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어떤 물건에 대한 설명이다.
1. 난임 치료 방법 중 하나다.
2. 3등급 의료기기 (인체 내 일정 기간 삽입돼 사용되거나 잠재적 위험성이 높은 기기 그룹)에 속한다. 참고로 이보다 높은 위험도인 4등급 의료기기는  인체 내에 영구적으로 이식되는 의료기기들로  이를테면 심장 혈관 스텐트나 심장 충격기 등이 있다.
3. 미국에서는 1918년이 되어서야 법적으로 이것의 사용이 허가되었다.

여기까지 봐서는 도저히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을 보자
1.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하였습니다. 색료, 향료를 첨가하지 않았습니다. 약간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택배 송장에는 패션잡화로 기재됩니다."--이 물건의 인터넷 구입을 위한 제품 안내 페이지에 있는 설명이다.
2. 과거 이것이 없었을 때는 격렬히 몸을 흔들고 폴짝폴짝 뛰거나 무릎을 굽히고 몸을 웅크린 채로 재채기를 하라고 권고했다.
3. 국내 회사에서 제조하는 이것의 표준 사이즈는 폭 53㎜, 길이 180㎜, 두께 0.07㎜이다.
4. 1957년  듀렉스(Durex)는 처음으로 이것에 윤활제를 발라서 판매했고 현재 가장 많은 이것을 판매하는 회사가 되었다.

이제 무언지 눈치를 채신 분이 많을 것이다. 콘돔에 대한 설명들이다. 콘돔은 성병의  예방을 위해서도 쓰이며  때로는 성교통의 예방을 위해 쓰이기도 한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피임을 위해서이다. 
동식물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모든 생명체는 2세를 낳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로는 죽음마저 불사한다. 유일하게  인간만이 2세를 낳지 않기 위해 피임을 한다.



콘돔이란 단어의 어원에서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다. 그 중 라틴어로 그릇이나 저장소를 뜻하는 콘두스(condus)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이 비교적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원전 1,000년경의 이집트 벽화에도 콘돔처럼 보이는 물건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그만큼 콘돔의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그 당시는 남성의 정자가 임신의 원인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던 시대라서 피임의 목적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인지는 확실치 않다. 남성의 성기를 벌레 등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속옷의 일종으로 사용되었다는 추측도 있고 성기를 크게 보이도록 과시하려는 목적일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의 정자가 처음 확인된 것은 1677년 네덜란드의 미생물학자 레벤후크에 의해서다. 난자는 이보다 훨씬 늦은 1827에 발견되었고 난자와 정자의 수정에 의하여 사람이 발생한다는 것은 19세기 말이나 되어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발견전부터도 남성의 정액이 임신의 중요한 한 축인 것은 이미 알려져 있어 피임 목적의 콘돔은 상당히 일찍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과거 콘돔은 돼지나 양의 창자, 방광을 이용하거나 아마포 등을 이용했기 때문에 피임 효과도 떨어지고 성감도 크게 떨어졌다. 비용도 상당히 비싸서 부자들만이 쓸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와 같이 콘돔이 대중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은 고무경화법을 개발하여 자동차 타이어를 만든 찰스 굿이어의 덕분이다. 물론  1855년에 처음 나온 고무 콘돔은 그 두께가 자전거의 내부 튜브와 비슷하다고 전해질 정도라니 지금보다는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천연고무인 라텍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80년대에 들어와서부터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콘돔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천차 만별이지만 그리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고 일부 국가에서는 무료로 나누어 주기도 한다.

콘돔의 여러 효과 중에 위에서 말한 성교통의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성관계시 상당한 통증을 느끼거나 혹은 가벼운 정도이기는 하지만 자궁이 조이는 느낌이 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액 안에 있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성분때문이다. 1930년에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인 클츠록이 사람의 정액에 있는 어떤 성분이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이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그후에 그 성분이 남성의 전립선(prostate gland)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밝혀져서 프로스타글란딘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프로스타글란딘은 전립선 외의 다른 조직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것이 밝혀졌고 화학적으로 합성이 되기도 한다. 이 프로스타글란딘은 여러 서브 타입이 있는데 그 중 E와 F 타입이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런 이유로 프로스타글란딘은 유도 분만 즉 분만 진통을 촉발할 목적으로도 쓰이며 약물 낙태 수술에 쓰이기도 한다. 임신 초기에 유산기가 있는 경우 성관계를 피하도록 권하는 이유도 정액 내의 프로스타글란딘으로 인하여 자궁 수축이 초래되어 유산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스타글란딘으로 인한 수축은 미미하여 대부분의 여성은 통증을 느끼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과도한 수축으로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위경련으로 인한 통증과 같은 맥락이다. 이때 콘돔을 이용하면 성관계시 나온 정액 내의 프로스타글란딘이 여성의 자궁에 도달하지 못한다. 성교통이 프로스타글란딘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며 다른 여러가지 원인들이 있지만 프로스타글란딘에 의해서 생기는 성교통은 이렇게 콘돔에 의해 차단될 수 있다.

콘돔이 난임 치료 방법의 하나로 사용된다는 이야기도 성교통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말보다 더 황당할 것이다. 그러나 맞는 말이다. 사실 콘돔을 사용하면 정자가 질내에 들어가지 못하므로 임신이 되지 않는다. 일부 남성이나 여성 중에는 체내에 항정자 항체라는 것이  생긴 사람들이 있다. 항정자 항체는 정자에 대하여 공격성을 가진 항체를 말하는데 자신의 정자에 대하여도 생길 수 있고  파트너의 정자에 대하여 생길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질점막이 손상되면 항정자 항체가 생성될 수 있다. 이 항체는 정자에 부착되어 정자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정자의 운동성을 저하시켜 난자와의 수정을 방해한다. 이 항정자 항체를 억제하거나 소멸시키기 위하여는 면역 억제제를 쓰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수개월간 성관계시마다 콘돔을 이용하도록 권하거나 금욕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콘돔으로 하여 여성의 질분비물이 정자에 노출되지 않으면 항정자 항체가 서서히 사라져서 수정을 방해하는 효과가 없어지게 된다. 실제로 효과를 꽤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면역 항체의 사용보다는 부작용도 덜하다. 다만 오랜 기간 콘돔을 이용하여야 효과를 볼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콘돔의 사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이나 성감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콘돔의 사용율이 10%가 채 안된다고 한다. 피임은 여성이 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이 주 원인일 것이다. 콘돔의 표면에는 살정제가 코팅되어 있어서 혹시라도 콘돔이 찢어지더라도 어느 정도의 피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콘돔은 피임약이나 자궁내 장치보다는 피임 실패율이 높기는 하지만 용법에 따라 제대로만 사용하면 원치 않는 임신의 상당수를 피할 수 있다. 더군다나 피임에 대하여 여성과 동등한 의무가 있는 남성이 하는 피임법으로는 영구 피임법인 정관 수술을 제외하면 유일한 방법이다. 콘돔 뿐 아니라 피임약등 다른 피임법도 상당히 저조한 사용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낙태율이 엄청나게 높은 이유의 주원인이 낮은 피임 실천율 때문인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낙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낙태로 이어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는 피임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얼마전 신문 기사에는 콘돔을 못 구해서 랩으로 피임을 하거나 비닐 봉지를 사용하여 피임을 했다는 내용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비용 때문보다는 콘돔 구입에 따르는 따가운 시선이나 귀차니즘 때문이라고 한다. 콘돔은 특수 고무로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구멍이 나지 않았는지 철저히 검사를 거치며 전수 조사를 하기 때문에 불량 콘돔이 생길 확률은 매우 적다. 그럼에도 피임 실패율이 5%에서 15%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런 검증이 없는 비닐 봉지는 말할 것도 없이 피임 도구로 적당하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피임 실패율이 매우 낮을 것으로 추정되는 콘돔이 그런 높은 피임 실패율을 보이는 이유는 제조 단계부터 불량인 것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잘못된 사용 방법 때문이다.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는 콘돔의 피임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적절한 사용법을 적어 두었다.
응급 피임약을 처방 받기 위해 오시는 분들께도 피임 방법을 설명하면서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성관계를 통해 쾌락이든 유대감이든 좋은 것을 얻고자 하면서 임신이라는 부담스러운 사태를  피하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정성과 노력은 필수적이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무엇이든 댓가를 치루지 않고 얻는 과실은 없다. 달콤한 사과를 얻기 위해서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온몸이 땀에 젖는 수고를 해야 한다. 성관계를 통해 얻는 것에  버금갈 정도의 막대한 비중으로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 것에는 임신하여 출산하는 것과  임신하여 낙태를 하는 것이 있다. 반면 피임약을 먹거나 콘돔을 착용하는 것은 성관계를 통해 얻는 과실에 비하면 아주 저렴하고 작은 수고로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콘돔의 가격은 수백원 정도이며 비싸다고 하는 고급형도 이삼천원 정도일 뿐이다. 피임약이나 콘돔의 사용은 출산하여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 또는 수고에 비할 것이 못되며 낙태 수술로 인한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피해도 수백 수천원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신이 내린 선물인 성은 마음껏 즐겨도 좋지만 그에 따르는 댓가와 책임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콘돔 사용시 주의 사항

1. 제품 손상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개봉시 손톱에 의해 찢기지 않도록 조심할 것.
2.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라텍스가 약해져서 관계중 찢어질 우려가 높다. 유통 기한을 확인할 것.
3.  삽입하기 전부터 착용하고 성관계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빼지 말것.
4. 발기가 사라져 콘돔이 빠지기 전에 성기를 뺄 것.
5. 사이즈가 맞지 않고 큰 콘돔은 중간에 빠질 우려가 높으므로 다소 꽉 끼는 사이즈의 콘돔을 사용 할 것.
6. 콘돔 끝에 있는 정액 받이의 공기를 빼고 착용을 하여 관계 중간에 콘돔이 터지는 사태를 방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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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eeun [2018-01-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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