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 2015년 4월 11일 12시 39분
초산/남아/3.23kg/무통x,제모x,관장x,회음부o,흡입o
태명 : 깡총
아기이름 : 민선우
지난주 토요일 출산, 금주 월요일 오전 퇴원후 집에 와서부터 모유수유와의 전쟁을 치루느라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네요.
내일이면 1주일차 산후 검진하러 병원을 방문하는 날입니다.
어떻게 이렇게나 시간이 더디게 갈까 했던 10달이었지만 임신과 출산의 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 잊지 않기 위해 더 늦기전 후기를 남깁니다.
1.병원 선택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산전검진을 받을 생각으로 직장(여의도)과 가까운 병원 위주로 알아보다가 지난해 출산한 회사동기 오빠 추천으로 후기 검색후 가장 후기가 많았던 심원장님
진료로 12주 이후 초진 예약. 남자 산부인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본 경험이 없어 내진 및 출산시 민망할 것이 걱정되긴 했지만,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는 의사의 경험이나 숙련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진통이 오면 의사가 남자든 여자든 눈에 뵈는게 없을듯 해서 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28주 즈음 슬슬 출산이 걱정되어 출산후기를 찾아 읽어 보던중 심원장님께서 무통을 웬만하면 (거의)놔주시지 않는다는 말에 잠시 패닉(-..-, 좋다고는 추천받았는데 정확히 출산에 대한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신지는 모르는 무념무상 상태로 병원을 다니고 있었음..), 그제서야 병원을 무통 놔주는 곳으로 옮겨야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무통천국을 경험하고도 힘들게 낳았다, 무통없는 출산은 미개하거나 출산 단계부터 지나치게 극성스러운 사람들이나 선택하는 방법이다 등의 의견이 다수인 상황에서
괜히 사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임산부라면 한번쯤은 할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검색어에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검색어가 걸리게 되었고 그때부터 기사, 육아잡지 칼럼, 다큐,
진오비 게시판의 무통분만 관련 글을 폭풍검색 하면서 무통주사 없는 분만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끝까지 심원장님을 믿고 가기로 했습니다.
2.출산(39w+2d)
중기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불어나는 몸무게, 매번 진료시마다 한번씩 듣는 순산체조 압박에 출산예정일 한달 전 출산휴가를 내고 급히 임산부 요가부터 시작했고, 동시에 매일 헬스장 런닝머신으로
한시간씩 걸었습니다.(출산 전날에도 요가 한시간, 런닝머신 한시간, 걸레질o)
37주 내진때 질과 자궁경부가 약간 부드러워진 정도라고 하셔서 아무래도 예정일보다 늦게 나올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짧은 기간동안이라도 매일 꾸준히 한 운동 덕분에
오히려 예정일보다 더 일찍 우리 선우를 만나게 된거 같아요.
잠들기 전 평소보다 손발이 더 붓는듯한 느낌이 들고 무릎관절이 헐거운 듯한 느낌이 있어서 이상하다 라고만 생각하고 잠에 들었는데, 다음날 새벽 5시부터 가벼운 생리통처럼 배가 아프기 시작,,그때부터
거실을 배회하며 진통어플을 켜놓고 진통을 체크하는데 4분, 6분, 5분,,으로 참을만한 고통이어서 처음에는 이게 다들 말하는 가진통인가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7시가 좀 넘어 다시 잠을 청하려고 방으로 들어가 누웠는데 그때부터 배탈난 것처럼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병원가기 전까지 화장실만 4~5번 들락거렸네요;;.
8시반 쯤 남편에게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올것을 각오하더라도 지금 병원에 가고싶다고 말하고 분만실에 전화했더니 간호사분께서 진통 주기를 물어보시길래 대충 10분에 두번은 악소리나게
많이 아픈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너무 애매하다고 입원 안되실수 있는것 아시고 오시라고 하더군요.
부랴부랴 배를 부여잡고 출산가방을 싸서 병원으로 출발, 10시 좀 안되어 분만실 도착해서 간호사분께서 태동검사 전 내진하시더니 그냥 새벽에 전화하고 오시지 그러셨냐고..3~4센티 정도 진행이 되어
바로 입원하셔도 될 것 같다고 그러셨네요.
그때부터 짐승처럼 소리지르고 팔,다리 파닥거리고 다시 돌이켜봐도 창피한 고통의 시간이 시작..처음엔 누워있으면 더 아플것 같았고 서서 진통하는것이 중력의 도움을 받아 아기가 내려오는데 도움이
된다고 들어 7~8센티 진행 될때까지 남편 목, 허리에 매달려 진통, 쉬는 시간에는 짐볼에 매달려 엎드려 진통을 했는데 진통 간격이 줄어 들수록 서있는것도 아프고 누워있는건 더아프고ㅠ
막판에는 심호흡하면서 요가시간에 배운 호흡을 하며 이완을 하는데 뭔가 나올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힘을 빼려고 해도 계속 힘을 주게 되더라구요.
그쯤되서 분만실로 이동...아 이제 거의 다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건 저의 큰 착각이었습니다.
수많은 출산후기를 읽어봤지만 어떤 출산후기든 진통시간이 얼마였는지, 얼마만큼 어떤 느낌으로 아팠는지만 자세히 적혀있었지 막상 분만시에는 대변보듯 밀어냈다 정도로만 끝났기 때문에, 저는 진통만
견디면 출산이 끝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힘을 잘주는게 정말 중요 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선우를 밑이 아닌 얼굴로 낳았다고 봐도 될 정도(나중에 보니 얼굴 실핏줄이 다 터짐)로 힘을 아래로 잘 못주고 얼굴만 빨개져서;; 나중에는 속으로 '아..망했다..ㅜ못 낳을것 같아'라는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시간은 가는데 마음은 점점 초조해져서 배가 안아플때도 계속 쓸데 없이 힘주면서 힘 다빼고, 결국 배아프고 정신 없는 와중에 옆에 계신 간호사 분께 제발 배좀 눌러달라고까지
이야기했네요.
결국 흡입기 사용 5분만에 민선우군 탄생, 감격의 눈물보다는 살았다는 생각에 애를 보는 순간에도 그냥 멍 하니 바라만 봤네요.
3.입원
산모가 충분히 쉴수 없다는 이유로 많은분들이 모자동실을 비추하셨지만, 저는 오히려 뱃속에서 10달간 같이 호흡하고 엄마아빠 목소리를 듣던 아기가 짧지 않은 기간동안 혼자 낯선 환경에 처해있으면
얼마나 무서울까하는 생각에 오히려 진오비 모자동실이 마음에 들었고, 또 조리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도우미분을 통해 산후조리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2박 3일 입원기간에도 산모식도 맛있었고 간호사분들께서 친절하게 아기 상태체크나 목욕, 모유수유, 분유 등을 신경써 주셔서 아기 달래느라 잠 못잔 것 말고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습니다.
(퇴원후 도우미 배정문제로 남편과 둘이서만 하루 동안 집에서 애를 본 결과 내밥 제때 챙겨주고 아기 분유, 목욕만 해결되도 애보는 것은 천지차이임)
쓰다보니 후기가 두서 없이 주절주절 너무 길게 써진듯 싶네요(참 글 못쓴다는..ㅜ)
하지만 앞서 말씀 드렸듯..낳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는데 선우를 낳은게 제가 태어나서 한 몇 안되는 잘한일 중 하나라서 출산의 시간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남기고 싶었습니다(처음쓰는 후기입니다.
저 SNS도 안하는 여자예요ㅋㅋ)
그리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진료때마다 항상 더 궁금한거 없냐고 하시면서 세심히 신경써주신 심원장님 감사합니다. 솔직히 진료때 궁금한거 말하라고 하실때마다 질문다운 질문을 한적 없이 대부분 없다고만
대답을 해서 오히려 무심한 엄마로 비춰질까 민망했었는데.. 사실 다 인터넷에서 찾아볼 만큼 찾아보고 갔어요ㅠ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분만할때 같이 계셨던 오현경 간호사님도 감사합니다..ㅠ 제가 넘 소리를 지르고 못볼꼴을 보여서;;; 지금도 민망하네요.
여튼 병원 입원기간동안 한번이라도 저랑 선우를 돌봐주신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
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최현희 [2015-04-24 00:08] 시온맘 [2015-04-20 09:32] 오현경 [2015-04-18 18:23] 심세은 [2015-04-18 12:36] 배소정 [2015-04-18 07:07] 최소라 [2015-04-17 21:00] nillili21 [2015-04-17 18:24] podragon [2015-04-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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