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림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글이고 그저 제가 예과때 다니던 미술반 선배와의 일이라 여기 적는 것 뿐입니다.
미술반에 대하여 관심도가 떨어지는 듯하여 다른 회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종의 미끼라고 할 수 있죠. ㅋㅋ
그래서 어줍잖지만 제 연애사 중의 하나를 기억을 더듬어 적어 봅니다.
처음부터 너무 기대를 가지게 하는 것 같은데,
여하튼 이야기 시작합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33년전 (벌써 그렇게 되었나??) 서울의 봄 어쩌고 하여 학원가에 데모가 한창이던 1980년도가 막 저물어 가던 추운 겨울 어느날이었습니다.
예과 미술반 동아리를 그만두기로 하고 선배들께 통보하고 겨울 방학 전날 마지막으로 미술반에 나갔던 날이었습니다.
앞글에 쓴 미술반 간호과 선배와 단둘이 마주할 기회가 생겨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마지막 날이라 이제 더 볼 수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아쉬움이 들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떤 말로 데이트 신청을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 근사한 말을 할 줄은 원체 할 줄도 모르기도 하고 또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의 친구들(제 여동생 친구들 몇명을 과외를 했었기 때문에)을 만났던 것 말고는 여자라고는 만나 본 적이 없으니 아마 어설픈 말을 던졌던 것 같습니다.
"저 내일부터 못 나와요. 그래서 식사라도 한끼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별로 받아 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냥 그만두고 보지 못하면 왠지 두고 두고 서운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말에 의외로 흔쾌히 그러자고 받아주던 그녀의 마음 속 뜻은 무언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래서 그리던 화구는 접고 그 길로 거리로 나왔습니다.
제 청이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뒤의 시나리오를 짜둔게 아니라서 어디를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뜬금없이 "집이 어디세요?" 하고 물어서 간 곳이 흑석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흑석동을 지나면 이상하게 가슴이 살짝은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ㅎㅎ
제 생각에는 집에 가는 길에 적당한 곳에서 식사 대접을 하면서 잠시라도 함께 단둘이 있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도둑질도 해 본 놈이 한다고 생전 처음 데이트라는 걸 하니까 어디를 가야할지 정말 모르겠더군요.
저는 그때 아버지가 물려주신 얇은 바바리 비슷한 군청색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날은 춥지 옆에 여자는 있는데 머리 속은 하얗지 도데체 어디를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띈 게 분식집이었습니다.
마지막 아니 어쩌면 새로운 인연의 처음이 될지도 모르는 식사이니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갔다면 좋았을텐데 어찌 어찌하여 허름한 라면집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ㅠㅠ
그때의 라면 맛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다행히 그녀는 라면을 맛있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먹으면서 별 대화는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어색한 침묵 속에 시간이 왜 이렇게 기냐하는 생각과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두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혼란스러웠던 기억만큼은 생생하게 납니다.
라면을 먹고 나와서 걸었습니다.
그녀의 집이 있다고 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습니다.
역시 대화는 없었습니다.
라면 집을 들어가게 될 때부터 저는 속으로 망쳤다 하는 생각에 다른 것은 더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지금 같으면 커피라도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주고 받았을 것 같은데 그때는 전혀 그러질 못했습니다.
"제가 괜히 나오자고 했나 봐요? 날도 추운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화가 났구나 생각했습니다.
같잖지도 않게 데이트를 하자고 하고 그나마 맛도 없는 라면으로 저녁을 떼우게 하고.....
화가 나는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좀더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었는데....
쿨하지도 못하고 미적거리는 등신 같은 인상만 남았겠다 하는 생각에 어서 빨리 그녀의 집에 도착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바란대로 어느 골목 입구 쯤에서 그녀가 저 위가 자기 집이라 다 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그럼  안녕히 들어 가세요."
그게 다입니다.
제가 사랑은 아니지만 무언가 야릇하고 애뜻한 마음을 품었던 어느 여자에게 한 마지막 말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곤 그 뒤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그렇게 여자라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런 숙맥이 산부인과를 하게 되었으니  참 운명이란 것이 있기는 있나 봅니다.
어떠신가요?
재미있으신가요?
무슨 여운 같은게 느껴지시나요? 아니면 아쉬움이라도.....
아마 세월이 지나서 그런 색깔이 글에 조금 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위의 썰렁한 이야기보다 실제는 훨씬 더 썰렁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제 젊은 시절의 연애사 한 토막은 끝났습니다. ㅠㅠ

끝으로 이 글을 읽고 별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시거나 혹은 낚였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손가락을 들어  이 미술반 [모임 참여] 버튼을 한번 꾹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ㅋㅋ
미술반이 꼴찌라는 지적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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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p15 [2019-10-14 21:56]  hs0210895 [2018-07-17 16:51]  
11# hanalakoo 등록시간 2018-05-14 09:0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제 남편의 10년전 모습이 생각나네요. 저희는 미대 동기로 만나서 친구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했거든요.
1학년때, 남편이 저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 했어요. 제 생일 선물로 머리핀이나 귀걸이를 줬으면 아 나를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을텐데요. "멘사 스도쿠 책"을 주더라구요. 선물 받고나서 아 얘는 나한테 관심이 하나도 없구나 생각했죠. 집에서 멘사 퀴즈나 풀으라는 말인가 싶었어요. ㅋㅋㅋ 나중에 듣기로는 여자한테 뭘 선물해야 좋아하는지 몰랐다네요.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려서 대학교 졸업을 하고나서야 연애를 시작했어요. ㅜㅜ
글에서 풋풋했던 원장님의 모습도 떠오르고 남편의 모습도 떠오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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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phne [2018-05-20 21:50]  
10# 심상덕 등록시간 2013-10-28 11:0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이연경 2013-10-28 10:44
원장님.....................다른분이 글케 말씀하시면 서운하겠지만
우리 산할아버지.... 기억력이 별로 ...

아 제가 잠시 까먹었네요.
알겠습니다. 조만간 올려드리겠습니다.
이것 참......산할아버지와 호랑맘의 연애 이야기가 무에 그리 궁금하시다고.
별 것도 없이 그냥 어느 무뚝뚝한 남자와 무뚝뚝한 여자가  만나서 어쩌다 보니 어여부영 결혼하고 사는 것 뿐인데......

댓글

http://gynob.kr/blog-1-527.html 당연히 알죠 이 어영부영한 글..........ㅋㅋㅋㅋㅋ 전 기억력이 나쁘지 않으니까요....ㅋㅋㅋㅋ 원장님 하지만 대중이 바라는건 이게 아닌줄 알고계실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록시간 2013-10-28 11:32
키키키 연애이야기는 뭐다 설레이고 오글대고 간질간질한 이야기이니까요 ㅋㅋㅋ 게다가 무뚝뚝대마왕과 무뚝뚝여왕님의 연애 이야기라니요 ㅋㅋㅋ 히히히히히히히히히 여러분 저 한껀했어요~~~~~~~ㅋㅋㅋㅋㅋㅋ  등록시간 2013-10-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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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oon [2013-10-28 15:58]  
9# 이연경 등록시간 2013-10-28 10:4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심상덕 2013-10-28 00:13
진심과 정성이 담긴 무슨 글이요?
언제 남편분과의 연애담을 올리신 적이 있었나요?
제가 말씀드렸는데....

원장님.....................다른분이 글케 말씀하시면 서운하겠지만
우리 산할아버지.... 기억력이 별로 안좋으시고 듣고싶은것만 들으시니까 ㅋㅋㅋ 느낌아니까 ㅋㅋㅋ
이해합니다 ㅋㅋㅋㅋ

http://gynob.kr/blog-132-587.html

썼어요!!!!!!!!!!! 진작썼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옆에있는 훈장들이 가위바위보 해서 얻어지는게 아니자나요~~~ㅋㅋㅋ
자 그럼 이제 원장님 차례이십니다 ㅋㅋㅋ
즐감하겠습니다 올려주세요~~고고씽~~~

댓글

그런 글로 안된다시면 그럼 도대체 어떤 글을 바라시는 건지??  등록시간 2013-10-28 12:11
근데 저도 찾아 보니까 이미 여기 블로그에 "무뚝뚝 대마왕의 연애 시절 이야기"라고 이미 연애 이야기 올렸던데요? http://gynob.kr/blog-1-527.html  등록시간 2013-10-28 11:11
8# 심상덕 등록시간 2013-10-28 00:1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이연경 2013-10-27 23:56
역시 ㅋㅋ 뭔지 느낌알것같아요 ㅋㅋ 그래서 결혼할 운명이 아니었나봐요 ㅋㅋ  저도 옛날 소개팅남과 몇번 ...

진심과 정성이 담긴 무슨 글이요?
언제 남편분과의 연애담을 올리신 적이 있었나요?
제가 말씀드렸는데....
"얻고자 하면 먼저 주어라." ㅎㅎ
7# 이연경 등록시간 2013-10-27 23:5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역시 ㅋㅋ 뭔지 느낌알것같아요 ㅋㅋ 그래서 결혼할 운명이 아니었나봐요 ㅋㅋ  저도 옛날 소개팅남과 몇번 데이트해본적이 있는데 계속 생각이 "아 정말 시간이 왜이렇게 기나.." 이런생각 ㅋㅋ 근데 신랑 만나니까 시간이 슉슉가더라구요 ㅋㅋ 그니까!!!! 제말은~~~~ㅋㅋ 싸모님과의 데이트추억 올려주세요~~^^ 제가 올린글처럼 진심과 정성이 담긴 ㅋㅋㅋㅋ 네에???? ㅋㅋㅋ
6# 심상덕 등록시간 2013-10-10 23:2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땅콩산모 2013-10-10 23:16
미슬반 후배와의 시작될 것 같은 예감에 설레이며 데이트에 응한 선배의 기대감... 그리고 후배의 적극적이 ...

뭐 그 선배는 다른 사적 감정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성격이 원래 애교스러운 선배였거든요.
지금은 할머니가 되어 있겠네요. ㅠㅠ
5#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3-10-10 23:1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미슬반 후배와의 시작될 것 같은 예감에 설레이며 데이트에 응한 선배의 기대감... 그리고 후배의 적극적이지 않은 데이트 마무리에 애프터 신청에 대한 아쉬움을 더하여... 내가 매력이 없나? 만나보니 별론가?...하는 수치심과 ...뭐 어차피 편한 선후배 사이인데 당연한거지 싶어하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괜히 자다 벌떡벌떡 일어나 얼굴이 화끈거리는....피부하얀 선배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
#4 dyoon 등록시간 2013-10-04 09:05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동네주민 2013-10-02 21:12
어머 더 폭로하실 연애사가 있나봐요?

연애담이 올라오니 분위기가 up하네요. 신입회원 유치도 되고. ...

ㅎㅎㅎ 원래 제가 안낚일듯~하면서도 잘 낚입니다. ㅋ 원래..중고딩때 생각해보면, 수업보다는 선생님의 연애사 얘기가 더 호응이 좋았던것 같습니다. ^^

연애담 쎈거 한두어개 조금있으면 올라올것도 같습니다만.. 어설픈 프로파일러(?)의 입장에서, 아예 오픈을 안할꺼면 "쎈거"라는 단어는 사용안할것 같습니다만. ㅋ

댓글

뭐 두고 보시면 아시겠지요. 올라오는지 안 올라 오는지.....센거라는 표현은 미술반 선배와의 감정 교류 정도에 비하여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분들이 생각하면 별거 아닐 겁니다.  등록시간 2013-10-04 09:31
#3 심상덕 등록시간 2013-10-02 15:3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dyoon 2013-10-02 15:07
"제 말에 의외로 흔쾌히 그러자고 받아주던 그녀의 마음 속 뜻은 무언지는 모르겠습니다."
==> 저 같으면,  ...

저도 초등학교 시절 상 받은 거라곤 "글짓기" 관련 "미술" 관련, 그리고 개근상 뿐입니다.
물론 몇개 되지는 않지만. ^^

그리고 미술반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가입하는 곳이 아니고 그림이 그냥 좋다거나 아니면 그림을 한번 좋아해보고 싶다거나 혹은 그림에 관심이 없다거나 (?)  아니면 아예 그림이 싫다거나 (?)  하는 등 그림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모두 다 자격이 있습니다.
결국 모든 사람이 되는군요. ㅋㅋ
궤변인가요?

댓글

하하하~중생들이여~ 미술반으로 오라~  등록시간 2013-10-02 15:55
#2 dyoon 등록시간 2013-10-02 15:0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제 말에 의외로 흔쾌히 그러자고 받아주던 그녀의 마음 속 뜻은 무언지는 모르겠습니다."
==> 저 같으면, 밥사준대는데 그렇게 불편하거나 싫지 않은 이상 땡큐~그럼서 흔쾌히 밥 얻어 먹을것 같다는마음입니다만...^^;;;;
글을보다보니, 제  연애초기 시절 이런게 아닐까, 저런게 아닐까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했던게 생각나서 슬며시 웃었습니다^^

아..그나저나,이런 답글을 달고자, 미술에는 소질도 없는 문외한인 제가 또 모임에 덜컥~가입하게되었습니다.
6살때 엄마가 저를 미술학원에 1년이나 보냈는데, 그닥 효과가 없었다는 말씀을 하시며, 미술에는 소질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셨다는데..제가 생각해도 저는 별 소질이 없는거 같아요. 국민학교 시절 불조심 포스터나 태극기 그리기, 방학 탐구생활 만들기는 오빠가 해줬고, 저는 이래저래 요구를 하며 그림이나 만들기를 갖고간 정도고요..
중학교 1학년때인가 2학년때 정물화를 그렸는데, 미술샘이 평생에 딱(!) 한번 칭찬해 주시고, 교내 미전에 한번 걸어주신것 외엔 미술에 대한 별다른 기억이 없습니다. 으흐흐(코끼리가 뒷걸음질 하다가 쥐밟은 격이지요)
근데 또 그림 괜찮은거 걸어놓는건 무지 좋아합니다. 아직 작품 소장할 여력이 안되어서, "Wish" 수준이지만^^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이곳에서 취미좀 붙여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D

댓글

그림 보는걸 좋아하시다니! 그거면 된거죠 ^^ 환영합니다~~뉴페이스 회원님~ ㅋㅋㅋ  등록시간 2013-10-0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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