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모들께서 자신이 검진 다니는 병원이 자연주의적으로 가급적 의료 개입을 최소화하는 병원인지 또는 초음파 검사등 각종 검사나 시술에 있어서 산모의 의견을 얼마나 많이 반영하는지 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듯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것도 중요하고 당연히 검진과 출산에서는 산모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며 그리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해당 검사나 처치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검사나 처치등 많은 의료 행위들은 의학의 발달과 더불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좀더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고 그저 의사의 돈이나 벌어주거나 의사로 하여금 진료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게 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든 산모들에게 일률적으로 충분한 설명이 없이 검사와 시술이 이루어지다보니 때로 필요없이 과도하게 시행되는 경우도 생기고 의료적 필요가 아니라 장사속으로 행해지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저는 그런 과정이 충분히 갖추어져야 한다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산모들께서 자신이 다니는 병원에 대하여 좀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보았으면 하는 것은 다음 두가지입니다.

첫째, 생명 존중의 정신을 얼마나 철저히 지키고 있는지.
쉽게 말해서 낙태 시술을 하지 않는 병원인가 하는 것인데 저희 병원은 오랫동안 유지하던 아이온 산부인과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진오비 산부인과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그렇지만 산부인과 전문의에 의한 자발적 낙태 근절 운동을 펼친 진오비라는 모임의 철학에 맞게 일체의 낙태 시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태아의 생명도 지상의 것으로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모든 의사들이 그런 원칙을 지켜야겠지만 특히 산모와 아기의 건강과 안전을 항상 고민하고 돕는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낙태가 아예 불법이지만 낙태가 합법화되어 있는 외국에서조차도 분만을 담당하는 프레그넌시 센터(임신 센터)에서는 단 한곳도 낙태 시술을 하는 곳이 없습니다.
낙태도 하여 태아의 생명을 없앤 피 묻은 손으로 숭고한 출산을 담당하고 아기를 다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의 많은 산부인과에서는 분만도 하면서 낙태 시술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라면 낙태 시술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분만을 하는 산모들이 자신이 다니는 병원이 그런 철학에 철저히 따라서 하는 곳인지 확인해 보고 병원을 선택함으로써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병원이 낙태 시술을 하는 곳인가 아닌가는 어느 병원이 자연주의적 분만법을 택하는지, 혹은 산모의 자율권을 존중하는지 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오히려 쉬어서 낙태 정보를 주고 받는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보거나 해당 병원에 직접 문의하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의사가  환자나 산모 한명 한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지.
저는 제왕절개 수술이든 흡입 분만이든 혹은 그외 의료 처치가 되었든 그 자체가 좋고 나쁘고 하기 보다는 그런 시술을 피해가기 위해 의사가 얼마나 정성과 시간을 들여 노력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의사 한명이 담당하는 외래 진료 환자수나 분만 산모의 수가 너무 많아서는 안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근본적으로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진료는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의료 행위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간적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아무리 의사가 최선을 다해서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하루 8시간 근무에 수십명의 환자를 보게 되면 소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안전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편안함이라는 측면에서도 마이너스가 됩니다.
항간에 3시간 기다려 3분 진료를 받는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진료 환경이 형성된 상태에서는 의사나 환자 혹은 산모 모두 만족스러운 진료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는 저는 산부인과 진료의 특성상 의사 1인당 외래 환자는 하루 30명, 분만은 한달 20건에서 많아야 30건이 한계 아닌가 생각합니다.
분만은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보통 반나절이나 하루 종일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의사 한명이 동시에 두세명의 산모를 보게 되다 보면 아무래도 한명 한명에게 충실하기가 어렵습니다.
산모 한명이 동시에 두아이를 낳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의사도 거의 비슷한 정도로  집중을 하고 관찰을 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런 정도의 집중을  동시에 두세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감당한다는 것은 정신적인 측면에서나 체력적인 측면에서나 불가능한 일입니다.
과거에는 진통실이라 불리우는 곳에 커튼을 가림막으로 산모 여러명이 동시에 누워서 진통을 하고 의사 한명이 무슨 컨베이어 벨트의 물건을 다루듯 주욱 진찰을 하고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런 곳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대형 분만병원들에서 특히 자주 관찰되는 현상으로 저는 그런 곳을 아기 낳는 공장이라고 부릅니다.
단언해서 말씀드리지만 최선을 다해 충실하게 보려면 의사 개인당 분만 산모의 수는 하루 한명을 넘지 않는 것이 제일 바람직합니다.
물론 이러한 외래 진료 환자수나 분만 산모의 수는 시설과 장비등 발생 비용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현재의 의료 보험 시스템 하에서는 병원의 경영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보다 우선인 것은 항상 산모나 환자의 건강과 생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외래의 경우 의사가 1명인 곳은 30명 이하, 저희처럼 3명이 진료를 하는 곳은 90명 이하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분만은 분만 의사가 1명인 경우 월분만 20명 전후, 저희처럼 분만 담당 의사가 둘인 경우 월분만 40명에서 50명 이하가 의료의 질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다니는 병원의 외래 진료 의사는 몇명인지 평균 외래 환자는 몇명인지, 분만 담당 의사의 수(총 의사의 수가 아니라)는 몇명이고 월분만은 대략 몇명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래 환자의 확인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월분만의 확인은 정부에서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자료를 통해서 혹은 다니는  병원에 문의해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확인을 통해 한계선을 넘어가는 상황이라면 의사의 소신이나 마음 가짐이 어떤지와 관계없이 충실한 진료는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어느 병원이 그런 수준을 넘어가면 의료 공간이나 시설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하게 의료 인력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런 경우는 환자나 산모의 생명과 건강 보다는 경영이 우선인 병원이거나 아니면 의사 한명이 다른 의사 두세명의 몫을 해낼 정도의 대단한 능력이 있는 슈퍼맨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제가 조언드리는 위 두가지는 흔히 산모들이나 환자들이 피상적으로 어느 병원이 친절하고 비용이 저렴한가 또는 교통편이 편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들어주는가 하는 것보다 더 의료의 기본적 질과 관계된 것입니다.
사실 음식의 맛을 평가하는 것과 다르게 의료는 이용하는 분들이 그 질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병원의 규모나 또는 친절한 정도 혹은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는지 하는 피상적인 것으로 평가하기 쉽습니다.
또 환자가 많으면 좋은 곳인가보다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 이는 식당의 경우라면 대체로 그렇지만 (이용자가 질을 평가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에) 병원에 관한한 환자가 많다고 해도 그 내적 질으 그리 높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은 의사들끼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 환자가 별로 없어 수준이 떨어지는 병원이라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병원 중 많은 곳이 사실은 나름대로 원칙과 소신, 양심에 따라 진료를 하며 실력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제가 전에  어떤 글에서도 썼지만  그래샴이라는 경제학자가 말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 낸다는 의미)는 말은 사실 의료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여하튼 저로는 많은 환자와 산모들께서 좀더 안전하고, 좀더 편안하고, 좀더 충실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자신과 아기의 건강과 생명을 최대한 확보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현재 저희 병원은 분만을 다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월분만은 10명 전후이지만 앞으로 수개월 뒤에도 월 30명을 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이상 수준이 될 경우 의료 인력과 시설의 확충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미래가 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병원이 원칙을 지키며 환자와 산모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반드시 탄탄한 미래가 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는 비단 의료계 뿐 아니라 모든 경제 영역에 해당하는 현실이겠지요.
그래서 저희 병원이 원칙과 양심을 지키면서도 오래도록 많은 분들께 사랑받을 수 있을 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한곳이라도 더 저희와 같은 철학을 가진 병원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용하는 분들의 지지와 성원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입니다.

요즘 채널A에서 방영하는 "이영돈 PD의 먹거리 X 파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착한 식당을 찾는 코너가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병원에 대하여도 그렇게 착한 병원을 찾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저희 병원이 착한 병원에 속하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만일 그런 것이 생긴다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 말고 착한 식당의 선정을 위해  서비스도 몰래 살펴 보고 주방에도 들어가 보고 재료는 얼마나 좋은 것을 양심껏 쓰는지를 보는 것처럼 병원에 대하여도 겉으로 보이는 것 말고 그 본질적 질을 살펴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아직 그런 프로그램은 없기 때문에 그런 착한 병원을 찾는 검증은 현재로서는 이용자인 여러분들께서 직접 하시는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다시금 강조하여 말씀드리지만 저는 어느 병원에 대하여 산모나 환자분들께서 내리는 평가 방법을 현재의 것보다는 제가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한 차원 더 높여서 좀더 본질적인 것에 맞추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착한 식당처럼 착한 병원을 많이 가지게 되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미래의 언젠가는 병원을 갈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이 병원을 가야 할지 저 병원을 가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이 어느 병원이건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나를 위해 편하게 배려해 줄 병원이라는 확신과 의사에 대하여 신뢰를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입장에 서게 될 지 모르는  저를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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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hee [2020-12-16 18:01]  ngseol [2013-10-2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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