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합니다. 북한산 등산로도 아닌데 대단하게 코스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다른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이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인적이 드문 길이라서 밤 시간에 혼자서 가기에는 조금 무서울 수 있습니다. 세상 모든 소리 없이 아주 조용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적당한 길입니다. 와우산 꼭대기에는 배트민턴 장과 작은 트랙이 있어 가벼운 운동을 하기에 적당합니다. 한바퀴가 한 50미터쯤 되는 것 같은데 이제는 숨이 차서 몇바퀴 뛰지 못하겠더군요.

[서점]
ㄱ. 리브로 서점
와이즈 파크 건물 지하 2층에 있는 서점입니다. 이 동네에 있던 서점은 홍대 전철역 4거리의 동남 문고가 제일 역사가 오래 되었는데 리브로 서점이 들어 오고 나서 결국 폐업하여 지금은 없습니다. 작은 서점이지만 책도 비교적 많고 문구점도 있어서 이 주변에서는 제가 가장 자주 산책 가는 장소입니다. 직원들이 제 얼굴을 알아서 인사도 하고 해서 민망해서 가능하면 자주 안가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직원들이 저 아자씨는 뭐 하는 사람인데 저녁마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꼭 오나 생각할 것 같습니다. 문구점 구석에는 요즘 뜨기 시작하는 3D 프린터 관련 팝업 스토어도 생겼습니다. 저는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리브로 서점은 서점 외에도 1,2,3 층에 유니클로 매장이 있고 8,9,10층에 롯데 시네마가 있어 시간 때우기에 좋습니다. 요즘에는 7층에 일본 모형을 취급하는 매장도 생겼는데 제 취향은 아니라서 들어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ㄴ. 영풍 문고
리브로 서점의 건너편에 있는 서점인데 리브로 서점만큼 책이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국내 4대 서점 (교보 문고, 영풍 문고, 알라딘 중고서점, YES24 중고서점)의 이름에는 무색하게 4 서점 중 가장 책이 적습니다. 종로에 있는 영풍 문고 본점의 규모를 생각하면 그것의 한 1 / 10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합정동 교보 문고가 광화문 교보 문고 본점의 대략 한 1 / 2 정도 규모인 것에 비하면 아주 열악한 수준입니다. 다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테이블이 몇개 있어서 편한 점은 있습니다. 그리고 리브로 서점이 10시 마감인데 이곳은 10시 반 마감이라 조금 더 늦게까지 영업을 합니다. 그리고 구석에 마련된 무대에서 가끔 작은 공연도 하는데 시끄러울 수도 있고 아니면 의외의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 건물에는 1층에 남양 유업에서 하는 백미당이라는 커피숍이 있지만 주로 옷가게와 화장품 가게 뿐이라 서점 말고는 딱히 이용할만한 곳은 없어 자주 가지는 않습니다.

ㄷ. YES24 중고 서점
합정동에 있는  교보 문고와 알라딘 중고서점까지 포함하여 이 근처에 있는 서점들 중에는 제가 가장 자주 가는 서점입니다. 우선 중고책을 취급하기 때문에 책값이 새책의 1 / 3 정도로 저렴합니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자도 넓어서 항상 앉을 자리가 있습니다.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값으로 책 한권과 한두시간의 여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중고 서점이다보니 원하는 책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책을 사는 방식은 어떤 책을 지정해서 사러 가는 경우보다 이책 저책 구경하다 끌리는 책을 사는 무계획의 구매가 대부분이라 별 상관은 없습니다. 책을 사는 것도 그렇듯이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그렇고 삶을 사는 방식이 이렇게 무계획적이다보니 지금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보니 아이들의 출산도 첫째부터 막내인 셋째까지 가족 계획을 해서 낳은 아이가 한명도 없습니다. ㅎㅎ.아참 YES24 위층인 3층에는 홍대 던전이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CD나 인형, 만화책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타블렛도 전시하고 작은 음료 매장도 있습니다. 앉아서 잠깐 쉬기에 괜찮습니다. 물론 중고등학교 정도의 어린 학생이 대부분이라 좀 뻘쭘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리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어서 그런 이유로도 가끔 들립니다.

[화방 혹은 문구점]
ㄱ. 호미 화방
호미 화방은 역사가 오래되어서 미대 나온 분들이나 미술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은 아마 거의 알고 있는 화방일 겁니다. 홍대 먹자 골목에 자리하고 있어 가는 길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간혹 가는 광화문 교보 문고나 남대문 알파 문고에 견줄 수는 없지만 이 주변에서는 문구류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 한달에 서너번은 꼭 들리는 곳입니다. 제가 직접 제작하는 산모 수첩을 만드는데 필요한 본드나 망사 등의 물품이나 초음파 사진을 담아주는 비닐 케이스도 모두 이곳에서 구입합니다. 물건은 많은 대신 단점은 필기구든 뭐든 일체 테스트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색연필등은 한번 쓰면 닳아서 판매에 애로가 있는 점이 없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 호미 화방에서는 손님들에게 꼭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항상 대표님이라고 불리는 중년 여성분이 나와 있는데 아마 사장님인 것 같습니다. 화방이든 음심적이든 매장에 주인이 나와 있는 것은 그만한 정성과 열정이 있다는 뜻이라 좋게 보는 점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대학 병원 또는 대형 병원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중소 규모 병의원은 언제나 주인이 나와 있습니다. 의사만 개설을 할 수 있으니까요. ^^

ㄴ. 한가람 문구
홍대 안에 있는 문구점입니다. 이름은  문구점이지만 문구보다는 미술 관련 물품이 더 많습니다. 호미 화방에 비하여는 규모가 작아서 물건은 적지만 전자 제품 관련으로는 호미 화방에 없는 것이 이곳에 있는 것이 있기도 해서 가끔 가는 곳입니다. 호미 화방과는 비치된 물건들이 약간씩 다릅니다. 제가 보기에는 호미 화방과 한가람 문구는 싱크로율이 한 80% 쯤 되는 듯 싶습니다. 홍대 정문에서 전철역 쪽으로 내려가다 만나는 프리스비에도 어지간한 어댑터 등 전자 제품 관련 소모품이 있기는 하지만 주로 애플 용이고 종류가 많지 않습니다. 물론 비싸기도 하구요. 전자 제품 관련 소모품은 합정동 교보 문고가 이 주변에서는 제일 많기는 한데 지하철로는 한 정거장이고 걸어서는 30분 정도 걸려서 거리가 좀 애매합니다. 저는 합정동은 갈 때는 걸어서 가고 집이자 병원인 동교동으로 돌아 올 때는 다리가 아파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 편입니다.

ㄷ. 모닝 글로리
리브로 서점에서 모퉁이를 돌면 나오는 문구점입니다. 책은 일체 없고 문구류만 파는 곳입니다. 이 주변에서는 문구류로는 제일 많은 제품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초음파 사진 붙일 때 쓰는 글루 테이프 등을 사기 위해서 간혹 가는 곳입니다. 볼거리가 별로 많지 않고 앉을 곳이 없어서 이곳에서는 30분 이상의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ㄹ. 아트박스
홍대 정문에서 전철역 쪽으로 내려오다 나오는  소품점입니다. 문구류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소품을 취급하는데 항상 사람이 많습니다. 다만 필기류든 노트류든 제품의 질은 학생들 대상이라 그런지 중저가가 대부분이라 고급의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싼 가격에 막 쓰는 노트가 필요할 때가 아니면 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한가람 문구점에서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나 YES24 서점에 들렀다 돌아가는 길에 심심하면 잠깐 들리는 곳입니다. 무언가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기 보다 그저 사람들의 열정같은 것을 느껴 보고 싶을 때 들립니다. 노트를 바라 보는 어린 학생의 초롱초롱한 눈매는 죽어가는 제 학구열(?)을 잠시 북돋우기도 하니까요.   

아래 영상은 제가 자주 가는 경의선 책거리 밤 풍경과 영풍 문고의 무대 쪽 모습입니다. 이 근처 사시는 분들은 이미 잘 아시는 내용이실 듯하여 별 도움이 안되는 정보일 듯 싶습니다. 다만 제가 이렇게 소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목적도 없지 않습니다.


댓글

Yes24중고서점은 덕분에 알게됐어요! 호미화방 근처 클랍에서 남편이 공연 많이 하고 그랬는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산모수첩의 소품들이 다 홍대앞 문구점 출신이군요. 직접 공수해오신다니 더욱 애틋합  등록시간 2019-05-2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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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ragon [2019-05-25 18:15]  happybud19 [2019-05-2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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