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주부가 자신의 아이를 죽이고 자살했다거나,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세상이다. 살인이나 자살을 저지른 이 주부들은 대부분 ‘주부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혜진 씨는 요즘 의욕이 없고 이유 없이 눈물만 나온다고 한다.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항상 기운이 없고 쳐져 있는 상태가 계속되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자신의 삶을 살펴보자 자신이 ‘산후우울증’에 시달렸었고 그걸 몰랐으니 해결 하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는데 ‘산후우울증’이었다니 기가 막히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늦게나마 이유를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키우고 있는 유미 씨도 우울감을 호소한다. 그녀는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마음속에 자신을 비판하는 누군가가 있는 듯해서 괴롭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기분이 좋은 날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자신이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자신을 괴롭히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자기 안에서 너무 커져서 아무것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전에 재미있게 즐겼던 모든 활동이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기를 낳은 지 세 달 정도 된 채연 씨도 우울감을 호소한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신혼의 기분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덜컥 아이가 생겨서 엄마가 되었다. 그래서 채연 씨는 자신이 엄마가 될 준비 없이 큰 책임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이 억울하기도 하고, 아기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아이에게 미안한 자신의 마음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주부 우울증이란? 위의 세 여성은 공통적으로 ‘우울증’의 문제를 안고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할 정도로 심리질환 가운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감기를 방치하면 우리 삶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우울증 역시 만만하게 보고 지나칠 병이 아니다. 또한 우울증과 우울감은 잘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해서 바로 우울증 진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 우울증 진단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우울증은 자살에 대한 생각을 불러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우울증 진단을 내리면서 반드시 자살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이에 따른 예방조치를 신속하고 촘촘히 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우울증의 증상과 발병 모습을 살펴보다 보면 한 가지 특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울증 유병률이 높다는 것이다. 문화권에 상관없이 우울증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2~3배가량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성별 차이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시작되고 아기를 낳은 이후에는 더더욱 그 격차가 벌어진다. 주부 우울증이 그만큼 큰 범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지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생물학적인 이유다. 여성의 몸은 사춘기 무렵부터 남성의 몸과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성 호르몬에 차이가 있고 월경과 출산, 폐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생물학적인 변화는 여성을 우울증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인 이유다. 여성들에게 기대되는 이런저런 사회적인 역할들은 여성들의 관계적이고 보살피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최근에는 여성들에게 전통적인 역할뿐 아니라 현대적인 의미의 성취도 중요하게 부각시킨다. 그러다 보니 노력해도 뜻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적인 문제들과 다 해내려고 했지만 하기 힘든 성취의 문제들이 겹겹이 제시되면서 여성들을 좌절하게 만든다. 이런 문제는 결혼을 하고 난 후 일과 가정을 동시에 양립하거나 어느 한쪽을 포기 하며 허덕이는 과정에서 더울 심화된다. 함께 관점을 변화시키자 우리가 부딪치는 모든 마음의 문제가 그렇듯 우울은 관점의 변화를 요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주부 우울증은 단지 한 사람뿐 아니라 그가 속한 가족 모두를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그러니 왜 우울한지 이해가 안 된다며 방관하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엄마가, 아내가, 언니가, 누나가 힘들 수 있다는 전제를 안고 다시 돌아보자. 그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 줄 때 그들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우울한 관점에서 벗어나 삶에 대한 의욕을 다시 찾을 수 있다.
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MEDI check 글 : 선안남 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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