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 중의 하나가 "광고천재 이태백"이라는 드라마입니다.

사실 그 드라마의 실제 모델이 누군지는 모르고 내용이 재미있어 종종 보고는 했는데 오늘 방영분을 보니 신문지면을 이불처럼 해서 광고한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 그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 보니 예상대로 "광고천재 이제석"이라는 책도 내신 이제석이라는 분이 맞더군요.


1년전 진오비 활동의 일환으로 낙태 근절 운동을 한창 펼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좀더 효과적으로 낙태의 위험성과 비극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해서 고민하다가 신문 지면에 공익 광고를 한번 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익 광고에 관심이 많은 전문 광고인을 찾다가 우연히 잡지에서 이제석이라는 분이 광고한 총기 반대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전봇대에 총구가 감아져서 결국 총알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광고였는데 그 광고를 보고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분의 광고를 몇편 더 찾아보았고 환경 문제 등 공익 광고에 관심이 많은 분인 것 같아서 연락을 주고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낙태 근절 운동의 취지를 설명 드리고 도와달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그래 주시겠다고 하더군요.

물론 무료로 광고 시안을 만들어 주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 광고를 실을 신문 지면을 사는데 드는 수천만원의 비용을 못 구해서  애만 쓰다가 안되고 결국 광고를 내지 못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성사가 되었다면 낙태 문제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오늘 드라마에서 그 분이 만든 노숙자 기부 광고를 보니 그런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불과 1년전의 일임에도 숱한 일들을 많이 겪어서인지 정말 오래 전의 일같이 느껴지네요.

아래는 그분이 만든 광고 몇편입니다.

맨 위는 드라마에도 나온 이불 같은 신문지 광고인데 우측 귀퉁이에는 "누군가는 오늘밤 이 신문지를 이불로 써야 합니다."라는 글과 노숙자를 위한 성금 기부 전화번호가  써 있습니다. 

두번째는 계단이 장애인에게 얼마나 힘든 난관인지 말해주는 광고이고 세번째는 이 분을 널리 알리게 만든 총기 반대 광고이며 마지막은 비만 방지용 애완동물 사료에 대한 상업 광고입니다.

정말 아이디어가 좋죠?





그리고 위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한토막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소비자의 마음은 빙산이다. 그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건 감동 뿐이다."

이 말이 광고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겠지요.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감동을 주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고 어떻게 하면 고객을, 그리고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나 산모를 감동 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겠지요.

그 대사를 보고 감동이란 무엇인가, 언제 오는가 하는 것에 대하여도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솔직히 정확히 언제 그것이 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렴풋이 생각하기에는 얻고자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의 것을 얻었을때 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산부인과 영역은 출산을 통하여 소중한 새 생명인 아기를 얻게 되니까 비교적 감동을 얻기가 쉬운 영역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산모와 가족이 건강한 아기를 최초로 품에 안게 될 때의 감동은 살면서 흔치 않은 대단한 감동의 순간임에 틀림없을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점 때문에 분만 의사에 대하여도 그런 감동의 일부와 감사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의사는 아기를 낳은 사람도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 나오는 아기가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soso__3110130392203091378_3:}) 안전하게 받은 것 뿐인데 말입니다.

물론 위험한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여하튼 의사가 잘해서 얻은 감동이라기보다 아기가 주는 감동에 말하자면 어부지리로 얹혀가는 셈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아마도 힘들고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 의사로 하여금 힘든 분만 의사 생활을 계속 하도록 이끄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람과 감동,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값싼 돈(경제적 이득)에 그것을 팔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감동과 보람을 값싼 돈과 바꾸는 의사가 있다면 그는 정작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의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보람과 감동만을 끌어 안고 살기에는 너무도 삶이 팍팍한 경우일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보람 또는 감동과 돈 사이에서 고민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많아지는 시스템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무게가 의사들로부터 보람과 감동과 원칙과 양심,  그 모든 것들을 한 무더기로 빨아서 흡수해버리는 블랙홀처럼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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