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 : 2014.09.02
출산일 : 2014.09.03
초산 / 남자아이 / 3.37kg/ 자연분만 / 무통X, 관장X, 제모X, 회음부절개X, 촉진제X
안녕하세요~
진오비산부인과 원장님, 분만실/외래쌤들, 산전맘/산후맘분들!
대명절 추석이네요~ Merry Happy 추석! 다들 즐거운 명절 잘 보내고 계신지요.
9월 3일 아침 7시 29분에 태어난 우리아들 태양이 출산후기를 드디어 올립니다! 뚜~~둥!!
벌써 일주일이 다되어 가네요.
정말 짬낼 시간 없이 정신없이 애기보는거 적응하고, 내 몸 추스르고, 모유수유의 고통을 감내하다보니 이제서야 정신이 좀 들어요 ㅎㅎ
조리원으로 옮긴지도 벌써 3일째 오전인데 아직도 좀 헤롱헤롱 멘붕상태입니다.
아침 먹고 모자동실시간에 얼른 모유수유 좀 하고 신생아실에 맡긴 뒤 글을 몇자 적어보려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즐거운 명절에 순산바이러스 팍팍! 전파할래요..ㅎㅎ
초산이어서 그런지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만 커져갔었습니다.
진통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이슬은 언제 비칠까? 애기는 언제 나오지? 진통시간은 얼마나 길까? 우리 애기는 어떤 모습일까? 등등의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았어요.
예정일이 되어가는데도 태동은 심하고, 이렇다할 별 기미가 안보여 그런 생각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데....!!!!!!
9월 2일 예정일 아침이었습니다.
밤잠을 설쳤던 저는 새벽에 신랑이 언제 출근했는지도 모른 채 아침잠을 곤히자다가 밑에서 뭔가 뜨거운것이 물컹! 하는 느낌과 함께 잠이 깨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화장실에 가서 확인했더니.... 드..디..어...ㅠ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ㅎㅎ "이슬"을 보게되었습니다!!
그 시간이 아침 7시 40분경이었어요.
마침 2일 아침 9시에는 40주 정기검진이 예약되어있었기 때문에 침착하자 침착하자 를 반복하며
그동안 생각해온대로 마지막준비물 체크하고, 샤워를 싹 하고, 살~살 아픈 아랫배를 붙잡고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했더니 그날따라 외래에 매우매우 많은 산전맘분들이 가득차 계시더군요..ㅠㅠ
마음이 왠지 불안...불안...ㅎㅎ
심원장님 뵙고 내진을 받았지만 아직 자궁문은 열려있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제가 아침에 화장실에서 본건 이슬이 맞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태동검사 해보니 5분간격으로 수축이 잡히지만 강도가 세지 않으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는 심원장님 말씀
& 초음파 검진을 해보니 양수가 갑자기 많이 줄어 오래기다릴 수는 없고 2일 밤까지 자연진통이 안생기면 3일 아침 촉진제를 써보자셨습니다.
.....다시 집으로 back..................
그래.. 오늘 만나면 좋겠지만.. 늦어도 내일은 만날 수 있을 것 같으니.. 하루만 더 참자... 하고 스스로 위안하며
집에와서 진통어플로 진통을 체크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내내 5분간격으로 조금 강도 높은 생리통같은 진통이 40초 정도 이어지는데..
어?! .......좀.... 이상했습니다....
진통은 길어지고, 간격은 짧아져야 하는게 맞는것 같은데......
진통간격이 8분, 9분, 12분...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니겠어요? 게다가 폭풍 점심! (너무 맛있었쪄요..ㅋㅋㅋ)
그런 희한한 진통은 신랑이 퇴근하고 돌아온 후 저녁식사를 마칠 때까지 이어졌어요...
23:00 경 화장실에서 갔다가 핏덩어리가 떨어진 것을 보고 무서워 분만실에 전화를 드렸더니 진행과정 중 비치는 이슬로 추정된다며
진통간격이 더 짧아지면 방문하라고 하시더군요.
23:30 에라.. 모르겠다... 자고 낼 입원하자...하고 자려고 누웠을 때, 다시 5분간격의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강도는 오전보다는 분명 강해져있었구요.
집에서 최대한 오래견디다 병원을 가는게 맞다고 여러군데서 듣고 배웠던 터라 저는 견디려 했었습니다..........만.........
어떤 진통이 강한진통인건지, 내가 잘 참고 있는건지 아닌지, 자궁문이 열린건지 아닌지, 복잡한 마음에 결국,
9월 3일 00:30 신랑을 붙잡고 병원에 도착합니다. 이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밤부터 시작된 비바람이...헐....
그 비를 온 몸으로 맞아가며 병원에 도착해서 바로 태동검사기를 다시 달고, 내진을 실시합니다...
심원장님 당직날이 아니셔서.. 안계실 줄 알았는데 혜성처럼 나타나셔서 넘 마음이 놓였어요...아세요? 원장님 뒤에 후광비친거...ㅎㅎㅎㅎ
그러나 나.... 거짓말 쟁이????? 아님 엄살쟁이??????
태동검사결과는 수축이 12분 간격, 내진 결과는 고작 1-2cm....... OTL..................입원해서 진통할지, 아니면 집에가서 진통할지는 저희 부부에게 결정권이 넘어왔고, 고민 끝에....
..............또 다시 집으로 back................ 이게...뭔가요.........
01:30 비바람을 뚫고 다시 집으로 와서 마음을 편히 먹고 눈을 좀 붙여보자.. 해서 누웠습니다.
신랑은 피곤했는지 금방 곯아떨어졌는데.. 전.. 잠이 올리가 없잖아요...ㅠㅠ
그래도 10분간격으로 진통올 때는 심호흡으로 견디고, 진통이 사라졌을 때는 잠깐씩 졸았습니다.
03:00 화장실이 가고싶다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심한 설사를..(죄송~)
03:30 이때부터는 잠깐씩 졸지도 못할 정도로 심한진통이 시작되었어요. 진통시간 체크해보니 거의 1분아프고 2분쉬고를 반복..
그러나 저는 이미 몇시간전 병원을 방문했을 시 엄살쟁이+거짓말쟁이가 되어있었으므로..ㅎㅎㅎㅎㅎ 조금 더 참아보기로 합니다.
04:30 생각과는 다르게 저는 침대시트를 쥐어뜯고 있더군요. 진통이 올때는 똥꼬에 저절로 힘이들어가는 느낌이고 더 참았다가는
마치 집에서 애가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자꾸 숨을 안쉬려고 하는 저를 옆에서 신랑이 같이 연습했던 심호흡법으로 많이 도와주웠어요
"아.....병원!! 나...병원갈래!!!!" 소리지른 후 또 비바람을 뚫었습니다... 평소 5분밖에 안걸리는 거리지만 가다 서서 호흡하다보니
병원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더군요..
05:00 병원 도착 후 태동검사 결과 잦은 수축이 잡혔고 내진결과 3cm 진행되었답니다.
자궁경부는 얇아질대로 얇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는 말씀...
저는... 정말...우아한....그리고..고상한....출산을 항상 꿈꿔왔었고, 평소 이미지트레이닝을 골백번도 더 했었습니다.
....다 소용없습니다.......... 그냥...시끄럽고 진상입니다.... 잠깐 진통없을 때 정신차리면 그런 진상인 제 모습만 남아있더군요..ㅠㅠ
05:30 30분만에 다시 내진 결과 6cm가까이 열렸답니다!
진행이 빠른 편이라고 하시더군요. 3일 오후에나 애기 볼 줄 알았는데 이 속도면 아침에 바로 만날 수 있겠다고...흑....
문제는 이 시간에 저는 똥꼬에 너무 힘을 주고 싶은데... 자궁문이 아직 다 안열렸기때문에 힘주면 피부가 찢어져 출혈이 심할 수 있으니
무조건 참으라는 겁니다.... 똥마려운데 똥 못싸는 느낌.... 아시죠..? ㅠㅠ
형광등 불빛이 여러번 노란색으로 바뀌고...
죄없는 신랑에게 여러번 신경질을 부리고....
몸을 주체할 수 없이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를 반복하니....
분만실 윤영희 쌤이 다시 들어오셔서 내진 해주십니다.
06:00 역시 예상대로 30분만에 또 2cm가 추가로 열려 이제는 80% 진행!!! 힘 줘도 된답니다!!!!!!아싸....살았다....
분만실이 갑자기 분주해집니다...
무엇인가 많은 준비물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내 다리가 분만의자에 올려지고 조명이 어두워집니다.
새벽 내내 힘들게 저를 봐주셨던 윤영희 선생님에 배소정 선생님께서 합류해주셔서 같이 힘써주십니다 (두분께 눈물나게 감사ㅠㅠ)
진통은 조금 덜해집니다. 왜냐하면 힘이 들어가고 배가 아플 때 힘을 줄 수 있으니까....
근데 이건 또 다른 고통입니다... 똥 마려워 힘주는데 똥이 안나옵니다...(자꾸 울 태양이를 똥에 비유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내 체력이 이거밖에 안됐나 자책하고 싶을 정도로 힘이 달립니다..
배소정쌤께서 두번만 더 하면 된다고 하신 것 같은데 두번이 네번되고 네번이 여덟번 됩니다...ㅠㅠ
원장님도 들어오셨다가 좀 더 힘줘보라하시고 다시 나가십니다..ㅠㅠ 아... 태양아.....힘내자........ 엄마 힘든거 10배로 니가 힘들다는데..ㅠ
쇠봉을 잡고 힘을주니 팔로 힘이 분산되는 것 같아 손 다 놓고 똥꼬에만 힘을 줍니다... 그나마 낫습니다...
두-세번 힘준 후
원장님 다시 들어오셔서 보시더니 만약 이번에 마직막으로 한번 더 힘줬는데도 안나오면 회음부 절개나 흡입기 필요하다 하십니다.
절. 대. 그럴 수는 없지....... 뭐 이런생각 하나도 안나고 뭐든, 무슨방법을 써서든 이 고통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단 그 생각만으로 한번 더 힘줬는데 갑자기 큰소리로 힘빼라고 하셨습니다.
잠깐만.... 힘을.... 빼라구요?? 갑자기? 힘을 주는게 아니라???ㅎㅎㅎㅎ
전 몰랐는데 나중에 신랑 말 들어보니 그 때 이미 태양이 머리가 나왔다더군요....
힘을 빼려고 노력하니 뭔가 뜨뜻하고 물컹한 것이 쑥~~빠집니다~~~태양이 입니다~~룰루랄라!!
07:29 그렇게 우리 태양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놔.. 눈물날라그래.....
배위에 올려진 태양이는 팅팅부은 얼굴로 눈을 감았다 떴다하면서 손을 내밀었고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후처치를 시작했습니다.
회음부 절개를 안했는데 피부가 약한편이라 항문근처까지 찢어졌다합니다...
태양이를 보는건 보는거고... 후처치가 아픈건 아픈겁니다...ㅎㅎ
그래도 진통한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거는 맞으니 참아야지요~
태양이 몸무게 재고 목욕하는 동안 후처치는 끝나고 입원실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옆에 두고 보는데 이것이 내 뱃속에 있던 애기가 맞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직 "내꺼" "내새끼" 라는 생각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보고있으면 뭉클해지는게 이게 모성애인가 싶네요.
비록 제가 16주때 병원을 옮겨왔지만 그 이후 저와 태양이를 세심하게 살펴주시고 당직도 아니신데 나오셔서 받아주신 심원장님, 감사합니다.
겉모습의 무뚝뚝함의 크기만큼 속마음이 더 많이 따뜻하심을 알기에 힘든 시간 믿고 따르고 의지할 수 있었어서 넘 좋았어요.
의사선생님을 오롯이 믿고 의지한다는게 참 어려운일인데 태양이를 낳을 때까지 그럴 수 있었음에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간담회 때 산부인과 의사이기 때문에 아기보다 산모를 우선순위에 놓는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 그렇지 않던데요.
산모 만큼이나 태어나기 전 태양이, 태어난 후 태양이를 관심있게 따뜻한 눈빛으로 봐주시고 살펴주셔서 그 또한 감사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거에요. 출산이 고통스럽지만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원장님, 선생님들, 진오비 덕분이에요.
분만실에서 새벽내내 쉬시지도 못하고 저 때문에 애쓰신 윤영희쌤, 감사합니다.
제가 엄살부려도 잘하고 있으시다며 힘을 보태주셔서 정말 많이 큰 힘 됐어요.
아침에 합류해서 분만 함께 도와주신 배소정 쌤도 너무 감사해요. 옆에서 긴장하지 않게 친근하게 말도 걸어주신게 넘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모자동실이라는 환경에 놓여있을 때 도움 많이 주신 분만실 쌤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새벽에 수유가 마음대로 안돼 힘들어 할때 도와주신 오현경 쌤.. 너무 힘들어 눈물날 꺼 같은 상황에 천사처럼 딱! 들어오셔서 도와주셨어요.
잊지 못할꺼에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 너무 지쳐있었던 퇴원 전날 새벽...
바쁜 회사일 때문에 출근했어야해서 입원기간 옆에 있어주지 못한 신랑때문에 서운해서 서로 참다가 터졌는데... 그모습 적나라하게 다 지켜보신 쌤....
제가 성함을 잘 몰라 홈페이지 다 뒤졌는데 사진 없어요.... 심세은 쌤이신가요??? ㅠㅠ
저희 부부 참모습..ㅎㅎㅎ 현실적인 모습...ㅎㅎ지켜보시고 도와주시느라 넘 애쓰신거 알아요... 참.. 철없죠?? ㅋㅋ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쌤 덕에 잘 풀었어요... 앞으로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넘어야 할 산을 한단계 넘어서게 도와주신 것 같아요..ㅎㅎ
그 외에 가슴마사지 도와주시느라 애써주신 송재은. 강미랑 쌤,
외래 진료 받을 때마다 입체초음파 봐주시고 함께 웃어주시고 공감해주신 배유진 초음파 쌤,
다른 외래쌤들까지... 모두...모두 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퇴원하면서 한분한분 얼굴뵙고 인사드리고 퇴원했어야했는데 정신못차리고 그냥 나온 거 같아 마음에 걸리네요. 마음이라도 받아주시와요..ㅎㅎ
저의 친정엄마가 항상 저에게 출산은 끝이 있는 고통이고 끝에 행복이 기다리는 즐거운 고통이니 무서워하지말고 즐기라고 말씀하셨었어요.
그 과정을 고스란히 옆에서 지켜봐주고 도와준 진오비가 있어서 저는 더 행복했고 많이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태양이를 키우면서 더 힘든일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이날을 생각하며 힘내고 열심히 육아할께요! 즐육!!ㅋㅋㅋ
이제는 산전맘에서 산후맘으로 막 넘어왔네요.
산전에 간담회 때 만나뵜던, 그리고 만나뵙진 못했지만 진오비 다니시는 많은 산전맘들께 순풍바이러스 날려드리며
앞으로 산후맘 모임에서 자주 뵙고 기쁜 일, 힘든 일 공유할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선배 산후맘들께도 인사드리고 배울 수 있는 자리가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다들 다시한번 해피 추석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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