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 2017. 3. 4 / 3.76kg
둘째 아이 : 2019. 7.25 / 3.62kg
특징 : 둘 다 나올 생각을 안해서 유도분만. 머리가 커서 흡입기 사용;


셋째는 도저히 자신이 없고, 출산후기가 도움이 된다는 영상을 보고 컴퓨터를 켜봤습니다. 그런데 가물가물하네요^^;

임신을 계획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던중에 진오비산부인과 홈페이지를 알게 되었고 이곳의 글들을 거의 모두 읽어갔을 때 쯤 큰 아이가 찾아와 주었습니다. 엽산도 먹고 있었고 나름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과체중 산모!! 날씬한 몸은 아니지만 체중조절을 해 본적 없는 제 인생에, 두 아이 임신기간은 체중조절과 늘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둘다 조절 실패;;) 식단 조절 하라고 하셨는데 입덧이 먹덧이었던 저는 그것도 안되고, 운동하라 하셨는데 그것도 생각만큼 잘 안되고, 출산하는 날 밥 먹고 오라 하셨는데 밥도 안먹고 가고, 원장님 앞에서는 네네 대답은 정말 열심히 했는데 집에오면 다 잊고 제멋대로 행동한 점. 이제와 반성 하며...기억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첫 아이 임신 전에 여기 홈페이지를 알게되어 아이를 뱃속에 품고 낳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를 이론적으로 알았습니다. 물론 실전은 더 힘들었지만, 미리 알고 각오를 해서 좀 덜 당황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만삭이던 겨울 어느날. 며칠전 내린 눈때문에 제설 작업을 했었나 봅니다. 경사진 길이긴 했지만 이미 눈은 녹고 없었고 몸이 무거워 그날도 평소처럼 조심해서 걷고 있었는데 모래 알갱이 같은게 밟히더니 쭉 미끄러져 버렸습니다.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고 앞으로 고꾸라졌는데 새끼손가락이 부러져 깁스를 했고, 그렇게 왼손 깁스를 하고 오른손만 의지하여 분만대에서 큰 아이를 낳았습니다. 지금은 웃고 넘어가는 일이 되었지만 그 순간 정말 아찔했고, 정형외과에 가서 깁스를 하고 울고불고 하며 선생님께 찾아가 초음파를 봤던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두근거립니다. 임신 기간은 모든 순간이 조심조심 하는 나날들이지만 늘 가던 길도 또 조심하시고 만삭이시라면 살짝 휘청만해도 무게 중심이 평소와는 달라져 넘어지실 수 있으니 더 조심하셔요^^;;라는 말을 꼭 해드리고 싶어요.
아참..출산하는 날을 써야 출산후기죠..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없어서 얼마나 아파야 아이가 나오는지 몰랐던 그시절^^; 토요일 새벽에 아이가 나올것 같다며 선생님을 깨웠는데 월요일 아침에 다시 올건지 지금 유도분만을 할 건지 결정하라셔서, 예정일도 이미 일주일 지나고 해서 그냥 유도분만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진오비에서 출산을 결심하게된 큰 이유가 선생님께선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분만을 추구하신다는 점이었어요. 아이 성별도 예전같으면 낳아봐야 알았을텐테 32주에라도 아는게 어디냐..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상황인게 어디냐..하며 즐겁게 맞이한 출산인데....와..진통은 정말...자연스러움이고 뭐고 무통주사든 수술이는 할 수 있는 각종 인위적인 처치를 다 받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과 원장님 아니었으면 못했을거 같아요. 그러나 아무리 자연스러움을 추구해도 머리가 너무 큰걸요...흡입기를 사용했을때 올 수 있는 부작용을 설명해 주셨는데 그 상황에서 솔직히 잘 들리지도 않고 기억도 안납니다. 그냥 원장님 믿고 흡입기의 도움을 받아 첫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나오고 한참이 지나도 저는 계속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나중에 남편말로는 아이 나오고 나서 더 심각한 얼굴로 선생님이 땀을 뻘뻘 흘리시며 후처치를 하고 계셨다하네요. 분만실을 나오려고 일어서는 순간 눈앞에 깜깜해지면서 주변사람들 목소리가 멀어지는,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을 직접 겪었습니다. 멀리서 심호흡을 하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열심히 숨을 쉬어댔습니다. 출산할 때 출혈이 심해서 수혈받으러 세브란스 병원으로 갈 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쌤이 살려주실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첫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갔을때 조리원 동기들이 여러번 놀랐습니다. 제 손의 깁스를 보고 놀라고, 아이가 커서 놀라고, 자연분만에 무통주사도 없이 낳았다해서 놀라고, 초음파 사진이 뭐 이리 선명하냐며 놀라더라구요^^ 남자들이 군대다녀와서 무용담을 수없이 되풀이 하는것처럼 조리원에선 엄마들이 출산의 순간을 무용담처럼 되풀이하는데 저도 지지 않았답니다.ㅎㅎ

나름 계획적으로 낳았던 첫 아이와 달리 어느날, 하루에 다섯끼를 먹고있는 저를 발견하고 둘째아이가 왔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테스트기로 확인하고 병원에 가야지 가야지 하며 생각만하다가 9주차에 가게되었어요(아들아 미안하다..) 첫째아이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핑계로 너무 늦게 갔는데, 예상대로 원장님께 계속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엽산도 미리 못먹고 병원도 늦게가고 원장님께선 병원 자주오라고 하시는 편도 아닌데 그마저도 한두번 안가도 되냐고 물었습니다(미안하다 아들아..). 첫째 아이가 건강하게 나와서 둘째아이도 건강할거란 믿음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제 나이를 생각못한거죠. 제가 둘째때는 노산인 나이가 되었더라구요. 무슨 검사만하면 뭐가 이상해서 다시 검사하곤 했어요.
첫 아이때는 국가에서 주는 혜택 다 받아보리라! 하며 열심히 보건소도 다니고 했는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선 그게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웬만한 검사는 병원에서 다 해결하고 수치가 이상하면 다시 검사하고.. 그래도 국가에서 주는 바우쳐로 출산 후 입원비까지 거의 다 해결 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을 대충 다닌 둘째맘이기도 했지만 다니는 병원이 진오비여서 가능한일 같습니다. (다른분들 말씀처럼 살짝 과잉진료 하셔도 될것같은;;;)
큰 아이때도 병원 몇 번 안가고 아이 낳는 날이 되었는데 둘째때는 진짜 몇번 안가고 예정일이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큰 문제 없이 잘 커주었고 어른들이 다들 둘째는 첫째보다 수월하게 빨리 나올거라 말씀하셔서 더 여유롭게 기다리는데 요녀석이..예정일이 지나도 안나옵니다ㅋ 거기에 골격이 더 커지면 자연분만이 힘들다고 하셔서 예정일 다음날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큰아이 어린이집 등원준비를 하니 아침먹을 시간이 없어서(핑계입니다..ㅜ)빈 속으로 병원에 갔습니다. 밥 먹고 오랬는데 그냥 가서 쌤께 혼나고, 살짝 불안했지만 뭐 또 잘 되겠지...했는데 진짜 아이 낳을때 왜 밥을 안먹었을까 쌤 말 들을걸...후회했습니다. 2년 전과 다르게 몇 번 힘주니 힘이 확 빠지더라구요; 제 나이와 아침밥 안먹을 걸 후회하며, 도저히 더이상 힘을 못주겠다고 하니 쌤이 수술준비를 하라하시더라구요. 그때 옆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수술하면 밥도 바로 못먹는다고 힘주시라는 말에...첫 아이 낳고 나서 그 잠깐 물 못 마시며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했고 역시 흡입기의 도움을 받아 둘째가 나왔습니다. 둘째는 쉽다하는데 둘째도 힘들었습니다. 와...진짜 다음부턴 원장님 말 잘 들어야지...라며 후회했지만 셋째는 안낳을랍니다^^;;;

담아주신 두 아이 출산장면은 아직 못보았습니다. 아마 못 볼것 같습니다. 훗날 아이들이 엄마가 대체 해준게 뭐있냐고 덤벼들때 보여줄 생각입니다. 내가 널 낳아줬다 이 녀석아! 인생에 있어서 몇 번 못할 특별한 경험을 더 특별하고 빛나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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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bud19 [2019-11-17 04:01]  정아영 [2019-11-14 23:09]  심상덕 [2019-11-12 16:38]  podragon [2019-11-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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