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수요일 방영분인지 목요일 방영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KBS의 "생방송 오늘 아침"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아들을 골라 임신하게 해 준다는 약" 문제에 대하여 다룬다고 하네요. 그래서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하여 오늘 아침에 병원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다른 분들도 참고하시도록 제가 엠디저널이라고 의사들이 주로 보는 잡지에 몇년 전에 "딸 아들 골라 낳을 수 있나?" 라는 제목으로 실었던 글을 수정 보완하여 올려 봅니다.)



언젠가 나이가 좀 드신 어떤 남자분이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대뜸 의료 보험증을 제 앞에 펼쳐 놓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장님 보험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딸만 셋을 두었습니다. 
저는 장손이라 아들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애를 낳아야 합니다. 
그런데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형편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 더 이상 아이를 여럿 낳는 것은 힘든데 계속 낳게 되면 이미 낳은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 환경만 더 열악해 질 뿐입니다. 
그러니 원장님께서 아들을 낳을 수 있는 비방을 꼭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이분 말고도 딸이나 아들을 골라 낳을 수 있기를 바라는 분들을  종종  보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겠지만 과거에는 아들을 낳기 위해 돌부처의 코를 갈아 먹는 사람이 많아 어지간한 절의 돌부처 중에 코가 성한 것이 많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도 "아들을 여럿 낳은 여인네의 속곳을 입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둥 여러 가지 속설들이 있지만 다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아들을 골라 낳게 한다는 젠더 초이스
얼마 전에는 '젠더 초이스'라고 하는 제품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손목에 기초 체온을 측정하는 온도계를 달아 체온을 체크해 아들이나 딸을 골라 낳을 수 있다고 하는 방법입니다.
기초 체온이란 사람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의 체온을 말하는데 자고 있을 때는 스스로 체크를 할 수 없으니까 보통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체크를 하여 측정을 합니다.
이 기초 체온은 배란이 될 때 생성되어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에 의해 다소 높아집니다.
그래서 기초 체온을 측정하여 배란기를 확인하고 그때 성관계를 가지면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젠더 초이스를 개발한 쪽의 주장입니다.
그 이론적 근거는 아들을 낳게 하는 Y 정자는 산성에는 약하고 알칼리성에 강한 반면, X 정자는 Y 정자보다 산성에 강하므로 배란 직전 질 점액이 상대적으로 알칼리성이 높을 때 성관계를 하면 아들이 임신될 확률이 높고 배란일로부터 멀수록 산성 점액이 되므로 딸이 임신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젠터 초이스와 비슷한 논리로  부부관계 전에 소다수로 질을 씻어 질 점액을 알칼리로 만들어 준다거나, 알칼리성 식품을 먹어서 여성의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준다거나, 아니면 알칼리성이 높은 배란액이 나오는 오르가슴 직후에 사정을 하면 아들이 임신될 확률이 높다고 하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물론 위 방법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도 없고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는 연구 보고도 전혀 없지만 배란과 기초 체온이라고 하는 과학의 허울을 쓰고 사람들을 현혹하여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법에 매달리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셀나스 법
젠더 초이스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그럴싸하게 보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소위 프랑스식 아들 낳는 비법이라고 하는 '셀나스 법'인데 프랑스의 세포 생물학자인 패트릭 쇼운 박사가 개발했다는 방법입니다.
이 이론은 난자의 세포막이 어떤 때는  '+'극성을 , 어떤 때는  '-' 극성을 띠는데 난자의 세포막이 '-'를 띠면 난자는 Y 염색체하고만 수정이 되고 반대인 경우에는 X 염색체하고만 수정이 되기 때문에  난자의 세포막의 '극성주기'를 알면 딸, 아들을 구별해 임신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극성은 여성의 혈액형과 생년월일이나 초경을 시작한 해 등 몇 가지 생체 지표를 이용해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방법도 지금은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져 한때의 에피소드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딸을 낳기 위해 도입된 마이크로소트 법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방법은 가축 번식에 사용된 방법인 마이크로소트 법입니다.
1990년대 초에 로렌스 존슨이라는 사람은 동물의 정자를 분류해 새끼의 성별을 미리 결정하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존슨의 방법은 X 염색체를 지닌 정자가 유전물질을 더 많이 갖고 있어 Y 염색체를 가진 정자보다 더 크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인간의 46개 염색체는 23개 쌍으로 되어 있는데 1번부터 22번 쌍까지 상염색체는 크기가 큰 순서로 1번 염색체 ,2번 염색체 식으로 번호를 매겨서 이름을 정했는데 제일 큰 1번이 3μm(마이크로미터, 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이고 제일 작은  22번이  0.5μm 크기입니다.
그리고 성별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는 처음에 발견될 때 미지의 광선이라는 뜻에서 X 레이라고 한 것처럼 미지의 염색체라는 뜻에서 X를 붙이고 나머지 하나는 X 다음의 알파벳인 Y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X 염색체는 유전자 수는 1,141개이고 7번 염색체 다음으로 커서 실제 크기는 2μm, Y 염색체는 유전자수는  255개이고 22번 염색체보다 조금 큰 정도로 실제 크기는 0.5μ인데 이는  X 염색체 크기의 1 / 4 밖에 안되는 크기입니다.

이런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정자를 특수한 물질로 염색한 뒤 여기에 레이저 광선을 쏘면 Y 염색체를 가진 정자보다 X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더 밝게 빛나므로 밝게 빛나는 X 염색체 정자를 골라 내어 수정을 시키면 딸이 된다는 것이 이 마이크로소트 법의 내용입니다.
이 방법은 남자 아이에게만 나타나는 유전적 질병을 피해 딸을 낳고자 도입되었지만 비용이 1회 시술에 2,500달러로 많이 들고, 딸인 경우 예측률이 93%로 높지만 아들인 경우 73%로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윤리적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을 안고 있어서 현재 대중화 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첫째 아이의 남녀 성비는 100:109인 데 반해, 셋째 아이 이상의 경우 남녀 성비가 2003년 통계 수치에 따르면 137:100으로 남자 아이의 수가 심각할 정도로 많은 상태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남아 선호 사상이 없지 않습니다. 
이런 문화적 현상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녀를 하나만 낳아 기르려고 하는 풍조가 맞물려 요즘도 가능하다면 아들을 골라 낳을 수 있기를 바라는 부부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원하는 성별을 낳기 위한 믿을 만한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도 이러할진대 만일 효과적이고 저렴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다면 그로 인해 어떤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딸 아들을 골라 낳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은 개인적인 관점을 떠나 국가 사회 나아가 인류 전체로 볼 때 매우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연의 조절 작용에 비해 인간의 조절은 훨씬 열등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을 과거의 역사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까지 딸이나 아들을 골라서 임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믿을만한 방법이 없다는 점도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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