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 39주 4일 / 2.88kg(지만 머리둘레 34cm...)
자연분만(촉진제 사용) / 입원~출산 2시간 45분

출산 7일차에 조리원에서 쓰는 후기입니다.
개인 기록을 옮긴 거라 말이 짧은 점 양해 부탁드려요^^;

ㅡㅡㅡ

첫째 때는 예정일이 지나도록 가진통이나 이슬 같은 증상이 없어서 유도분만을 했었다. 이번에도 39주가 되었는데도 간헐적인 배뭉침 외에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경산이어서 소식이 빠르게 올 줄 알았고 원장 선생님께서도 아기가 많이 내려와 있어 금방 출산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던 때가 36주여서 조산을 걱정하고 있던 것에 비해서는 감사한 상황이었다.

39주 4일이 되는 새벽 3시경, 생리통 비슷한 통증에 잠이 깼다. 어플로 재 보니 15~20분 간격이었고 통증은 1~2분 정도 지속되었다. 점점 주기가 빨라질 것을 예상했는데 6시쯤이 되니 통증이 사그라들어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이후 첫째를 보느라 간격을 재지는 못했지만 1시간에 2번 정도 불규칙하게 통증이 느껴졌고, 10시쯤에는 이슬을 보았다.

이슬이 비치고 24~72시간 내에 진통이 오는 경우가 흔하다고 들어, 급하게 최후의 만찬을 하러 나왔다. 집 근처에서 점심을 먹는데, 간격은 불규칙하지만 또 약한 진통이 느껴져서 서둘러 식사를 마쳤다. 귀가해서 화장실을 가니 이슬이 또 보였다.

혹시나 해서 진오비에 전화하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급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 목소리로 '한번 와 보세요~' 하셔서 다소간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친정 부모님께 첫째 하원을 부탁드리고 회사에 있는 남편(새벽 가진통 때문에 대기 중이던)을 불러 내원했다. 이 때가 오후 2시.

내진 결과 4cm가 열려 있어서 오늘 오후 중으로 나올 것 같다는 충격적인 말씀. 이미 열려 있으니 자연진통이 오지 않으면 촉진제를 써야 한다고 하셨다.
첫째 때는 3cm에서 4cm로 가기가 무지 오래 걸리고 아팠는데, 이렇게 멀쩡한데 4cm라니? 경산이란 이런 것인가...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헤어진 첫째 생각에 눈물이 왈칵 났으나, 모든 게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

14:00 내원, 내진, 초음파 검사
14:20 태동수축검사
14:50 내진, 4cm 그대로
15:15 아직 진통 없어서 촉진제 투여.
15:30 진통 시작, 7분 간격, 아직 직접 기록할 정신 있음. (남편과 서로에게 톡 보내는 식)
15:50 진통 잦고 강해져서 첫째 영상 보며 버팀. 거의 1분 왔다 1분 갔다 반복. (이쯤부터 남편만 기록)
16:10 심한 진통. 마약성 진통제 놔 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함. 심호흡이 잘 안 되는지 손발이 저림.
16:15 진통제 다시 부탁하니 간호사샘이 내진, 5-6cm라 하고 나가심.
16:18 원장님 들어오셔서 분만실 이동. 벌써 웬 분만실인가 했으나 정신 없이 따라감. (걷다가 진통 왔는데 서 있으니 오히려 덜 아픈 느낌이었음.)
16:20 분만실 도착, 이미 다 열려 늦었다면서 주사를 안 놔 주심... 내진 5-6cm, 곧 낳을 것 같다고. 분만 세팅.
16:25 힘주기 시작
16:30 손발 저리고 호흡 잘 안 되어 산소줄 낌
16:45 분만 성공!

멀쩡한 상태로 걸어들어간 지 3시간이 채 안 되어, 그리고 진통 걸린 지 1시간 정도 만에 출산한 셈이다. 새벽 가진통 후 설마 오늘이겠어 하면서도 출산 가방(미루고 미루다 39주에 1시간 만에 싼...)을 차에 실어둔 게 신의 한 수였다. 첫째보다 무게는 덜 나가도 머리 둘레는 뒤지지 않았는데 이번엔 흡입기도 안 썼다. 5-6cm에 힘주기를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경산은 확실히 진행 속도가 비교 불가인 것 같다.

그러나 고통 총량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촉진제는 첫째 둘째 다 맞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통이 강해지는 속도는 이번이 훨씬 빨랐다. 또 밀어내는 순간의 고통도 훨씬 강했다. 첫째 때는 진통이 와서 힘을 주면 오히려 진통이 좀 덜 느껴졌는데, 이번엔 힘을 줄수록 속골반과 회음부가 터질 듯 아파와서 힘을 주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아마 어떤 진통제도 없이 100% 생으로 당해서 그럴지도.

그래도 원장님과 간호사샘들께서 잘 하고 있다고, 머리 보인다고, 조금만 더 하면 나온다고 응원해주셔서 어찌저찌 해낼 수 있었다. 마지막 힘줄 때는 '이번에 못 낳으면 또 이렇게 아파야 한다'는 생각에 아래쪽이 다 터져 없어질 것 같은데도 계속 힘을 주었다. 소위 말하는 100미터 응가의 정신으로...

곧이어 힘을 빼라는 말씀과 함께 따뜻한 무언가가 수욱 빠져나오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고, 배 위에 너무나 작은 아기가 올려졌다. 첫째 때는 흡입분만이 무사히 진행됐다는 안도감에 엉엉 울었었는데, 이번엔 그저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우와 예뻐!'가 첫 마디였던 것 같다.
후처치가 꽤나 아팠던 기억에 꼭 마취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봤자 회음부 국소마취라서 꿰매는 통증만 없애주는 듯) 아기가 뒤통수가 상당히 커서 회음부가 절개 이상으로 파열된 탓에 꿰매는 시간이 꽤 길었다. 그리고 혈액과 태반 빼내는 과정이 역시나 굉장히 아팠다. 엄살이 심한 편이기는 하다 ㅎㅎ

2시간 금식하는 동안 경산일 때 더 세다는 훗배앓이를 정신 못 차리고 앓았다. 다행히 진통제가 잘 들어서 병원서 주신 약과 더불어 타이레놀을 사이사이 챙겨먹었다. 4시간 금식하느라 빽빽 우는 아기 옆에서 밥을 맛있게 먹는 것으로 24시간 모자동실에 돌입했다. 첫째 때보다 아기 울음소리에 많이 둔해져서 모자동실도 보다 수월하게 해낸 것 같다. 간호사샘들께서 상주하시면서 도움을 주시고, 아기가 잘 때 우리도 틈틈이 기절하듯 잤기에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다. 원장님 역시 분만 마치고 입원실로 이동할 때부터 입원 기간 내내 매우 자주 산모와 아기의 상태를 확인해 주셨다. 칭얼거릴 때마다 빈젖이지만 물려보며 서로 연습을 했기에 조리원 와서도 순조롭게 직수하고 있다.

​이렇게 첫째에 이어 둘째도 진오비에서 무사히 만날 수 있었다. 첫째 때도 좋았지만 여유가 어느 정도 생긴 상태의 둘째 출산에 이르러 더욱 진오비만의 매력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무통 없는 자연분만이나 모자동실 등이 초산에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왔었고, 실제로 모자동실 동안 긴장을 많이 해서 퇴원할 즈음엔 마음이 충만한 것과 별개로 몸이 꽤나 피곤했었다. 이번에는 무통 없어도 할 만하다는 사실도, 신생아는 무진장 운다는(집에 가면 더 운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여정을 더욱 즐길 수 있었다.

흔히 진오비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이유로 원장님의 소신, 산모와 아기만을 진심으로 위하는 자세 등을 많이들 말씀하신다. 우리 부부 또한 그러한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고 존경하면서도, 나와 아기의 건강이 달려 있는 부분인 만큼 '의사로서의 실력과 판단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두 아이를 모두 이 곳에서 출산했다.
30년 경력의 현역 분만 의사가 흔치 않고, 자연 분만 횟수만 따지면 국내 1위이실지도 모른다. 그 경험과 술기는 대형 병원의 어떤 의사도 넘볼 수 없는 부분이다.
또 교과서적으로 정석대로 진단을 내리고 우려되는 사항은 세브란스 등을 통해 철저히 더블체크하시기에 '원장님이 괜찮다면 괜찮은 것'(또는 '겁을 많이 주시지만 실은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진료 내용이 육성으로 녹음된 초음파 영상도 그러한 믿음을 뒷받침해 주는 부분이다.
원장님께 퇴짜 맞았다며 환자를 골라 받는 것 같다는 글이 지역 맘카페에 가끔 올라오는데, 이곳에서 출산해도 괜찮을 환자를 잘 가려내고, 아니라면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가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의사로서 내릴 수 있고 내려야 하는 의학적 판단이 아닐까? 돈벌이를 꾀한다면 적당히 진료 보다가 출산 임박해서 전원시킬 수도 있는 것을 처음부터 원칙대로 진료하시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가 빚어지는 것 같다.

우리 네 식구의 탄생을 함께한 진오비 산부인과가 부디 이 초저출산 시대를 버텨내어 오래 오래 존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리원에서 틈틈이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첫째 때 적었던 진오비 입원생활 팁을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두서 없는 후기를 마무리한다.

<주관적 필수템>
- 멀티탭
- 수세미+세제(텀블러 세척)
- 남편 바닥에 깔 요 또는 침낭

<있으면 좋음>
- 남편 요 대신 + 산모 침대용 멀티싱글 토퍼: 75cm폭이라 통행하기 편하고 아기침대 자리도 넉넉함. 2개 준비해서 환자침대에도 깔았는데 딱 맞음.
- 바디샤워티슈+드라이샴푸: 봉합부위에 물 닿으면 안 된다고 샤워 금지인데 마지막 날에 사진 찍으심...
- 드라이기나 부채: 회음부 건조
- 가습기: 3월 기준 실내가 조금 건조했음
- 타이레놀: 훗배앓이에 유용

<필요 없음>
- 손소독제: 곳곳에 구비됨
- 수유패드+모유저장팩: 2박3일간은 유즙만 겨우 나옴 but 가방 그대로 조리원 갈거면 수유패드는 필요

<기타 참고사항>
- 실내온도 24~27도 말씀해 주시는데 25도만 되어도 꽤 더움. 24도 정도가 적당한 것 같은데 창문 열어도 쉽게 기온이 내려가지 않으니 난방 가동을 최소한으로 해야 함.
- 제공되는 앨터마 산모패드 정말 부드럽고 좋음. 조리원 패드가 까칠하고 불편해서 앨터마 인터넷 주문해서 쓸 정도임. 퇴소할 때 병원에서 한 팩 더 사가는 걸 추천. 사각팬티와 착용하는 게 편함.
- 근처 '퍼스트커피랩' 24시간 무인이고 커피 맛남 ㅋㅋ 디카페인 메뉴도 하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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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오비 [2024-03-19 10:24]  심상덕 [2024-03-18 16:52]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심상덕 등록시간 2024-03-18 16:5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조리원에 계신가 보네요.
첫째 둘째 둘다 순산하시어 다행입니다. 이미 육아 경험이 있으니 둘째는  첫째보다는 쉽고 잘 하실 것 같습니다.
까칠하고 무뚝뚝한 성격의 원장을 만났음에도 잘 버티어 내시고 순산하시어 감사합니다. 이용하실 다른 분들께 주시는 조언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행복한 육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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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0007 [2024-03-19 16:50]  
#3 진오비 등록시간 2024-03-18 16:5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역시나! 진통중에도 다시금 출산 과정을 세세히 기록해 두심에 엄지척입니다.
첫째아기 후기때에 쓰신 건의사항이 저희에게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기와의 소중한 시간들 잘 보내시길요~
항상 응원해 주시고 깊은 신뢰로 진오비를 찾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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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0007 [2024-03-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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