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산모님께서 요청하셔서 올려 드립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은 저희 병원에서 쓰는 흡입기의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흡입기는 이런 머리 부분과 실리콘 줄, 흡입을 위한 모터가 달린 기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흡입기는 아기가 커서 골반에 걸려 있거나 혹은 산모가 탈진되어 효과적 힘주기가 안되어 일정 시간이 경과하도록 아기가 출산되지 않을 때 아기의 머리에 실리콘 컵을 붙인 후 밖에서 잡아 당겨서 분만을 도울 때  사용하는 기계입니다
그것이 소위 흡입 분만이라고 하는 것이고 비슷한 것으로는 과거에 겸자 분만이라고 해서 주걱 같이 생긴 쇠기계를 쓴 적도 있지만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위에 보이는 흡입기는 노란 부분이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  부드러운 재질이지만 과거에는 쇠로 된 흡입기가 사용된 적도 있습니다.
쇠로 된 것보다는 덜하지만 이 실리콘 흡입기도 장시간 무리하게 쓸 경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기 뇌 안에 출혈을 초래하여 뇌성마비의 원인이 되기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외 부작용으로는 아기 머리 피부가 까진다거나 혹은 두혈종이라고 해서 머리 내부는 아니고 머리 두개골과 피하 사이에 혈종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흡입 분만은 제왕절개를 하기 전 자연분만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마지막 방법으로 분만 성공 여부는 시술자의 경험, 아기의 자세, 산모의 체력, 아기의 머리 크기, 산모 골반의 크기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되지만 성공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방법도 없고 하여 꼭 어떤 경우에는 쓰고 어떤 경우에는 쓰지 않는다고 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저 의사의 경험에 따른 판단과 산모와 가족의 의견을 종합하여 사용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위험성이 있는 시술이기 때문에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산모와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서 시행을 합니다.
흡입 분만으로 하여 아기의 건강에 위험이 초래된 경우 의료 분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일선 의사들은 흡입기 사용에 대하여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아기가 아주 크지 않고 골반에 살짝 걸려 있는 상태에서 산모가 체력이 떨어져서 못 낳고 있는 경우에는 흡입기의 도움으로 순산하는 경우도 많아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매우 쓸모 있는 의료 기구 중 하나입니다.
다만 나쁜 결과가 나왔을 경우 분쟁으로 연결된다는 점만 없다면 좋겠지요.
그래서 그런 분쟁의 우려 때문에 흡입기를 내다 버린 분만 의사도 적지는 않습니다.
만일 흡입기 사용에 따르는 혹은 자연 분만 시도 중 생긴 악결과에 대하여 법적인 것과 도덕적인 책임을 강하게 묻지 않는다면 우리나에서 시행되는 제왕절개의 상당 부분은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진 외국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실정은 악결과시 제왕절개를 한 경우는 책임을 크게 묻지 않지만 자연 분만 시도 시는 책임을 크게 묻기 때문에 의사들의 입장에서 면피를 위해서라도 제왕절개를 선호하게 되는 폐단이 있습니다.  
여하튼 흡입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하여 흡입기는 총 사용 시간이 20분을 넘으면 안되며 흡입기가 아기 머리에서 3번 떨어진 이후에도 사용하면 안됩니다.이렇게 될 경우 즉시 제왕절개 수술을 하여야 합니다.

모든 산모들이 순산 체조도 열심히 하고 아기도 너무 키우지 않아서 분만 진행 과정에서 흡입기의 도움도 없이 순풍 낳을 수 있으면 산모나 의사나 모두 복 받은 경우라 해야 겠지요.
물론 흡입기를 사용하여 분만했다 해서 산모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성공했다면 산모가 그나마 최선의 노력을 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산모가 일체의 힘을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적으로 흡입기의 힘만으로 출산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흡입기는 자연분만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그저 보조 도구일 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것들이 산모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아래 보이는 사진이 과거에 쓰이던 쇠로된 흡입기이고 맨아래 사진은 흡입기와 겸자의 사용례를 보여주는 사진으로 좌측이 겸자 분만, 우측이 흡입 분만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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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2014-04-28 19:01]  땅콩산모 [2014-04-28 17:45]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심상덕 등록시간 2014-04-28 17:5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항상 소독해서 쓰는 것이라 사진을 찍으려면 일부러 풀어야 하고 다시 소독해야 하는데 마침 오늘 낮에 제왕절개 수술이 있어서 사용을 했다가 소독하기 전에 찍은 겁니다.
참고로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에도 피부와 복부, 자궁 절개 부위를 작게 하다보니 손이 들어갈만한 공간이 부족하여  아기 머리 만출 시 흡입기를 살짝 써서 아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4-04-28 17:55 |이 글쓴이 글만 보기
감사합니다. 이제야 궁금증이 풀리네요^^
그런데  저 커다란 흡입기가 몸속으로 어떻게 들어가나요??
정상적인 자연분만 시 아기머리가 밖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회음부 절개를 선택적으로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흡입분만 경우엔 그 이전에 흡입기 삽입을 위해 회음부를 절개하나요?
아래를 전혀 볼 수 없었던 그때의 상황에서 오로지 감각으로 기억하자면요.. 굉장히 큰 기구가 억지로억지로 삽입됨과 동시 나사가 조여지듯 드르륵 하는 소리가 났던 것 같았습니다 ^^;;
사진에서 보면 흡입기 머리에서 꼬리부분 나사까지의 길이가 상당해보이는데  그 긴 부분 모두가 몸에 들어가는건가요??
#4 심상덕 등록시간 2014-04-28 17:58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땅콩산모 2014-04-28 17:55
감사합니다. 이제야 궁금증이 풀리네요^^
그런데  저 커다란 흡입기가 몸속으로 어떻게 들어가나요??
정상 ...

사진에서는 크게 보이는데 실제로 많이 큰 것은 아니고 사이즈가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물론 질이 좁은 분들의 경우 흡입기를 집어 넣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꽤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회음부 절개는 흡입기를 사용하기 전에 하기도 하고 흡입기 사용하면서 아기 머리가 많이 나왔을 때 하기도 합니다.
드르륵 소리는 흡입기 본 장치의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이고  몸에 들어 가는 것은 흡입기의 머리 부분 중에서 동그란 컵 부분 뿐입니다.
물론 아기 머리가 상당히 높은 경우에는 컵 부분 외에 쇠로 연결되기 전의 노란 줄 부분도 들어가는 데 그렇게 높이 있는 아기의 경우는 흡입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그런 경우에는 흡입 분만이 실패하는 경우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5#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4-04-28 18:1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심상덕 2014-04-28 17:58
사진에서는 크게 보이는데 실제로 많이 큰 것은 아니고 사이즈가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물론 질이  ...

그렇군요... 예상치도 못하고 눈으로도 확인하지 못해  느낀 당황스러움에 공포와 통증이 배로 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골반이 좁으니 아기가 골반이 낄 수 있을거란 예상을 스스로 했다면, 미리 마음의 대비를 하고 좀 더 공부했음 덜 공포스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계획임신부터 아기와의 평화로운 만남까지 전반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가운데, 흡입분만하는 짧은순간 엄청난 걱정과 아기에 대한 염려가 여태 출산 트라우마로 남아있거든요 ㅠㅠ 그만큼 출산후의 안도감은 컸지만요)
저처럼 겁많은 산모들에겐 정말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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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ing [2014-04-29 11:46]  심상덕 [2014-04-28 20:34]  
6# 심상덕 등록시간 2014-04-28 20:3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땅콩산모 2014-04-28 18:13
그렇군요... 예상치도 못하고 눈으로도 확인하지 못해  느낀 당황스러움에 공포와 통증이 배로 왔던 것  ...

비록 흡입기를 쓰기는 했지만 아기도 건강하고 산모도 건강하면 된 거죠.
산모의 힘주기가 없었다면 아무리 흡입기를 쓰더라도 자연분만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리고 원래 출산이란 것이 예상하던 대로 꼭 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상황들에 마주치게 될 수 있습니다.
삶이 원래 그런 것처럼 말이죠.
어떻게 트라우마가 좀 덜어지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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