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부터 5월 말까지 제가 출산을 도운 산모들을 간단히 분석해 봤습니다.
둘째 이상의 경산모는 빼고 초산모의 출산 방법만을 따로 취합해 보았는데 제가 출산을 도운 초산모 총수는 70분이었고 이 중 역아로 3명, 태아 곤란증으로 1명, 골반 불균형으로 인한 난산으로 2명의 산모께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습니다.
역아인 3분은 미리 날짜를 정해서 수술을 하였고 나머지 3분은 자연분만을 진행하다가 안되어 응급 수술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초산모 제왕절개율은 6/70명으로 8.5%입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역아인 3분을 제외하면 3/67으로 제왕절개율은 4.4%입니다.
경산모의 제왕절개율은 반복 제왕절개를 받은 분이 얼마나 많이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번도 출산 한 적이 없는 초산모만 대상으로 통계를 내어 본 것입니다.
물론 저희 병원 전체 통계도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며 병원 통계는 1년에 두차례 통계를 내므로 상반기 출산 통계는 이곳 홈페이지를 통해 7월 초쯤 알려드릴 것입니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제왕절개율은 37% 전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전 SBS 방송에서 병원들의 과잉 검사 및 치료를 기획 특집으로 다루는 프로에서 양심적인 의사로 몇몇 병원의 의사가 거론되었나 봅니다.
영광스럽고 부끄럽게도  저도 포함이 되기는 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런 작은 것들이 아닙니다.
방송에서는 보건소에서 몇몇 검사를 해 오라고 한다던가 꼭 필요한 검사가 아니면 가급적 권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것을 그 기준으로 한 모양이던데 사실 그저 얼마간의 수입을 포기하면 되는 그런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정도의 기준으로 어느 의사가 양심적이다 아니다 판단한다면 너무 가벼운 기준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제왕절개 수술을 줄이기 위해서는 방어적 진료 억제, 철저히 원칙에 입각한 진료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만일의 경우 결과가 좋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수억원의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고 의사 또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합니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범국가적으로 제왕절개율을 낮추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크게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저 자연분만 보험 수가 얼마 올리면 제왕절개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는 정부 당국자의 생각은  돌맹이 하나 던져 바다를 메꾸어 보겠다는 생각처럼 한심스러워 보입니다.

방어적 진료는 신뢰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것입니다.
특별히 제가 기술이 좋아서 자연분만을 많이 도울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연분만을 돕기 위해 저만 쓸 수 있는 특별한 약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산모를 믿고 제가 알고 있고 배운 지식과 경험을 믿었을 뿐입니다.
다만 그런 신뢰 확보를 위해 이제는 정부 당국자도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 저희 병원과 같은  소규모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국가 전체의 제왕절개율이 낮아질 수는 없습니다.
위험성과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있는 출산 환경에서 다수 의사로 하여금  마음 놓고 소신껏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분쟁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은 반드시 필요한 일인데 언제쯤이나 그런 제도가 마련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병원 망할 각오로 철저히 원칙 진료만을 하는 의사를 운좋게 만나야 필요 없는 수술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해야 할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일차적이자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입니다.
제왕절개 수술은 산모와 아기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분명히 있고 그런 경우에는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어려운 좋은 수술입니다.
그러나 필요치 않게 과도하게 시행되는 수술로 인해서 경제적 측면에서는 비용이 더 들며 건강의 측면에서도  손실이 더 동반될 수 있습니다.
제왕절개 수술은 상당한 정도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수술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수준으로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와 의사의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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